MMJAZZ 창간 22주년 특별기획 '그래미 뒤집어보기' - 권위와 명성에 가려진 이상한 결과들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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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호 창간 기획특집 특별 대담 - 그래미 뒤집어보기
’권위와 명성에 가려진 이상한 결과들‘
각종 어워즈, 저널과 평론가들이 매년 한차례씩 결산하면서 정리하는 한해의 최고 앨범 선정, 음악 팬들이라면 일종의 연례행사와 같은 것임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이러한 행사가 갖고 있는 의미는 명백합니다. 그 해를 되돌아보면서 가장 훌륭하다, 혹은 인상 깊었다고 판단되는 아티스트와 그의 작품에 대해 그 공로를 치하하고 음악 팬들에게 이 내용을 다시 환기시키고 알리기 위함이죠. 그 중에서도 미국의 그래미 어워즈는 적어도 대중음악 영역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규모가 크고 권위와 명성이 있으며, 또 관심을 많이 받는 시상식입니다. 해마다 누가 본상을 수상했으며, 또 가장 많은 부문을 석권한 아티스트는 누구인지가 전 세계적인 언론의 관심을 끌어 모으곤 하죠. 그런데 이 상이 과연 매번 적절한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으며, 그 결과에 따른 지지를 널리 받고 있는가를 놓고 이야기한다면 과연 어떠한 의견이 수렴될까요? 모집단을 잡아 산술적인 통계치를 내볼 수는 없겠습니다만 꽤나 다양한 관점에서 여러 이야기들이 나올 것은 분명할 듯합니다. 그리고 분명히 부정적인 견해도 나오겠죠. 본지에선 지난 1월말 열렸던 그래미 어워즈의 재즈 부문 수상 결과를 보고 난 뒤 이 상에 대해 한번 제대로 이야기 할 필요성을 느껴왔고 그리하여 이번 3월호 커버 기획은 모처럼 아티스트가 아닌, 상에 관한 이야기를 주제로 한번 기사를 다뤄봤습니다. 평소 본지의 필자이시자 국내 재즈 신에서 오랫동안 글을 써오신 황덕호 재즈 칼럼니스트와 함께 한 좌담 형식으로 담아봤으니 재미있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글,정리/김희준
대담/황덕호, 김희준
사진/정준
김희준 : 선배님께서 그래미 어워즈를 처음 알고 보신 게 언제쯤으로 기억하세요?
황덕호 : 음... 아마도 1980년, 81년?! 제가 고등학교 때 막 들어갔을 때로 기억이 되요. 당시엔 그래미 어워즈를 공중파 방송에서 녹화방송으로 틀어줬었어요. 꽤나 거창하게 보도되고 소개되고 그래서 팝 팬들은 관심 있게 찾아보고 그랬죠. 몇 년도인지 정확하진 않은데 한번은 그래미 시상식에서 마일스 데이비스와 윈튼 마살리스가 함께 나와서 축하공연을 한 적이 있었어요. 예전 분들은 아시겠지만 당시엔 장학퀴즈라는 프로그램 때문에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을 다들 알고 있었어요. 방송 시그널로 쓰여서 적어도 그게 어떤 멜로디를 가진 곡인지는 전 국민이 다 알 정도였지. 근데 이 곡을 흑인인 윈튼 마살리스가 나와서 연주하는 거에요. 지금 생각하면 인종차별적인 인식이 나한테도 있었던 건데 당시엔 무척 신기하게 봤었지.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그 연주가 진행되다가 갑자기 무대가 뒤로 돌아가면서 마일스 데이비스의 밴드가 나와서 재즈 연주를 하는거야. 재즈를 제대로 알고 듣기 전이라 연주가 어떤지는 전혀 몰랐지만 뭔가 겁나게 멋지다는 생각은 바로 들었어요. 게다가 상을 받는데 그냥 ‘Thank You’ 한마디만 하고 다른 소감 일절 없이 그냥 들어가더라고. 황당하고 어이없기도 하면서 ‘저 사람은 뭔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어린 마음에도 들었었죠.
김희준 : 저도 그래미 시상식을 공중파나 AFKN을 통해 처음 본게 1986년도부터 였는데 상당히 기대하면서 봤었던 기억이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팝 뮤지션이 상을 받기를 기대하면서 보는 그런 마음이랄까요? 또 여러 팝 아티스트들이 나와서 공연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기대가 되었었죠. 당시엔 재즈 아티스트를 소수의 몇 명 빼곤 몰랐기에 재즈 부문을 살펴볼 경황은 전혀 없었고 그냥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 이런 부문에서 제가 지지하는 사람이 상을 받기를 바랬었죠. 그런데 1990년도 였을 거에요. 그해 그래미 주요 상들을 퀸시 존스가 받아갔는데 그게 바로 앨범 <Back on the Block>이었어요. 총 6개 부문을 수상해 그해 최고의 다관왕이었고 올해의 앨범 상도 받고 난리였는데, 그 당시의 전 좀 의아했죠. 왜냐면 차트 상으로 그 앨범이 좋은 성과를 얻은 앨범이 아니었고 싱글차트 1위곡도 그 앨범에는 없었거든요. ‘이 앨범이 왜 받는거지?’ 하는 생각을 그땐 했었죠. 그런데 앨범 관련 공연을 하는데 당시 잘 몰랐던 재즈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올라와서 공연을 하는거에요. 테이크 6, 레이 찰스, 사라 본 이런 사람들이 무대에 올라 공연을 하는데 뭔가 기존의 팝과는 다르고 특이한데 인상적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었죠. 나중에야 이 앨범에 상이 주어진 이유를 납득하게 되었고 그 앨범의 가치를 이해했지만 그때엔 뭔가 잘못되었다, 이해가 안간다는 생각만 들었었죠.
올해 그래미 어워즈 라틴 재즈 부문을 수상한 칙 코리아. 이 상을 받음으로써 그는 재즈 아티스트 가운데 가장 많은 그래미 트로피를 수집한 인물이 되었다.
사진은 2014년 그래미 시상식에서의 모습
황덕호 ; 지금 돌이켜보면 그래미라는 상이 주는 무게감과 영향력이라는 게 상대적으로 대중들이 잘 몰랐던 음악가나 작품에 대해서 조명해주는 역할도 확실히 갖고 있었던 거 같아요. 인기나 음반 판매고 외에 다른 것도 고려하는 게 어느 정도 있었던거지. 특히나 재즈영역에서 볼 때엔 이런 점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게 예나 지금이나 재즈는 판매량으로 우열을 가리는 게 의미가 없는 장르라고 보거든요. 산업적인 측면에서 팝에 비하면 아주 미미한 분야에서 카테고리를 나누고 상을 준다는 건 결국 뭘 가지고 판단해야 하는가? 해당 아티스트의 작품이 가지는 예술성, 음악적 내용이 결국은 주된 평가 기준이 될 수 밖에 없다는거죠. 그리고 그런 아티스트를 그래미가 선정해서 필드의 관계자와 대중들에게도 알리게 하는 역할을 해주어야 상이 제 역할을 하는 건데 지금의 그래미는 전혀 그런 게 보이질 않는 거 같아요.
김희준 : 예. 맞습니다. 적어도 재즈분과는 그런 기준이 제일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만약에 마일스 데이비스나 퀸시 존스처럼 어마어마한 거물이 다시 등장해서 대중적으로도 어느 정도 이슈가 되는 작품을 만든다면 그건 또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이미 2000년도 이후 재즈 신에서는 그 정도의 파급력 있는 아티스트가 등장하지 않고 있어요. 그렇다면 각 부문별 시상은 작품의 내용으로 이야기해야만 설득력이 있는데, 요즈음의 그래미는 그 점에서 전혀 공감대, 혹은 신뢰를 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그런 점에서 이 상을 수여하는 투표인단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봐야 할 거 같아요. 누가 이 상을 주관하며 이끌어오고 있느냐는거죠.
황덕호 ; 나라스(NARAS)라는 약칭으로 일컬어 지는 단체에 소속된 심사위원단이 그래미의 처음 설립이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주관해오고 있죠. ‘The National Academy of Recording Arts & Science’ ,이걸 한국말로 번역하면 미국국립 음반 예술과학 학술원 정도가 되는데 이 단체가 바로 그래미를 움직이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을 거에요. 1957년도에 이 단체가 처음 설립 되었는데 설립 당시 초대 회원들이 모두 당시 굴지의 메이저 음반사들인 MGM, RCA, Columbia, Decca, Capitol의 임원급이 함께 모여서 이 단체를 설립하고 동시에 그래미 어워즈를 시작했더군요. 이 단체에서 지금까지 60년이 넘는 세월동안 심사위원을 위촉하고 또 각 후보군을 정리하는 등 전체를 총괄하고 있다고 보면 될 거 같아요
김희준 : 저도 자료를 찾아보니 이 단체에서 투표권을 주는 심사위원단을 선정, 관리하는 걸로 나와 있는데 현직음반기획자, 방송국PD, DJ,엔지니어, 뮤지션등 실제 필드에서 일하는 종사자들로 구성되어 있고, 나라스 회원은 그래미상의 투표인단이 되는 보팅(Voting) 멤버와 투표권은 없지만 정회원에 해당하는 어소시에이트(Associate) 멤버, 준회원에 해당하는 스튜던트(Student) 멤버로 구분된다고 합니다. 협회에서 공식적으로 지금까지 심사위원단에 대해 공개하진 않았지만 투표할 수 있는 멤버는 대략 13,000여명 정도로 알려져 있으며 회원당 임기는 5년이라고 하네요.
* 추가로 2019년 현재 그래미 심사위원의 인종적인 현황은 백인이 55%로 전체 과반이 넘으며 여성이 전체의 21퍼센트, 유색인종이 전체의 17퍼센트 정도인데, 매년 여성및 유색인종의 비율이 증가추세에 있다고 함
황덕호 ; 전체적으로 보면 투표인단의 범위나 상의 공정성과 과정등에 문제가 없는것 처럼 보여요. 투표인원수도 많아서 다수의 의견을 충분히 취합하고 있고. 이런 점은 분명 그래미가 권위를 갖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고 생각해요. 약간 다른 얘기이긴 하지만 장르를 막론하고 일관되고 권위와 신뢰를 받는 상 하나 없는 우리 입장에선 본받아야 할 점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인남성의 시각에서 보는 편향성, 인종적인 문제등은 늘 꾸준히 언급되고 또 논란이 되어 왔죠. 그러다보니 제도적인 면에서의 문제보다는 단체의 의도와 방향성에서 객관적이지 못하고 범용성 및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계속 발생하는거라고 생각해요. 이게 일어나는 이유가 다수의 투표를 반영하는 것과 별개로 나라스 내부에 그래미를 컨트롤하고 조정하는 150여명의 전문가 집단이 별도로 있다고 하더군요. 이 집단이 처음 후보를 선별하고 1차 투표후 한차례 조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이들로 인해서 그래미의 수상 성격이 결정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되요.
좌로부터) MMJAZZ 편집장 김희준, 재즈 칼럼니스트 황덕호
김희준 ; 언급하신 150명의 내부 전문가 집단이 공식적으로는 잘 언급되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다른 해외 매체에서 이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는 점을 보면 그런 거 같은데, 만명이 넘는 다수의 투표인원들이 시행한 결과를 확인및 조정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 이런 역할을 해야할 인원들이 필요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자신들의 의도가 너무 강하게 들어갈 때 분명 문제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제가 보기에 그래미 재즈 부문의 수상결과는 실제 재즈 필드의 관계자들, 혹은 다운비트나 재즈타임즈같은 저널과 평단이 선택한 것와 너무 다른 결과가 자주 나온다는 점이 아닌가 싶어요. 단적으로 올해의 경우만 봐도 그래미 수상작들과 미국의 각 재즈 저널과 평단에서 선정한 결과들은 상당부분 일치하지 않잖아요. 물론 어느 정도는 다를 수도 있는데 지나치게 괴리감이 있거나 동떨어지면 공감대가 떨어질 수 밖에 없는데, 그 점에서 그래미는 분명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거죠. 그래서 그래미가 더 공신력을 얻고 다른 세부 장르에서도 권위와 신뢰를 가지려면 그 분야의 전문가들을 적극적으로 섭외해서 의견을 물어보고 서로 협력해야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황덕호 ; 그런데 그래미의 투표 선정위원이 되려면 나라스에서 제시한 자격기준에 부합해야 하는데 저널리스트나 기자, 평론가들은 거의 대부분 여기에 해당하지 않을 거에요. 그래서 애초 투표자격이 주어질 수 없다는 제도상의 한계가 분명히 있죠.
김희준 ; 저도 내부적인 사정은 잘 모릅니다만, 그런 자격을 분과별로는 조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아니면 자문위원으로 재즈같은 비주류 장르에 몇명 두어서 나라스 내부 관계자들과 의견을 교환하던가...뭐 찾아보면 방법은 여러 가지가 나올 수 있겠죠. 아무튼 과거보다 지금의 그래미가 재즈 필드의 분위기, 의견등을 더 수렴하지 못하는 건 분명한 거 같습니다. 80~90년대 그래미 재즈 카테고리를 살펴보면 후보나 수상작들이 그래도 지금보다는 좀 더 수긍되는 면이 있더군요. 카테고리자체도 6~7개로 더 많기도 했고...그런데 최근에는 그렇지가 않아요. 엉뚱한 아티스트에게 상이 가거나 지명도와 커리어, 혹은 정치적 의도등에 휩쓸리는 경향이 더 심해진 것 같습니다. 올해의 경우도 수상작을 보면 공감이 가지 않는 부분이 꽤 있어요
황덕호 ; 이야기 나온 김에 2019년 이번 수상작을 한번 살펴볼까요? 우선 재즈 솔로 부문은 랜디 브레커의 ‘Sozinho’ 라는 곡에 담긴 솔로가 수상했죠. 전 개인적으로 브랜포드 마살리스의 ‘The Windup’ 을 예상했는데 아쉽게도 수상하지 못했더군요.
김희준 ; 저도 브랜포드 마살리스나 크리스찬 맥브라이드 둘 중 하나가 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랜디 브레커에게 상이 가서 아쉬웠습니다. 사실 브랜포드 마살리스의 경우 작년에 발표된 쿼텟 음반이 그간의 작품들보다 훨씬 출충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어느 부문으로든 하나는 받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하나도 못받았어요. 이건 아쉬움을 떠나서 공감이 안되는 결과라고 생각되요.
황덕호 ; 맞아요. 저도 하나 정도는 받을 걸로 예상했는데... 그러고 보면 브랜포드 마살리스도 그래미와는 인연이 별로 없는 아티스트인 거 같아요. 지금까지 받은 그래미 트로피가 3개 밖에 안되니까. 그리고 보컬 앨범 부문에서 에스페란자 스팔딩의 <12 Little Spells>가 상을 가져갔죠. 전 재즈미어 혼이 받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이것도 제 생각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어요. 사실 에스페란자 스팔딩은 그래미에서 유달리 총애 받는 아티스트이긴 하죠. 재즈 영역의 아티스트로선 유일하게 본상 신인상을 수상한 바 있기도 하니까. 그럼에도 그녀의 앨범에게 보컬 부문 상이 가는 건 별로 공감이 되지 않네요. 반면 라지 앙상블과 라틴 재즈 앨범은 어느 정도 수긍이 되는 편입니다.
김희준 ; 제가 올해 후보군을 보고 예측한 것중 이번 그래미 결과와 맞은 유일한 작품이 바로 브라이언 린치의 새 앨범이었습니다. 라틴 재즈 부문은 칙 코리아의 스페니쉬 하트 밴드가 받아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은 되는데, 그 앨범에 못지 않은 다른 라틴 재즈 앨범, 이를테면 미구엘 제논의 <Sonero> 같은 앨범에 상이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갖고 있습니다. 칙 코리아는 이제껏 너무나 많은 상을 받았으니 이런 경우에 한해 예전의 수상이력이 고려되면 더 적절하지 않았을까 싶은거죠. 참! 이것 외에 제가 준비한 자료가 하나 있는데 한번 보시고 이야기 나누시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표적인 재즈 거장들의 그래미 수상 이력'을 한번 찾아봤습니다.
- 팻 메시니 노미네이션 36 수상 20
- 허비 핸콕 노미네이션 34 수상 14
- 칙 코리아 노미네이션 65 수상 23
- 키스 재럿 노미네이션 12 수상 0
- 브랜포드 마살리스 노미네이션 18 수상 3
- 브래드 멜다우 노미네이션 10 수상 1
- 마일스 데이비스 노미네이션 32 수상 8
- 존 콜트레인 노미네이션 8 수상 1
- 소니 롤린스 노미네이션 7 수상 2
- 엘라 피츠제랄드 노미네이션 20 수상 13
- 에스페란자 스팔딩 노미네이션 7 수상 4
- 퀸시 존스 노미네이션 80 수상 28
- 프랭크 시나트라 노미네이션 31 수상 9
- 토니 베넷 노미네이션 36 수상 18
- 빌 에번스 노미네이션 18 수상 7
2007년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앨범 상을 수상한 허비 핸콕. 재즈 아티스트로서 역대 두 번째 이 부문 수상자가 되었다.
기타리스트 - 밴드 리더인 팻 메시니 역시 그래미의 수혜를 크게 입은 케이스. 지금까지 총 20번의 수상경력을 갖고 있다.
황덕호 ; 이건 좀 놀랍기도 하고 의외이기도 하네요. 브래드 멜다우는 지금까지 그래미를 한번도 못 받았다가 올해 <Finding Gabriel>로 처음 받은 거네요? 이전에 그렇게 좋았던 작품들이 많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리고 키스 재럿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그래미를 받지 못했군요.
김희준 ; 네. 저 역시 가장 이해가 안되는 건 바로 키스 재럿입니다. 그 정도의 커리어와 명성, 인기까지 함께 갖고 있는 재즈 아티스트가 지금까지 단 한번도 그래미 본상을 받지 못했다는 건 사실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거라고 봅니다. 지금까지 총 12번의 노미네이션에 단 한번의 트로피도 가져가지 못했더군요. 그가 현재까지 받은 그래미 상은 앨범 <Koln Concert>에 대한 ‘Hall of Fame’ 하나였는데, 이건 본상과는 전혀 무관한, 일종의 공로상 성격이었습니다. 하다못해 판매량을 고려하더라도 키스 재럿은 여간한 재즈 아티스트들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를 가지고 있는데 이제까지 그 어떤 작품에서도 상을 받지 못했다는 건 정말이지 넌센스라고 봅니다.
키스 재럿 - 두말이 필요없는 당대 최고의 재즈 피아니스트임에도 지금까지 단 한번도 그래미 상을 수상하지 못했다.
황덕호 ; 저도 납득이 안가는군요. 칙 코리아와 허비 핸콕은 이렇게나 상을 많이 안겨주면서 말이죠. 지금까지 이 두 사람은 각각 23회, 14회 수상했는데 키스 재럿은 0이라니. 마치 키스 재럿에 대한 나라스 회원들의 비호감이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네요.
김희준 ; 전 이런 결과를 놓고 볼 때 그래미는 순수한 투표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 일종의 내부 합의 같은게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걸 떠나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황덕호 ; 이런 결과를 놓고 보면 우리 같은 주변부 문화권에 사는 사람들의 입장에선 그래미 어워즈가, 미국의 대중문화 영향력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크고 시장도 큰 탓에 항상 관심을 갖게 되지만 기본적으로 미국의 음악시장을 한 가운데에 놓고 자신들의 잣대를 두고서 상을 주는 것이라는 점을 언제나 염두에 둬야 할 거 같아요. 거기에 상황에 따른 정치적, 사외적 이슈나 의도, 백인들의 취향을 반영하기도 하니 이 상의 결과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할 필요까지는 없겠다는 생각이 매번 볼 때마다 들곤 합니다.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상을 두고 일종의 로컬 상이라고 말한 것도 동일한 맥락인거죠. 하지만 그럼에도 다른 재즈 저널의 평가나 투표에 비해 더 많이 언론에 회자되니 아예 무시 할 수도 없어요. 그래서 앞으로 매년 연말에 최종 후보가 발표되면 편집장과 제가 만나서 후보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 그걸 유투브나 매거진에 소개하는 코너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그저 이런 작품이 후보가 되었다는 식의 피상적인 이야기에서 벗어나서 각 부문별로 소외된 작품들도 이야기해보고 타 매체의 결과와도 함께 비교해 보는 식으로 말이죠
김희준 ; 아주 좋습니다. 매년 12월 5~6일 정도에 최종 후보가 발표되니 그 즈음에 뵙고 이야기를 나누면 될 거 같습니다. 그래미를 통해서 좀 더 그해 재즈계의 전반적인 흐름에 관해 적극적인 리뷰, 혹은 평가가 될 거 같아요. 그래미 자체에 관한 이야기도 포함해서요. 한번 잘 준비해 올해 12월에 또 다시 뵙고 이야기나누길 기다리겠습니다.
황덕호 ; 그래요. 그럼 올 12월에 그래미 후보가 정리, 발표되면 그때 가서 다시 한번 이야기 합시다. 오늘 시간 내줘서 고마워요
김희준 ; 저 역시 감사합니다. 그럼 또 연락 드릴께요.
* 이 대담의 일부는 재즈 칼럼니스트 황덕호씨의 유투브 채널 재즈로프트(Jazzloft)에서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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