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ith Jarrett : Piano

 

Disc. 1

1. Part I (live)

2. Part Ii (live)

3. Part Iii (live)

4. Part Iv (live)

5. Part V (live)

6. Part Vi (live)

7. Part Vii (live)

 

Disc. 2

1. Part Viii (live)

2. Part Vix (live)

3. Part X (live)

4. Part Xi (live)

5. Part Xii (live)

6. Answer Me My Love (live)

7. It's A Lonesome Old Town (live)

8. Somewhere Over The Rainbow (live)

 

 

여전히 훌륭한 연주, 하지만 명성을 걷어내고 본다면?  

 

예술에서의 보수와 진보, 그러니까 이전에 있던 스타일을 계속하는 것과,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것은, 음악적 취향으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 논리로서의 보수가 이미 부를 가지고 있는 기업가들에게 유리하고, 공정한 분배에 집중하는 진보가 서민들에게 유리하다는 점은, 음악에도 어느 정도 적용된다. 다시 풀어 말하자면, 이미 쌓아놓은 유명세가 있는 아티스트는, 같은 스타일의 음악을 반복하더라도, 그날 그날 아티스트의 즉흥 연주 컨디션에 따라 결정되는 조금의 차이가 가치 있게 평가되지만, 인지도가 부족한 아티스트는 새로운 음악을 하지 않으면 주목을 받기가 어렵다. 키스 재럿도 역시 그랬다. 젊은 시절 다양한 음악을 도전했던 그는, 어느 정도 유명세를 확보한 이 후에는 지금까지 같은 스타일의 음악만을 수십 년 동안 반복하고 있다. 

 

2016년에 뮌헨에서 있었던 그의 솔로 즉흥 연주는 그런 면에서, 35년 전 같은 도시에서 있었던 솔로 즉흥 연주와 비교해 볼 수 있다. 미리 준비된 곡이 아닌 즉흥 연주는 아티스트의 음악 문화적인 배경을 자연스럽게 드러내 주는데, 재럿의 문화적인 경험은 35년 동안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고, 35년간 이루어진 많은 즉흥 연주 공연을 통해 아이러니하게 즉흥 역시 정형화되어지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그의 즉흥 피아노는 대개 하나의 음악적 아이디어로 하나의 트랙을 구성하게 되는데, 이번 앨범의 1,7,12번 트랙은 반복되는 바쁜 프레이징으로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곡이고, 2번은 인상주의 클래식 음악의 특징을 보여주며, 3,4번은 가스펠 음악, 9번은 블루스, 8,11번은 발라드 등으로, 모두 그가 지금까지 해오던 많은 즉흥 공연에서 이미 들려주었던 음악들과 비슷하다. 하지만, 그의 연주는 지금의 나이가 전혀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지 않고, 건반을 누르는 그의 힘까지도 아직 연주적 완성도를 전혀 잃지 않고 있다. 키스 재럿의 활동은 우리가 연주자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같은 스타일의 음악을 반복하는 아티스트에 대해, ‘왜 우리는 어떤 아티스트는 욕 할 수 없는 성역에 두고, 어떤 아티스트들은 비판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아티스트를 음악으로 평가하기보다 이미 만들어 놓은 유명세에 기대고 있는 것은 아닌가?’ 

 

글/오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