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Tribute - 함께 했기에 그토록 아름다웠던 두 사람 - 팻 메시니, 그리고 라일 메이스(Lyle Mays)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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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MM JAZZ 김희준 편집장의 재즈덩크
재즈는 쉽게 다가서기 어려운 요소가 꽤나 많은 음악입니다. 게다가 그 안에 수많은 하위 장르들은 또 무엇이며, 왜 거장들이라는 사람들은 그렇게나 많이 음반들을 발표했는지...단지 몇십장 정도의 작품, 앨범만으로 얼추 이해가 되고 여러분들의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진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재즈는 이를 결코 허락하지 않죠. 그래서 대중들과의 거리가 이렇게나 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말이죠. ‘Easy Come, Easy Go’ 라는 서양의 격언이 말해주듯, 뭐든지 쉽게 얻어지는 것들은 그만큼 빨리 사라지게 마련입니다. 그렇게나 손에 닿을 것 같지 않던 ‘재즈’라는 음악이 조금씩 귀에 들리고 리듬을 타게 되는 순간, 즐거움과 희열은 여느 팝 음악들에서 느껴지는 것과는 다른, 새로운 종류의 감동을 전해줄 수 있을 거라고 감히 자부합니다.
자! 이제부터 한달에 한번씩 여러분들을 재즈의 신세계로 데려가 볼 참입니다. 우선 기존 잡지에서 다루어지는 아티스트 소개와 작품이야기를 기본으로 하되, 때론 화제가 되는 이슈거리에 대한 논의와 에세이 형태의 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 칼럼 형식도 시도해볼 참이며, 또한 공연후기기사까지 소재와 형식의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하게 가져와 한번 풀어 나가볼 참입니다.
비록 이 음악이 어렵고 광범위하다지만 최대한 쉽고도 명쾌하게, 마치 NBA 농구선수들의 시원시원한 덩크슛을 보는 것처럼 한번 진행해 보겠습니다.
그럼 출발해볼까요?
글/김희준
사진/Ralph Quinke, Rob van Petten
우리가 보통 뮤지션을 바라볼 때 쉬이 시선에 포착되는 것은 전면에 나서있는 리더들이죠. 이건 재즈영역이라고 해서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들이 늘 입버릇처럼 되뇌곤 하는 마일스 데이비스, 존 콜트레인, 소니 롤린스는 물론이고 키스 재럿, 허비 핸콕, 팻 메시니, 브래드 멜다우등 유명하고도 친숙한 재즈 명인들은 모두가 리더로 널리 알려졌고 또 인정을 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재즈 신에서 활동하는 뮤지션들 전체를 가늠해볼 때 이러한 스타급 명인들은 사실 그 수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대신 그들의 옆에 항상 건실하고 꾸준하게 도움을 주는 다수의 사이드 맨들이 늘 자리하고 있죠. 이들에겐 별반 스포트라이트가 주어지지도 않는 편이고 그들이 리더작을 발표하더라도 스타들만큼 성공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각 스타급 뮤지션들에게도, 재즈 신 전체로도 무척이나 중요한 존재들입니다. 마치 피라미드의 중, 하부를 탄탄하게 받쳐주는 돌과도 같다고 할 수 있을 거예요. 또한 리더와 함께 그 팀의 음악을 더욱 멋지고 특별하게 만들어주기도 하죠. 그렇기 때문에 사이드 맨의 역할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무척 중요합니다.
피아니스트이자 건반주자인 라일 메이즈는 우리에게 팻 메시니의 파트너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아마도 오랜 PMG (Pat Metheny Group)의 팬들이라면 라일 메이즈를 모를 리가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그룹의 일원으로 잘 알려져 있을 뿐, 독자적인 리더로써는 그리 주목할 만한 커리어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솔로 아티스트로 이름이 잘 알려진 편도 아니죠. 생전 발표했던 넉 장의 정규 리더 작들이 모두 다 준수했음에도 불구하고요. 저 역시도 라일 메이즈는 팻 메시니와 함께할 때 가장 빛나는 연주자로 기억하고 있으며 이는 리더 작을 충분히 숙지한 지금도 큰 변함이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건 두 사람이 함께 교감을 나누었을 때 가장 찬란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웠기 때문입니다. 맞습니다. 라일 메이스와 팻 메시니는 두 사람의 증언에서도 확인 할 수 있듯, 결코 음악적으로 떼어놓을 수 없는 뭔가를 함께 공유하고 있었으며, 이건 서로 만나기 이전부터 각자의 내부에 자리 잡고 있던 것임에 분명합니다.
스무 살 파릇하게 젊었던 시절, 이 두 사람은 만나서 한 두 마디의 연주만 했을 뿐인데 단번에 서로를 알아봤다고 합니다. 직관적으로 서로의 내면을 관통하는 뭔가가 있었다는 거죠. 팻 메시니는 지금도 라일 메이즈와 처음 만나 합주했을 때 맨 처음 노트를 잊지 않고 있다더군요. 바로 그 순간이야말로 우리가 너무나 사랑해마지 않는, 팻 메시니 그룹의 서막을 알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여러분들도 다들 공감하실 겁니다. 이들이 함께 만든 음악은 정말이지 특별했습니다. 팝과 록, 라틴과 재즈 이런 여러 가지 질료는 그저 그것일 뿐이죠.
이들을 통해 만들어진 선율과 사운드는, 이러한 질료를 분명히 담아내고는 있었지만 그와 동시에 온전히 PMG만의 고유한 매력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놀랄만한 시너지, 화학작용 같은 게, 함께 하기 시작한 이후 이 두 사람에게서 마치 용솟음치는 활화산처럼 마구 터져 나왔어요.
이들은 음악의 재료를 가져다가 각자의 취향대로 진행시키되 두 사람 공동의 감수성으로 함께 걸러 내었습니다. 바로 그 공동의 감수성!! 팻 메시니 그룹의 원천이자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두 사람의 교감은 마치 형제와도 같은 선명하고도 강력한 연결고리가 있었습니다.
(팻의 이야기로 처음 보스턴에서 라일 메이즈의 연주를 들었을 때 혈육을 알아볼 때와 같은 즉각적인 느낌을 받았고 바로 함께 해보자고 제안했었다고 합니다. 라일 메이즈 역시 팻과의 첫 합주에서 자신이 추구하던 감성과 연결되는 게 있다는 걸 바로 느꼈다고 하더군요. 작년 발간된 팻 메시니의 인터뷰집에 이에 관한 이야기가 잘 담겨져 있습니다)
그렇게 1977년 <Watercolors>로 처음 시작된 이들의 공동여정은 2005년 <The Way Up> 까지 더할 나위 없이 멋지게 이어졌고, 팻 메시니가 대중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놀라운 커리어를 쌓아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았던 이들은 계속 함께 하지 못했죠. 새로운 것을 찾길 바라는 팻 메시니의 바램 탓에 생긴 이견 때문이었을 수도 있고, 시간이 흐르면서 계속 변해가는 음악 산업계에 대한 깊은 회의감을 가졌던 라일 메이즈의 가치관 때문이었을 수도 있습니다만, 그렇게 서로 떨어져버린 이후의 음악은 분명히 이전과 확연히 달라져 버렸습니다.
(공식적으로 PMG가 해산을 발표한 적은 없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PMG의 마지막은 라일 메이즈가 떠난 2010년으로 이야기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팻 메시니의 열혈 팬 분들이라면 동의하지 않으실 지도 모르지만, 전 라일 메이즈와 결별한 이후의 팻 메시니 음악은 여전히 멋지고 대단함에도, 때론 지나칠 정도로 힘이 들어가 있거나, 혹은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면이 너무 강조되어 듣기에 부담이 될 때가 종종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라일 메이즈가 참여한 PMG의 마지막 앨범인 <The Way Up> 에서도 그런 점이 다소 감지되었었는데, 이후 오케스트리온과 유니티 밴드, 그룹을 거쳐 가면서 그런 점이 도드라졌었죠. 전 이 부분에서 라일 메이즈의 부재가 큰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보고 있습니다. 팻 메시니가 라일 메이즈와 함께 음악을 만들어 내었을 때는 특유의 선율감도 물론이거니와 균형감도 아주 뛰어나 음악이 마치 잘 조율된 빅밴드처럼 일사분란하게 진행되고 또 스토리와 구성을 멋지게 만들어 나갔었거든요. 작곡에서도 두 사람의 공동 작업이 이뤄질 때의 결과는 미묘하지만 뚜렷한 차이를 보여줬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으며 여전히 잊지 않고 있는 PMG의 명곡들, ‘Are You Going with Me?’, ‘First Circle’, ‘Have You Heard?’, ‘Travels’, ‘James’, ‘As Falls Wichita, So Falls Wichita Falls’, ‘Still Life(talking)’, ‘Minuano’, ‘Last Train Home’ 같은 곡들은 모두 두 사람이 함께 했을 때 만들어 졌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아마도 수많은 팬 분들은 이들이 다시 한 번 함께 뭔가를 만들어내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을 겁니다. 실제로 두 사람이 한번쯤 이전 듀오 앨범에서처럼 공동 작업을 할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한번 해보려고 의논 했었다고도 하죠.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젠 영원히 불가능한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들이 함께 펼쳐보였던 그 아련한 노스텔지어, 동경과 여운 가득한 선율들, 입체적이면서도 드라마틱한 사운드가 이리도 허망하게 영원히 과거형이 되어버렸다는 사실...
바로 이 점이 못내 우리의 가슴을 저미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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