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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편집장이 직접 전해주는 재즈와 여러 음악 이야기들. 아티스트 추모 칼럼에서 인터뷰, 이슈및 논란이 되는 여러가지 사안들을 포함해, 다양한 시각을 담보한 여러 종류의 글들이 함께 다뤄지게 됩니다. 음악을 듣고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을 좀 더 폭넓고 깊이있께 가져가고자 기획된 코너!

Johnk

#30 Special Column - 재즈는 ‘인테리어 장식’이 아닙니다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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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통적인 재즈를 주로 들려주는 스모크 재즈 클럽.jpg

뉴욕의 대표적 스트레이트 어헤드 재즈 라이브 공간인 스모크 재즈 클럽

 

 

라이브 클럽의 최근 호황에 관한 고찰

재즈는 인테리어 장식이 아닙니다

 

라이브 클럽이 요즘 꽤 호황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클럽 운영 시간의 제한들이 풀리기 전인 작년 상반기 즈음부터 이미 이런 조짐이 가시적으로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후 불과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서울, 경기권 지역에 새로운 라이브 공간이 생기고 있다는 소식을 주변 연주자들을 통해 부쩍 많이 접하게 되더군요. 인스타를 비롯한 SNS로만 검색해 봐도 이 점은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는데, 첨엔 코로나 팬데믹의 일시적인 반대급부 정도로만 생각했지만 행정적으로 앤데믹으로 접어든 지 1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그 상황이 꾸준히 유지가 되고 있으며, 지금도 새로운 공간이 가끔 열리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코로나 반대급부로만 보기엔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실제로 서울 성수동 인근및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전부터 새로운 클럽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었으니 지금의 상황은 그때와 맞물려 계속 이어진다고 보는 게 맞지 않나 싶네요.

 

더욱이 이렇게 생긴 대부분의 라이브 공간 대부분이 재즈를 주된 음악적 컨셉트로 잡고 있다는 게 필자의 입장에선 일견 신기하기도 하고 또 의아하기도 했는데, 시간이 다소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재즈가 일반 대중들에게 이전부터 각인되어 온 이미지가 유튜브를 비롯한 SNS를 통해 더 넓게 확산되었고 또 공연장을 가지 않아도 실제 연주를 직접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점, 거기에 라이브 클럽이 단순히 공연만 보는 공연장의 성격만 있는 게 아니라 와인을 비롯한 주류와 그 외 음식들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 함께 맞물린 결과가 아닐까 짐작하고 있습니다. (차후 별도의 설문조사를 구체적으로 해볼 필요는 있겠으나 아마 이 예상 범위와 그리 차이가 나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얼핏 외관상으로만 보면 국내 재즈 신 전반에 좋은 징조 같습니다. 라이브 클럽이 활성화되고 거기에 손님들이 계속 들어찬다는 것은 적어도 공연에 대한 관심이 있다는 걸 테고, 그게 또 대중 음악쪽이 아니라 재즈에 상당부분 집중되어 있으니, 이 분야에 종사하는 뮤지션들 포함해 관계된 사람들 입장에서 호재라 여길만하죠. 게다가 라이브 클럽에 따라 차이가 좀 있긴 하지만 연주료 또한 소폭 상승했다니 나쁠 게 뭐가 있을까요?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조금 시간이 지나면서 이렇게 생긴 공간에 대한 여러 가지 부정적인 이슈들이 뮤지션들의 입을 통해 하나 둘씩 터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Photo-13.jpg

1959년에 처음 문을 연, 6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런던의 재즈클럽 로니 스콧(Ronnie Scott). 재즈외에 믹 재거, 제프 벡, 폴 매카트니등 유명 록 뮤지션들도 이곳에서 종종 공연을 갖는다.   

 

그중에 가장 많은 지적을 받았던 것은 바로 대다수 라이브 공간의 불분명한 성격, 모호한 컨셉트였죠. 라이브 클럽이면 그냥 다 같은 거 아냐? 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으나 각 공간마다 클럽 운영자의 의도가 반영되는 뚜렷한 컨셉트가 생기게 마련입니다. 그게 일반적인 호텔 라운지처럼 이지 리스닝 계열의 음악 위주로 착석한 손님들의 분위기만 조성하는 형태의 공연을 위주로 하건, 아니면 무대에 오르는 뮤지션들의 음악적 주관및 창작열을 담은 공연을 위주로 하건 어떤 방향으로든 클럽 운영자의 기본 의도가 반영된 공간이어야 하는데, 근래 등장한 새로운 라이브 클럽들이 이도 저도 아닌 경우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어요. 이 말은 클럽 주인장이 자기 나름의 방향성이 없이 단지 라이브 연주를 하도록 최소한의 공간및 장비 시스템만 준비해놓고 술과 음식을 팔면 장사가 잘 된다고 하니, 그저 라이브 형식을 장사를 위해 차용한 것 정도로밖에 이해할 수가 없는데, 이런 식으로 클럽이 운영되면 결국 뮤지션들의 공연은 그 공간에 온 손님을 위한 호객용 들러리로 전락하게 될 가능성이 아주 높아지게 됩니다. 실제 그런 공간에서 뮤지션들이 공연을 할 때 관객들과 무대 연주자간의 교감,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아예 소외되어 관객들은 무대의 뮤지션이 무얼 하는지에 별다른 관심이 없이 의례히 코러스및 연주가 끝날 때 박수만 무심하게 치는 행태가 비일비재하다는 목격담을 개인적으로도 여러 수십 번 접했어요. (필자 또한 새로 생긴 클럽 형태의 라이브 공간에 가서 이런 광경을 두어 차례 목격한 바 있습니다. 직접 방문한 해당 클럽들의 개별적인 분위기 차이가 있긴 했지만, 관객이 무대 위에서 연주하는 뮤지션들에 호응은 보내도 실제 음악 자체에는 직접적인 관심이 없으며 그들이 뭘 연주하고 노래하는 지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건 동일했습니다. 새롭게 생긴 모든 라이브 공간에 다 가볼 수는 없었지만 실제 그곳에서 연주해본 뮤지션 다수의 이야기를 통해 판단하건데 정상적인 재즈 라이브 클럽은 그중에서도 몇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고 여겨집니다)  라이브 공간에 왔는데 정작 실제 라이브는 제대로 보려하지 않는다니?! 실로 이상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굳이 라이브 공연을 하는 곳에 올 이유가 있을까요?

 

1 재즈사에 기록된 수많은 명연을 탄생시켰던 빌리지 뱅가드 클럽 입구 전경.jpg

1935년 처음 오픈한 이후, 시대의 변화에도 꿋꿋하게 버텨온 재즈사의 상징적 공간. 재즈사에 기록된 수많은 레전드 뮤지션들중 이곳에서 공연을 하지 않은 경우가 거의 없을 정도로 확고한 위상과 상징성을 지니고 있는 곳이다. 빌 에번스, 존 콜트레인, 아트 페퍼, 폴 모션, 행크 존스, 조 로바노, 브래드 멜다우, 프레드 허쉬, 크리스 포터, 조슈아 레드맨, 탐 하렐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수많은 거장급 뮤지션들이 명 라이브를 연출했던 곳이기도 하다. 

 

 

전 세계 재즈 팬들에게 일종의 성지처럼 인식되는 오랜 역사를 지닌 뉴욕의 명문 클럽들, 빌리지 뱅가드나 블루 노트, 버드랜드, 스모크, 스몰츠, 그리고 유럽을 대표하는 영국의 로니 스콧과 네덜란드의 빔하우스 같은 굴지의 재즈명소들은 각 클럽별로 뚜렷한 차별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게 사운드, 분위기, 무대에 오르는 아티스트의 음악적 성격등 여러 관점에서 이야기할 수 있을텐데 이런 점들이 해당 클럽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잘 형성해주고 있습니다. 또한 재즈 팬들은 그곳을 방문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바로 어떤 뮤지션이 무대에 오르는가? 어떤 프로그램으로 공연을 기획하고 있는 가입니다. 이 말은 그곳이 분위기가 근사하고 술과 음식이 좋아서 가는데 추가로 음악이 연주되기 때문에 가는 게 아니라 음악을 들을 목적을 우선으로 간다는 것이고,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션의 라이브를 가까운 지근거리에서 바로 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어서 간다는 얘기입니다. 모든 점에서 음악이 가장 최우선이 되는 공간이 바로 재즈 라이브 클럽인 것이죠. 장르를 재즈에 국한시켜 이야기했을 뿐, 록이나 블루스, 포크, R&B 등 장르별 클럽이라고 다를 게 뭐가 있겠습니까? 다만 그 곳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좀 더 자유롭게 술과 음식도 곁들여 먹을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는 곳일 뿐입니다.

 

Blue_Note_Jazz_Club,_New_York_City.jpg

일본, 중국, 브라질, 이태리등 세계 여러 국가 주요 도시에 별도의 지점을 갖고 있는 유일한 재즈 클럽인 블루 노트. 고급 레스토랑과 라이브 클럽의 성격을 모두 겸비하고 있으며 빌리지 뱅가드에 비해 대중적인 노선을 견지하고 있지만, 음향및 부대시설들은 아주 훌륭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재즈 클럽은 관객이 직접 눈앞에서 뮤지션의 연주를 듣고 볼 수 있으며 때론 공연 후 뮤지션과 담소도 나눌 수 있는, 정서적 거리가 아주 가까운 독특하고도 특별한 음악공간입니다. 무대와 거리가 어느 정도 떨어진 콘서트 홀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소리의 밀접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 관객과 뮤지션의 실제 거리만큼이나 음악이 피부에 와닿는 체감도 역시 아주 높은 곳이 바로 재즈 클럽이죠.(그 점에서 100~200여석 정도의 조그만 소공연장과 클럽은 나름 일맥상통한 측면이 있긴 합니다) 그런 공간인데 뮤지션이 연주는 하지만, 마치 병풍처럼 들러리로 멀찌감치 떨어져서 관객들과 직접 소통하지 않고 그저 배경음악처럼 거슬리지 않게 적당히 연주를 한다면 그곳은 재즈가 흘러나올지언정 결코 제대로 된 재즈 클럽이라고 볼 수 없을 겁니다. 음악과 뮤지션을 일종의 인테리어 취급하고 도구화시켜버리는 그런 곳은 절대로 재즈 클럽이 아닙니다. 그저 여느 호텔 라운지 바를 클럽으로 재포장한 것에 다르지 않죠. 그곳에서 음악을 연주한 들 뮤지션은 늘 소외될 수밖에 없으며 설사 나쁘지 않은 개런티를 받는다고 해도 그런 공간에서 연주를 계속하는 한 마음 한곳은 허전함과 상실감으로 늘 비어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이 점은 관객 역시 마찬가지죠. 음악이 들리긴 하는데 그 음악이 자신에게 끼치는 영향은 지극히 미미하거나 무관하기에 온전히 음악이 주는 감흥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워지는 탓입니다.

 

예전 ‘90년대 초중반 국내에 재즈에 관한 관심이 반짝 올라간 적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그 현상을 우리는 정확히 거품이라 인식했고 지금도 그렇게 이야기하지만 그 당시에는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도 내한공연을 본격적으로 가지면서 동시에 인터내셔널 재즈 페스티벌도 느닷없이 열리기 시작하니, 뭔가 실체가 있는 것처럼 언론에서도 호들갑을 떨어댔죠. 우리도 국민소득 1만 달러가 넘어서는 시점에 오니 재즈가 어필하는 것이라는 말도 안되는 주장을 펼치는 신문 사설도 등장했었습니다. 사실 잘 언급되지는 않지만 그때에도 서울 시내에 적잖은 수의 라이브 클럽이 동시다발적으로 생겼었는데, 이는 모두 그 당시 재즈 열풍이 불러온 결과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로 넘어가면서 이중 대부분은 유행이 저물어감과 함께 소리 소문 없이 다 사라졌고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것은 그나마 1997년도 대학로에 처음 오픈했던 천년동안도 정도, 그 외엔 현재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지금의 라이브 클럽 열풍이 그때와 유사하게 보이는 것이 그저 저만의 착각일까요? 부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MMJAZZ 편집장 김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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