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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에 연재되었던 엠엠재즈 재즈이야기 컨텐츠들을 이전하였습니다.
글: 안민용, 김충남, 강대원, 김성희, 최규용, 김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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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들렌느 페이루 [Careless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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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모델을 상정하게 된다. 그러니까 만약 당신이 소설가라면 추종하고 싶은 어느 유명 소설가를 기본으로 삼을 것이고 화가라면 어느 유파의 화풍을 준거로서 삼을 것이다. 그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이러한 모델 이론은 그대로 적용된다. 가까운 친구가 되었건 유명한 인물이 되었건 되고 싶은 사람의 전형을 가슴속에 담고 살아갈 것이다. 이 때 준거, 기본이 되는 그 대상은 나 자신이 한 단계 발전하고픈 의지를 갖게 만드는 기폭제가 될 수 있고 반대로 저 대상 때문에 나는 최고가 될 수 없다는 식의 좌절의 요인으로 작용하곤 한다. 어떠한 경우가 되었건 이 모델들은 나를 욕망하게 만든다. 이것은 재즈에서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은 마일스 데이비스가 되기를 꿈꾼다. 그리고 존 콜트레인이 되기를 꿈꾼다. 아니 만약 타임머신이 있다면 과거로 날아가 마일스 데이비스, 존 콜트레인이 등장하기 직전에 ‘So What’이나 ‘Giant Step’ 같은 곡을 멋들어지게 연주하고 싶어 한다. 

이러한 모델에게서 상승의 욕망을 느끼거나 반대로 좌절의 처참함을 느끼건 간에 일단 그 감정을 느끼는 단계에 이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 모델을 모방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의 방식대로 연주하고 노래하며 철저하게 그의 입장에서 사고한 뒤 그를 뛰어넘는 도약의 단계에서 희망과 좌절은 교차될 수 있다. 만약 100퍼센트 그대로 따라 할 수 있다는 것에서 멈추게 된다면 아무도 그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 최규용(2005년 1월)


빌리 홀리데이를 넘어서야 할 운명

이번에 처음 국내에 소개되는 마들렌느 페이루의 앨범 [Careless Love]를 듣게 되면서 떠올랐던 필자의 생각이다. 마들렌느 페이루의 앨범을 들으면 저절로 빌리 홀리데이의 유령을 떠올리게 된다. 그녀가 아직도 구천을 떠돌다가 마들렌느 페이루의 몸속에 들어가 버린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 필자는 그 텁텁한 비현실적인 음색이 혹시 필터 효과가 아니었나 의심을 했을 정도였다. 그만큼 마들렌느 페이루의 노래를 들으면 빌리 홀리데이가 자동으로 연상된다. 다소 탁하고 억눌린 듯한 창법과 음색은 분명 빌리 홀리데이와 닮았다. 게다가 퇴색된 느낌의 사운드도 다양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감상자를 과거로 이끄는 힘이 있다. 
유일한, 그러면서도 중요한 변별점은 페이루의 노래와 사운드가 보다 평온하고 낭만적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빌리 홀리데이의 노래에서 느꼈던 삶의 비애 대신 사랑의 달콤한 슬픔부터 낭만이 마들렌느 페이루의 노래에는 드러난다. 하지만 1차적으로 과거의 명인과 아주 똑같이 노래한다는 것을 확인한다는 것은 묘기 대행진의 성대모사를 보고 즐거워하는 것 이상이 아니다. 그 유사성에 대한 놀람은 두 번째 감상부터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아 보인다. 결국 명인의 모방 속에서 얼마나 자신의 음악적 진정성을 담아내었는가가 빌리 홀리데이라는 마스크를 쓴 마들렌느 페이루의 음악을 바라보는 중요한 지점이 될 것이다. 


감상자를 매혹시키는 감각적인 목소리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마들렌느 페이루의 노래들은 과거를 계승하고 그것을 극복하여 새로움으로 이어지려는 의지가 보인다. 마냥 자신 안에 있는 빌리 홀리데이에 의지하려고만 하지 않음을 확인하게 된다. 실제 우리가 그 유사성에 놀라워하고 있는 동안 그녀는 레너드 코헨과 밥 딜런을 노래하고 블루스 곡 작곡의 대가 크랙 핸디를 노래하니 말이다. 즉, 블루스가 빌리 홀리데이의 음악적 원천이었다면 마들렌느 페이루에게는 블루스만큼이나 포크 음악이 중요한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이처럼 마들렌느 페이루는 음악적으로 복고적인 공간 안에 머무르고 있는 듯하면서도 명백하게 현재에 머무르고 있음을 밝힌다. 그래서 필자는 그녀의 노래를 오래되어서 안정적이고 편안한 소리를 내지만 과거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라디오 같다고 정의 내리고 싶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예상되는 어려움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것은 음악이 아닌 목소리를 모델로 삼아 완벽하게 접근을 하는데 주력했다는데 있다. 그 속에서 자신만의 것을 선곡과 편곡을 통해 담아내었지만 결국엔 그녀 스스로 창법과 음색에 변화를 가져와야 할 순간이 올 것이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우리는 마들렌느 페이루의 노래를 새롭고 신선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것이 반복된다면 결국 약하게나마 뚫고 나온 빌리 홀리데이의 아우라 속으로 다시 함몰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빌리 홀리데이의 아류가 있었다’라는 식으로 그녀는 기억될 것이다. 하지만 이 앨범만을 놓고 본다면 아무래도 좋다. 왜냐하면 비나 눈이 내릴 듯 말 듯한, 꾸물거리는 흐린 오후를 생각하게 만드는 그녀의 음악적 정경이 그 자체로 충분히 매력적이고 마들렌느 페이루의 현재를 잘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녀가 빌리 홀리데이의 ‘짝퉁’으로서 남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무조건 비관적으로 생각할 필요 없이 판단을 유보하는 편이 현재로서는 가장 합리적인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경우가 정말 들어보고 느낀 뒤에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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