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튼 마살리스 [Unforgivable Black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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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 차별의 희생과 극복의 딜레마를 상징하는 미국 흑인들 중 다수가 예술이나 스포츠에 존재한다. 음악에 피부색의 울분을 실은 찰스 밍거스나 맥스 로치, 혹은 과격한 이념에 매달린 아치 셉 등과는 별도로 스포츠 스타는 현실의 울분을 영웅을 통한 대리 만족의 통로로 존재했다. 지금에야 흔하고 흔한 이들이 흑인 스포츠맨이고 복싱 헤비급의 타이틀의 경우 이들의 전유물처럼 수십 년간 챔피언을 배출하고 있지만, 초창기에는 그러하지 않았다. 철권 잭 뎀프시로 대표되며 아성처럼 지속되던 백인 복싱 헤비급 챔피언 계보에 충격을 주며 1908년 흑인 최초로 챔피언에 등극했던 이가 잭 존슨이다. 잭 존슨이 아프로-아메리칸의 뇌리에 깊숙이 자리한 이유는 비단 인종차별을 딛고 일어선 희망인 한편 희생양이기도 한 까닭이다. 방종한 삶, 2명의 백인여성 부인 등 당시 백인의 입장에서 용납하기 힘든 사생활과 이에 따른 노골적인 압력으로 고의로 패배해 왕좌에서 물러나야 했던 결과가 같은 피부를 지닌 이들에게는 희망과 좌절 동정을 동시에 느끼게 하였을 것이다. / 김제홍(2005년 2월)
잭 존슨-마일스 데이비스-원튼 마살리스
잭 존슨에 대한 재즈 뮤지션의 헌정은 1970년 당시 퓨전 재즈 물결을 주도했던 마일스 데이비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솔로 파트를 편집 더빙하는 스튜디오 작업과 당시 그 어떤 앨범 보다 공격적인 일렉트릭 사운드는 아프로-아메리칸의 분노와 아픔을 달리 표출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들기도 했다. 잭 존슨에 대한 마일스 데이비스와 윈턴 마살리스의 공통점이 자신 밖에 할 수 없는 아이덴티티를 강조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일스가 시대의 흐름 중심과 첨단에 서 있었던데 반해, 윈턴은 20세기 초 재즈 현장으로 돌아간 복고적인 음악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 큰 차이라 하겠다. 윈턴 마살리스는 이미 켄 번과 함께 PBS 재즈 시리즈를 제작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잭 존슨의 다큐멘터리 사운드트랙으로 다시 만났다.
이 사운드트랙에서 윈턴 마살리스는 90년대 이후 모토처럼 되어 온 블루스와 스윙을 유난히 강조하는데, 시대적 배경으로는 상당히 효과적이나 영화 플랏과 연관성에 대해서는 필름을 보지 못한 필자로서는 짐작하기 어렵다. 윈턴 마살리스는 [City Movement]처럼 재즈의 모든 전통을 투여하여 수준 높은 무곡을 쓸 수도 있고, [In This House On this Morning] 같이 미 대륙에 토착화된 아프로-아메리칸 교회음악을 고전형태로 비틀어 편곡할 수도 있는 작, 편곡 분야에서도 이미 검증된 거장이다. 그리고 이 앨범에서 그의 능력은 소담스럽고 아기자기하며 정감이 넘치는 방향으로 펼쳐지고 있다.
20세기 초 재즈를 콤보 중심으로 연주하다
링컨 센터 오케스트라 전체가 참여하지는 않았고, 7-8중주단을 중심으로 솔로, 듀오, 트리오 등 여러 형태의 편성을 취하고 있다. 뉴올리언스 재즈, 듀크 엘링턴, 랙타임, 부기우기, 웍 송, 블루스, 스피리츄얼 등을 초기 재즈음악 주변을 세련된 편곡으로 살렸지만, 과거의 것으로 보기에는 너무 깨끗한 녹음이라는 점에서 사전 정보 없이 듣는다면 돈 바이런의 [Bug Music]과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영상을 전제한 때문에 표정변화가 더욱 다양하며 이미 제리 롤 모턴 트리뷰트 음반 등에서 발표했던 곡도 있지만 앨범 컨셉에 무리 없이 어울린다. 네 트랙에서 윈턴 마살리스가 연주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고 음악감독 역할만 담당하지만 그 외 그가 연주에 참여한 경우에는 철저하게 콤보가 중심이 된다. 플런져를 사용하여 음을 뒤틀거나, 한 음에 대한 톤과 뉘앙스 및 폭의 변화를 크게 가져감으로서 색다른 맛을 내는데 큰 역할을 한다. 윈턴이 주도하는 음색은 관악기 사이의 유니즌, 집단 즉흥연주, 카운터 포인터에 까지도 확장되어 있지만 색소폰이나 트럼본의 톤 운용은 트럼펫에 비해 자연스러움과 다양성이 떨어진다.
강한 음색과 도약 다음에 반전되는 느리고 음산한 혼 섹션과 피아노가 등장하는 ‘Love & Hate’, 뉴올리언스 집단 즉흥연주를 띄고 있는 힘찬 행진곡 풍의 ‘High Society’, 블루스가 지닌 처연함 속에 유머를 살짝 띄고 있는 ‘Careless Love Strange Fruit’를 떠올릴 만큼 처절한 레퀴엠 풍의 ‘ Trouble My Soul’ 등 이 앨범에 실린 곡들은 확실히 영상 이미지와 연결되어 있으며 어깨에 힘을 빼고 자연스럽고 여유로운 연주가 들을수록 감칠 맛 난다. 윈턴 마살리스 작품 중에서 감히 최고라는 수식어는 달 필요는 없지만 어렵지 않고 흥미롭기만 한 음반 한 장을 꼽으라면 아마 이 잭 존슨의 성공과 좌절이라는 다큐멘터리 사운드 트랙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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