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로 재해석된 흥미만점 비틀즈 커버 앨범 8선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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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로 재해석된 흥미만점
비틀즈 커버 앨범 8선
지금 소개할 8장의 앨범들은 재즈 뮤지션들에 의해 해석된 비틀즈 송북 앨범입니다. 비틀즈가 현역으로 활동하던 시기부터 워낙 인기가 많았기에 그들 작품의 재해석 작업은 자주 시도되었죠. 그중에서도 널리 알려진 거물급 재즈 기타리스트들이 각자의 아이디어를 담아낸 컴필레이션 형태의 작품집들, 레전드 카운트 베이시가 이끄는 오케스트라의 시원시원한 스윙 빅밴드 편곡에서부터 이 방면의 대표작으로 잘 알려진 조지 벤슨의 명반, 존 피자렐리의 찰진 스윙감이 유쾌함을 전해주는 앨범에서 날렵한 기타 속주로 다이내믹하게 해석한 알 디 메올라의 작품집까지 각 시대별, 스타일별로 두루 골라봤습니다.(지면 관계로 지난 4월호 커버 스토리 기사에 미처 담아내지 못했던 두 작품까지 추가로 포함해 소개합니다)
글/MMJAZZ 편집장 김희준
Count Basie & His Orchestra <Basie's Beatle Bag> Verve/1966 (Recorded 1996)
1960년대 중반 이후 비틀즈 열풍은 최고의 명성을 지녔던 재즈 빅밴드 리더들도 피해갈 수 없었다. 듀크 엘링턴도 비틀즈 곡을 녹음했으며 심지어 카운트 베이시는 앨범 통째로 비틀즈 레퍼토리를 담아내기까지 했으니. 카운트 베이시는 비틀즈음악에 상대적으로 호의적이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두 차례나 비틀즈 커버 앨범을 만들었다. 그중 첫 번째로 발표된 이 작품은 당시 최고조로 물이 올라있던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시원시원한 연주만으로도 수작의 반열에 올리기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녹음시기가 1966년도이니만큼 비틀즈 초기시절 작품들 위주로 선곡이 되어 있는데 그래서 심플하고 시원시원한 스윙 빅밴드로 편곡하기에 더 맞춤하지 않았을까 싶다. 당시 스탄켄튼, 디지 길레스피 빅 밴드의 편곡가로 이름이 높던 치코 오패릴이 30~40년대 풍 빅밴드로 어색함 없이 멋지게 편곡한 것과 함께, 관악기들의 파워 넘치는 총주와 다이내믹이 비틀즈의 재기발랄한 로커빌리 넘버들을 더욱 흥겹게 만들어주고 있다.
George Benson <The Other Side of Abbey Road> A&M/1970 (Rocorded 1969)
재즈로 연주된 비틀즈의 작품들 가운데 장르, 스타일을 떠나 항상 우선적으로 언급되고 또 높은 평가를 받는 앨범. 기타리스트 조지 벤슨이 보컬로 본격적인 일가를 이루기 시작할 때 그의 명성을 한껏 끌어올린 작품으로 비틀즈의 명반 <Abbey Road>의 수록 곡중 Mean Mr. Mustard, Sun King, 포함 5곡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곡을 담아 노래하고 연주했다. 실제 비틀즈의 앨범과는 곡 순서와 접목된 트랙, 편곡 등을 다르게 가져감으로서 원전과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 점이 포인트. 프로듀서인 크리드 테일러가 애비 로드가 발매된 직후 바로 기획해 그 다음 해에 앨범으로 발매하는 기민함을 보인 작품이기도 한데, 허비 행콕, 밥 제임스, 론 카터, 프레디 허바드등 장쟁한 세션을 필두로 편곡가 돈 세베스키의 편곡(향후 CTI레이블의 전형으로 자리잡는 오케스트레이션 스타일)이 강조되어 있다. 70년대 퓨전 시대가 본격적으로 등장함에 따라 백비트가 작품 전면에 나선 연주이면서 동시에 이제 록이 헤게모니를 완벽히 장악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지 벤슨의 보컬과 기타는 그저 훌륭하다는 말밖엔 할 수가 없다.
V.A Come Together <Guitar Tribute to The Beatles> Vol.1 & 2
1993, 1995/NYC
90년대 초, 중반 음반 시장에 신드롬처럼 불었던 게 바로 특정 아티스트에 대한 헌정 앨범이었다. 그게 음반사의 기획으로 해당 곡마다 다른 아티스트들이 연주하게 함으로서 라인업의 화려함을 부각시켜 음악팬들에게 어필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는데 지금 소개하는 이 작품도 그런 케이스에 해당된다. 스무드, 록 퓨전 계열의 작품을 주로 발표했던 독일의 NYC 레이블에서 기획, 제작한 이 비틀즈 헌정 앨범은 장르와 스타일 불문 명성 높은 명 기타리스트들을 곡 마다 초빙해 그들에게 직접 편곡을 맡겨 연주하게 함으로서 해석의 다채로움을 부각시킨 점이 핵심이다. 마크 위트필드, 랄프 타우너, 스티브 칸, 토닝요 호르타, 존 애버크롬비, 아드리안 벨류, 앨런 홀즈워스, 테리에 립달, 웨인 크랜츠, 찰리 헌터, 아담 로저스, 마이클 헤지스 같은 각자의 스타일 분명한 대가들이 비틀즈 넘버들을 연주했다는 사실부터 시선이 안갈 수가 없는 작품! 첫 앨범이 발표된 뒤 2년 후에 동일한 기획으로 라인업은 완전히 달리해 만들었는데 트랙에 따라 완성도의 차이는 일부 있지만 그럼에도 긴말 필요 없이 꼭 두 시리즈를 모두 들어보시길 바란다. 반짝이는 해석의 출중함과 더불어 각 기타리스트의 개성과 연주스타일이 극명하게 비교됨과 동시에 왜 이 연주자들이 탑 레벨의 위치에 있는지를 명확하게 알 수 있으므로.
V.A <(I Got No Kick Against) Modern Jazz> GRP/1995
위 기타 시리즈와 동일한 컨셉트로 GRP레이블에서 만들어낸 작품. GRP 레이블에서 만들었다는 점 때문에 전곡이 팝 퓨전, 스무드 재즈일거라 짐작하실 수 있는데 전곡이 그렇지는 않다. 물론 리 릿나워나 러스 프리맨, 스파이로 자이라, 데이빗 베누아, 데이브 그루신 같은 레이블 소속 연주자들의 음악은 레이블 스타일 그대로 이며 깔끔한 녹음에 편곡적으로도 퓨전 성향에 어울리게 작업되어 있는 편이다. 하지만 명인 피아니스트 매코이 타이너와 당시 신인으로 줏가를 올리기 시작하던 다이애나 크롤, 트럼페터 아루트로 산도발이 참여한 트랙들은 스트레이트한 전통 재즈로 재현되어 있으며 특히 매코이 타이너가 연주한 ‘She's Leaving Home’은 피아노 트리오로 연주되어 본 작의 가치를 새롭게 해주는 호연이다. 여기에 원곡의 모양새를 충실히 따름에도 워낙 노래를 잘해 호감도를 높여주는 조지 벤슨의 ‘Long & Winding Road’ 도 귀를 사로잡는 트랙. 이 방면 이지 리스닝 계열의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작품을 추천 드린다.
John Pizzarelli <Meet the Beatles> RCA/1998 (Recorded 1997)
매력적인 보컬 뉘앙스에 탁월한 스윙감으로 무장한 기타리스트이자 보컬리스트 존 피짜렐리가 탁월한 편곡가 돈 세베스키와 함께 작업한 작품. 14인조 기본 빅밴드 편성에 돈 세베스키가 진두지휘한 40인조 풀 오케스트라가 포진한 보기드문 빅 사이즈 커버 앨범. 아티스트의 성향도 그렇고 이 작품에서 핵심은 비틀즈의 원전을 얼마나 진취적으로 해석하냐에 있지 않다. 얼마나 멋진 스윙 빅밴드 사운드를 담아 재기넘치게 표현해내느냐에 방점이 놓여 있는데 이게 언뜻 평범해보이지만 전곡을 이런 기조로 차별성 있게 편곡한다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다. 그 점에서 돈 세베스키와 합을 이뤄낸 존 피짜렐리의 판단은 성공적이었으며, 고유의 날렵하면서도 통통 튀는 스윙감을 절묘하게 잘 녹여내었다고 생각된다. 첫 트랙인 Can't Buy Me Love 와 When I'm 64 는 애초 스윙곡이었던 처럼 자연스럽게 소화되어 귀에 착착 들러붙는다. ‘90년대 후반 국내 재즈 시장의 거품이 점차 가라앉을 무렵, 라이선스로 발매되기도 했었던 작품이다.
Al Di Meola <All Your Life ; A Tribute to the Beatles> Edel/2013
(Recorded 2012~13)
속주 테크닉으로 널리 알려진 알 디 메올라가 2010년 이후 다시 한 번 커리어의 반등을 이루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하게 된 작품. 다른 악기 없이 오직 기타와 퍼커션만으로 연주되어 있는데, 이 작품이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알 디 메올라의 편곡이 전 트랙에 걸쳐 깔끔하게 잘 이뤄졌다는 점, 두 번째로 그의 기타연주다. 예의 현란한 피킹 속주를 강조하기 보다는 음악적인 흐름에 어울리는 균형감을 유지하고 있는 면이 호감으로 와닿는다. 본인이 솔로와 컴핑을 모두 맡아 더빙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데, 장식선율도 멋지고 배킹과 솔로의 어우러짐이 아주 훌륭하게 연계되어 있다. 즉흥연주 역시 전체적으로 설득력 있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본 작의 강점. 화성보단 리듬과 템포, 타이밍으로 기존 비틀즈의 대표명곡들에 새로움을 부여하고 있는 게 매력 포인트로 와닿는 작품. 추가로 비틀즈가 직접 만든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녹음했다는 사실도 본작의 소소한 팩트중 하나이다.
Iiro Rantala <My Working Class Hero> ACT/2015 (Recorded 2015)
뚜렷하고 선명한 피아노 타건과 음색에 드라이브 감 강한 업 템포 연주 스타일로 정평이 나있는 핀란드 출신의 실력파 피아니스트 이로 란탈라가 발표한 몇 종의 피아노 독주 앨범중 유일한 특정 아티스트 커버 모음집. 그것도 비틀즈와 존 레논의 곡들로만 선곡, 연주한 작품집이 바로 이 앨범이다. 애초 그의 의도는 존 레논의 작품집으로 시작된 것이었으나 앨범 수록곡의 절반 가까운 다섯 곡 정도가 비틀즈 레퍼토리들이 담겨져 있어 이 리스트에 포함시켰다. 이로 란탈라의 경우 어린 시절부터 비틀즈와 존 레논에 대한 애정이 컸고 그들로 인해 음악에 빠져들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실제 앨범의 연주는 오히려 화려함 대신 담담하고 절제된 면을 보인다. 곡의 멜로디를 크게 변화시키지 않고 슬로우, 미드 템포와 악센트에 화성으로 곡을 새롭게 해석하고 있는 란탈라의 아이디어는 전체적으로 심플한 편이지만 결코 평범하지도 않다. 무엇보다 곡의 멜로디를 더 집중해서 곱씹어 듣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Imagine이나 In My Life, 앨범 말미의 All You Need is Love 의 해석에서 확인할 수 있듯 기본적으로 서정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으며 그와 동시에 멜랑콜리함 대신 연주 안에 응축된 힘을 불어넣고 있다. 앨범 전체를 두고 볼 때 압도적인 명연이라고 말하기엔 다소 부족함이 있지만 시나브로 가슴에 파문을 불러일으키는 힘은 결코 평범하지 않은 작품. 여유로운 해석 가운데 상당한 강건함이 느껴진다.
V.A <A Day in the Life : Impressions of Pepper> Verve/2018 (Recorded 2018)
비틀즈의 레퍼토리, 그것도 ‘67년도 걸작 <Sgt. Pepper Lonely Hearts Club Band> 앨범 전체를 재해석하기 위해 모인, 총 12명의 지금 시대 감성과 스타일을 지닌 뮤지션들. 드러머 안토니오 산체스와 마카야 맥크레이븐, 기타리스트 마리 할버슨, 트럼페터 키욘 해롤드, 하프 연주자 브랜디 영거, 피아니스트 설리반 포트너와 카메론 그레이브, 오닉스 콜렉티브등 지금 시대의 음악성을 대변하는 개성 넘치는 연주자/그룹들이 각 트랙을 맡아 실로 삐딱하고 도발적인 해석을 보여준 작품이다. 안토니오 산체스의 강력한 록 드러밍과 타악기의 중첩에 이은 현란한 이펙트 사운드, 이어지는 마리 할버슨의 톤도 음정도 의도적으로 삐딱한 기타, 오닉스 콜렉티브의 사이키델릭함 충만한 몽환적인 사운드등 참여한 뮤지션들의 면모만큼이나 연주된 곡들의 성향이 하나같이 제각각이라서 절대로 작품 전체의 일관된 프로듀싱을 느낄 수는 없지만 애초 기획 자체가 거기에 놓인 것이 아니다. 얼마나 자신의 색깔과 아이디어를 해당 곡을 소재로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가, 그들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성공적으로 녹여낼 수 있는가에 방점이 놓인 기획! 이 작품이 얼마나 기이하냐면 피아니스트 설리반 포트너의 솔로 연주‘ When I'm Sixty Four’ 의 트래디셔널한 스윙 피아노가 오히려 앨범 전체를 놓고 볼 때 엉뚱하고 이질적으로 느껴질 정도라는 것이다. 고로 장르를 떠나 현재의 다채로운 음악적 면모를 확인하기에 이 작품만큼 좋은 것도 찾기 어려울 것 같다. (일반적인 재즈로 국한시기키 어려운 연주가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 작품과 앞서 소개해드렸던, 대략 20여년전 만들어졌던 기타 트리뷰트 앨범과 사운드를 직접 비교해보시라. 음악적 경향이 얼마나 많이 달라졌는지를 단번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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