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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k

음악 시사 칼럼 - 표절과 레퍼런스, 그 흐릿하고도 저열한 경계선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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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과 레퍼런스,

그 흐릿하고도 저열한 경계선

 

 

최근 국내 음악계의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방송 진행자겸 팝 뮤지션 유희열의 표절논란 사태는 한동안 잠잠하게 보였던 가요판의 부정적인 면들을 다시 한 번 들춰내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분명 부정적인 사안이지만 한편으론 다행이라고 생각되는 측면도 있는데, 주지하다시피 BTS를 포함한 몇몇 아이돌 팀의 성공적인 해외 진출 사례로 지난 수년간 가요계는 (표면적으론) 잔치판이었고 마치 한국의 대중음악계가 이제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했다는 식의 설레발 기사들이 여기저기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었던 차였는데, 이런 잔치판 이면에 오래 전부터 또아리 틀고 있었던 여러 가지 문제점들, 특히 그중에서도 만성 고질병처럼 오래된 표절 및 저작권 침해 관련 문제가 또 다시 수면 위에 올라오면서 다시 한 번 우리를 냉정하게 되돌아볼 시간이 마련된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MMJAZZ 편집장 김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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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의 전반적인 흐름

 

그런데 이번 유희열 표절 논란사태는 지금껏 국내 대중음악계에서 불거졌던 이전 사례와 비교해 진행 과정에서 다소 다른 상황이 감지되는데, 먼저 카피 대상이 되었다고 할 수 있는 곡 ‘Aqua’를 만든 일본의 저명한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 측에서 유희열의 곡 아주 사적인 밤에 대해 분명 유사성이 보이지만 더 문제 삼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은 너그러운 서신 형태의 답변을(공식 입장문이 아니고 언론에 공개하지 않기를 바라는 사카모토 측의 뜻을 헤아려 서신이라고 표현했음을 밝힙니다. 추가로 지금까지 국내 언론에 알려진 모든 사카모토측의 이야기가 다 언론공개용이 아니었으며 유희열의 소속회사인 안테나 측에 자신의 뜻을 전달하는 용도였다고 합니다) 받았음에도 대중들의 비난과 비판이 전혀 사그러들지 않고 여전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이건 지금까지 일어났던 표절 및 저작권 침해 관련 사안과는 회자되는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기에 더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필자가 보기에 대중들이 여전히 비판적인 시각을 세우고 유희열을 강하게 비난하는 첫 번째 이유는 원작자가 어떤 식으로 관대한 취지의 발언을 했건 간에 두 곡간의 유사성이 너무 강하고 표절혐의에 대한 심정적인 공감이 크기 때문이며, 두 번째로는 그 이후부터 유희열이 그간 자신의 작품들에서 선보였던 다른 해외 곡들의 표절/레퍼런스 차용 사례들이 온라인을 통해 우후죽순격으로 마구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유튜브에 유희열 표절로 키워드만 넣어도 최근 새로 만들어진 그의 과거 곡들에 관한 표절비교 컨텐츠가 스무개는 넘는 걸로 확인됩니다. 그리고 지금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어서 그 수는 늘어나고 있죠) 마지막으로 가장 큰 이유는 비록 사과는 했지만 모호하고 물타기식 논점으로 자신에게 향해있는 비난을 흐리고 피해가려는 유희열의 태도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유희열을 포함해 그가 대표로 있는 안테나 측은 이번 표절 사태를 촉발한 한 ‘Palebluenote’ 라는 유튜버의 문제 제기를 반년 가까이 묵인하고 있다가 그 유튜버가 직접 사카모토 측에 의견을 보내고 그쪽에서 실제 답변이 오고 나서야 뒤늦게 반응했죠. (그들은 담당자가 제대로 유희열에게 피드백을 주지 않아서 놓친 실수라고 답변을 남겼지만 전후 과정을 염두에 두면 그 말에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서 발표한 유희열측의 공식 입장 문에서도 자기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뮤지션의 작품이 기억에 남아 무의식적인 차원에서 반영되다 보니 이렇게 유사한 곡이 나오게 되었다고 답변하면서 의도치 않은 본인의 실수인 것처럼 에둘러 변명하는 식으로 대응하는 바람에 더더욱 논란의 불씨를 키워버렸는데, 그게 동정여론을 형성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게 결정적으로 그가 과거부터 계속 반복해왔던 유사한 형태의 표절 의심 곡 사례들이 계속 불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만약 이번이 처음이었거나 유사 사례가 적었더라면 이렇게까지 논란이 확산되진 않았겠죠.

 

3 표절 대상이 된 곡 Aqua 가 처음 수록된 류이치 사카모토의 앨범. 이 작품 또한 사카모토 본인의 피아노 솔로로 연주되었다..jpg

 

표절 대상이 된 곡 Aqua 가 처음 수록된 류이치 사카모토의 앨범. 이 작품 또한 사카모토 본인의 피아노 솔로로 연주되었다

 

 

그간 유희열은 토이(Toy)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9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작품 활동을 해오면서 국내 대중음악계에서 실력 있는 작, 편곡가로 회자되어 왔으며(심지어 천재라는 수식어를 받기도 했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주변의 동료 뮤지션들에게 곡을 제공하기도 했었죠. 처음 출발점에서부터 그는 방송을 통해 인기를 얻은 아이돌 계열이 아니라 라디오와 앨범을 통해 팬 층을 키워온 아티스트였고 또 그렇게 큰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에서 그간 표절 사례가 되었던 박진영, 유영진, 김도훈등 여타 대중음악 쪽 인간들과는 출발점에서부터 차이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와 비슷한 선상에 놓을 수 있는, 국내 대중음악계에서 나름 음악성과 작품성이 있다고 인식되었던 뮤지션의 표절 및 관련 논란 사례가 그리 많지는 않은데, 싱어송라이터 김현철, 이적, 윤상, 김동률 같은 경우를 유희열과 함께 언급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유희열의 곡들 가운데 표절 및 유사성 관련 언급이 전혀 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대부분은 산발적인 차원에서 언급되다 흐지부지 묻혔고, 이번처럼 전면에 대두되면서 문제가 커진 건 그의 커리어를 통틀어 처음입니다.

 

 

음악은 물론이고 타 분야에서도 표절은 지적 재산권에 반하는 저열한 범죄행위라는 걸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는 없을 겁니다. 쉽게 말해 남의 것을 훔치는 도둑질인데, 이런 명확한 대전제와 달리 세부적인 상황에 들어가면 판단 기준에 대한 경계선이 잘 보이지 않아 다양한 해석이 생길 수 있죠. 유희열은 바로 그 점을 파고 들어 약삭빠르게 작품을 만들어 내어왔다는 다분히 의심 섞인 눈총을 현재 받고 있는 중입니다. 그게 한 두번으로 끝났으면, 아니 최소한 아주 사적인 밤만 공개하지 않았더라도 유희열은 아무런 문제없이 방송인이자 기획사 대표로 계속 승승장구 했을 거에요. 하지만 꼬리도 길면 밟힌다고, 그가 지금까지 발표한 곡들 가운데 아주 사적인 밤과 유사한 방식으로, 사전 레퍼런스가 된 곡에서 리듬과 조성, 그리고 멜로디와 악기 편곡들에 일부 변화를 주고 간주 부분의 진행을 임의로 바꾸는 식으로 재포장함으로써, 실제 뮤지션이나 음악 관련 전문가가 아니라면 잘 알아채기 힘들게 작업해 자기 곡인 것처럼 발표한 게 적지 않으며 그게 온라인을 통해 계속 확대되면서 현재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현재 논란선상에 있는 곡들은 유사성 정도가 아주 사적인 밤이상인 경우도 종종 보입니다. 이런 이유로 지난 6월 말경부터 유희열이 진행하고 있는 공중파 방송 스케치 북 방청 게시판에서는 그를 향한 하차요구가 끊임없이 빗발치고 있으며 유희열에게 지난 사카모토 건과 별개로 제대로 된 입장표명을 요구하는 대중들이 적지 않음에도 아직 이에 관해서는 별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가 결국 여론에 못 이겨 지난 7월 중순경 프로그램 하차 및 폐지를 발표했습니다.

 

대중음악 평론가로 활동해오고 있는 강일권씨의 저서 [K-POP 신화의 그림자 ; To All the Music Kids]를 살펴보면 저자는 구체적인 표절 및 혐의사례들을 언급하며 국내 대중 음악판의 지난 표절 실태를 직설적으로 언급한 바 있는데, 새삼 구구절절 과거 사례들을 끄집어내어 나열하지 않더라도 가요계에서 표절의 역사 및 관련 사례는 부지기수이며 아주 오래 되었습니다. 다만 현재까지 법원에서 공식적으로 표절판결을 받은 경우는 몇 개 되지 않으며(필자가 확인한 바로는 공식적으로 3건이며, 법적 소송으로 번진 경우는 박진영이 만들고 아이유가 불렀던 ‘Someday’를 포함해 총 네 건입니다. 박진영의 곡은 2심까지는 표절판결을 받았다가 최종 3심에서 판결이 번복되었죠. 추가로 80~90년대 표절 문제는 모두 공윤위를 통해 심의판정을 받았기에 법정으로까지 가질 않았습니다) 그 이유인즉 표절로 의심되는 곡들의 카피 대상이 대부분 해외 아티스트들의 곡이기에, 그들이 표절 논란에 오른 곡의 존재를 알고 소송을 걸지 않는 한 법적으로 저작권 침해 사례가 인정될 수 없는 탓입니다. 다시 말해 법적 친고죄가 성립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인데, 그 점에서 봐도 이번 유희열의 아주 사적인 밤표절 논란은 상당히 독특합니다. 한 유튜버의 문제제기로 인해 시작되어 두 당사자들에게도 전달되고 결국 MBC 같은 주류 언론에서까지 토론 형태로 공론화시킬만큼 이슈가 커졌고, 그 과정에서 해당곡 원작자의 법적 소송도 전혀 없었고 심지어 유희열을 다소 옹호하는 면죄부성 코멘트까지 주었음에도 비난이 지속된다는 건 지극히 이례적이라는 거죠. 물론 그 과정에서 잇뮤직크레이이티브라는 기묘한 커뮤니티를 끼고서 마치 사카모토의 국내 대변인 역할을 하는 거처럼 언론 대응을 하면서 유희열을 감싸는 행태를 보여주는 등 그들 스스로가 불씨를 키운 불찰도 분명히 있긴 했습니다만, 그건 음악 자체의 문제에 비해 다소 지엽적인 거라고 판단됩니다. 아마 최소한 수년 전이었더라면 이쯤에서 일단락이 되었을 거라고 보는데, 개인적으로는 마치 음주운전 사고를 낸 유명인들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과 잣대가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지고 아주 단호해진 것과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법적인 판단, 주류 언론의 기사들과 별개로 작용하는 대중들의 여론 및 공감대 흐름이 확실히 생기기 시작한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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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MBC 시사프로그램 100분 토론에 나왔던 두 패널. 임진모 평론가와 뮤지션 김태원.  특히 김태원이 방송에서 유희열의 표절 논란에 대해 강하게 비판조로 이야기한 것이 큰 파급력을 준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사태가 시사하는 두 가지 포인트

 

이번 유희열의 표절사태는 큰 틀에서 우리에게 생각할 화두 두 가지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먼저 표절에 관한 일반 대중들의 인식전환, 그리고 법적 기준에 대한 재정립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카모토 류이치가 직접 저작권 침해관련 법적 대응을 하지 않고 넘어가겠다고 함으로서 유희열은 저작권 침해에 관한 법적 책임은 면하게 되었죠.(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사카모토측에서 이 곡이 표절이 아니라고 말한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두 곡간의 유사성이 분명 있지만 법적으로 문제삼을 것 까진 아니라고 말한 것이죠. 이걸 마치 표절이 아니라고 확인해준 것으로 오해하시면 안됩니다) 하지만 그 이후 불어닥친 후폭풍은 되레 거세져 법적 책임은 면했을지언정, 도의적 책임과 비난은 곱절로 받는 신기한 상황을 맞게 되었는데, 이건 전적으로 온라인 시대를 통한 대중들의 직접적인 의견 개진과 그를 통한 반사 효과라고 봅니다. 기존 여론이 하지 못하는, 혹은 할 수 없는 일들이 온라인 네트워크의 활성화로 가능해진 사례라 할 수 있을텐데, 비록 법적인 재제를 받지 않고 배상액을 물지도 않아 금전적으로는 현재 별 피해를 입은 것 없지만, 현재 유희열은 데뷔 이후 가장 힘들고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이하고 있으며, 자칫 이 상황을 어영부영 무마시키고 무대응으로 넘어가려고 하면 이미지에 더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이렇기에 단순히 법적 친고죄 성립 유무를 떠나 표절 사례로 의심되는 경우라면 이번처럼 적극적으로 일반 대중들이 의견을 피력하고 서로 간의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게 아주 중요한 시점에 도달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단지 이것만으로도 곡을 만드는 뮤지션들을 공개적으로 여론재판에 올리고 그들의 도덕성에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 것이죠. 한편으론 도가 지나치고 마녀사냥이라는 식의 이야기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지만 솔직하게 제가 판단하기에 유희열은 지금껏 특정 곡의 레퍼런스 카피를 상습적으로 너무 많이 해왔다고 봅니다. 그걸 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 계속 해온 것이 지금 뒤늦게 큰 후폭풍을 맞고 있는 거죠. 심지어 몇몇 방송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을 토대로 볼 때 그걸 잘못된 거라고 전혀 인지하지 않은 것처럼 보일 때도 있던데, 그런 생각을 데뷔 초반부터 갖고 있었던 거 아닌가 싶습니다.

 

4 로빈 씨크가 2013년도에 발표한 앨범의 동명 타이틀 곡 'Blurred Line' 이 마빈 게이의'1977년 곡'Got to Give it Up' 을 표절한 걸로 최종 판결이 나서 이 곡의 공동 작곡가인 퍼렐 윌리엄스와 함께 500만 달러 이상의 배상금을 물었다. 현재 이곡의 공동 작곡가로 마빈 게이가 올라가 있는 상태이다..jpg

로빈 씨크가 2013년도에 발표한 앨범의 동명 타이틀 곡 'Blurred Line' 이 마빈 게이의'1977년 곡'Got to Give it Up' 을 표절한 걸로 최종 판결이 나서 이 곡의 공동 작곡가인 퍼렐 윌리엄스와 함께 500만 달러 이상의 배상금을 물었다. 현재 이곡의 공동 작곡가로 마빈 게이가 올라가 있는 상태이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이 두 가지 중에서 실제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들에게 가장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건 바로 법적 기준에 대한 재정립이라고 보는데, 그 점에서 지난 2007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국내 저작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표절로 인한 저작권 침해 관련 내용들이 예전 90년대 초까지 적용되었던 8마디 멜로디와 리듬, 코드의 동일성 여부에서 탈피해 더 다양한 관점에서 해당곡들간의 유사성이 논의할 수 있도록 법 규정이 유연하게 바뀐 건 다행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필자가 보기에 법 규정 내용이 다소 모호하고 중의적이어서 상황에 따라 법적인 판단 기준이 바뀔 수 있는 가변성 또한 여전히 내포되어 있기에 이 점에 관한한 세부적인 지침들이 앞으로 좀 더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추가로 영미권의 경우에서처럼 음악 관련 전문 포렌식도 별도로 두어 법적 분쟁이 생겼을 경우 표절 의심 사례 곡들의 유사성에 대해 더 정밀하게 다각도로 따져볼 필요성도 있을 겁니다. (최근 팝계의 주요 표절 사례중 로빈 씨크의 ‘Blurred Line’, 에드 시런의 ‘Shape of You’, 샘 스미스의 ‘Stay with Me’ 법적 판결과정에서 음악 전문 포렌식이 좋은 역할을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런 과정을 거쳐 법적으로 표절로 인한 저작권 침해 판정이 이뤄지면 원작자에게 저작권을 넘기는 건 물론이고, 부분적으로 아이디어를 가져왔다고 판단되는 부분에 한해서 공동 저작권자로 이름을 등재한 이후 수익을 상환하는 것에 더해서, 향후 동일한 사람에게서 문제가 또 반복이 될 경우 전체 창작 활동을 통한 수익활동에까지 제한을 두는 식의 강한 제재 조치가 있어야 영악하며 자기기만적인 표절 사례가 좀 더 줄어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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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ll Got the Blues 를 작곡한 게리 무어. 무의식적인 표절에 관한 주요한 판결 사례로 이야기할 수 있는 곡. 

 

어느 창작자는 분명 이렇게 하소연 할 겁니다. 대중음악의 표현 문법이 일정한데 어떻게 완벽한 오리지널을 구현할 수 있냐고. 지금껏 자신이 들어온 수많은 음악들이 기억에 남아 부지불식간에 발현될 경우는 어떻게 하냐고. 물론 간혹 그렇게 곡이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미 해외에선 그런 경우라도 별도의 예외를 두지 않고 무의식적인 차원에서 이뤄진 표절로 공식 판결한 사례가 여러 건이며, 그로 인해 로열티를 반납하거나 공동 저작권자로 이름을 올리는 식으로 해당 논란을 마무리 지었죠. (이에 관한 적절한 사례가 게리 무어와 샘 스미스의 히트곡 ‘Still Got the Blues’ ‘Stay with Me’ 입니다. 이 곡들은 각자 법적인 과정은 다르게 마무리되었지만 두 곡 모두 의도적인 표절이 아닌, 무의식적인 차원에서 발현된 걸로 볼 수 있습니다. 추가로 게리 무어의 곡은 표절 대상 곡인 독일 밴드 Jud’s GallaryNordrach가 법적 소송 당시 저작권에 등록되어 있지 않아서 원고측에 배상금을 지불하는 선에서 마무리 된걸로 확인이 됩니다. 생전 게리 무어는 끝까지 표절혐의를 부인했지만 말이죠)

 

7 싱어송라이터 샘 스미스. 히트곡 Stay with Me 로 표절 논란이 일었고 결국 원작자인 톰 페티와 합의해 저작권 정리를 원만하게 마무리했다..jpg

싱어송라이터 샘 스미스. 히트곡 Stay with Me 로 표절 논란이 일었고 결국 원작자인 톰 페티와 합의해 저작권 정리를 원만하게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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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on't Let Down 의 원작자인 록 뮤지션 톰 페티. 2017년 세상을 떠나기 전 샘 스미스의 곡과 자신의 곡의 유사성을 언론을 통해 언급해 결국 해당곡의 공동 작곡자로 이름을 올렸다. 

 

또한 창작자가 스스로 표절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있다면 만들어진 곡들에 대한 여러 경로의 재확인과 검토를 병행할 수 있을 것이고 그 과정을 통해 표절 논란은 분명히 줄어들 수밖에 없을 거라고 봅니다. 그 정도의 자기 검토와 자정이 없이 창작을 하고 대중들 앞에 공개하는 건 너무 무책임한 배설행위라고 생각되지 않나요? 개인적으로는 자기가 그 정도로 좋아했고 영향을 받았다는 아티스트의 음악인데 시간이 좀 지났다고 그 곡을 기억 못할만큼 흐릿하게 남아 자신의 것으로 착각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가 몇몇 예능프로와 방송에서 말하는 내용을 두고 보건데 그는 결코 아둔한 기억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레퍼런스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이제는 인식을 달리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 단어가 국내에서 언제부터 통용되었는지는 정확하진 않지만 여러 자료를 검색해본 결과 2000년대 초반부터 언론에서 언급이 되기 시작한 걸로 추정됩니다. 그 시작은 표절 시비에 오른 뮤지션들의 인터뷰를 통해 불거진 거로 보이는데, 이 단어의 뜻은 말 그대로 참고하다이죠. 즉 특정 아티스트의 개별 곡에서부터 넓게는 해당 뮤지션의 프로듀싱 전반에 걸친 사운드 메이킹 특징까지 다 포함해 음악을 만드는 데 참고를 하는 것인데, 일단 그 출발점에서부터 자신의 오리지널리티를 상당 부분 포기하는 겁니다. 어느 누구와 유사하다는 평가를 깔고 갈 수밖에 없는 거에요. 적어도 본인의 음악을 하려는 뮤지션이라면 그런 평가에 대해선 스스로 부끄러워 해야 마땅합니다. 관대하게 보더라도 그런 참고사례는 두어 차례에서 그쳐야 되죠. 굳이 누구의 아류라는 걸 대놓고 지향하고 싶다면 상관없겠지만...그리고 그 레퍼런스의 범위와 정도가 어느 정도이냐에 따라 노골적인 표절로 보이는 지점이 반드시 생겨나게 되는데, 이번 유희열의 논란은 바로 그 지점에 놓여있는 것 같습니다. 이걸 그간 비슷한 케이스로 인해 논란선상에 오르내렸던 여러 국내 작곡가들, 심지어 이번 유희열 사태에선 일부 평론가들까지 가세해 마치 당연한 듯이 입장 변호를 위한 방패막이로 레퍼런스와 샘플링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게 저로선 어이가 없습니다. 굳이 자기가 좋아하는 뮤지션의 작품과 유사한 느낌을 담아내고자 한다면 그건 전체 프로듀싱이나 편곡의 차원에서 적당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무엇보다 그렇게 만들어진 곡과 앨범은 자신의 오리지널리티도 나름 담고 있어야 하죠. 큰 틀에서 누구의 영향권 내에 있다고 할지라도 말입니다. 각 시대마다 유행하고 주류가 되는 스타일이 늘 있는 게 대중음악이지만 그 속에서도 명망 있는 뮤지션들은 각자의 색깔을 다 담보해 자기 작품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서 코드를 포함한 멜로디와 리듬전개, 악기 편성까지 비슷하다면(그게 4마디이건 8마디이건 간에) 그건 레퍼런스가 아니라 그냥 표절, 혹은 샘플링, 인용인 겁니다. 딥 퍼플의 ‘Smoke on the Water’ 의 인트로 기타 리프, 토토의 ‘Africa’ 도입부의 드럼 패턴, 마이클 잭슨의 ‘Billie Jean’ 의 드럼과 키보드 인트로처럼 특정한 곡들의 매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시그너처 테마, 리프와 인트로 등을 유사하게 가져올 경우엔 이유고하를 막론하고 길이가 길든 짧든 그 부분에 대해서 표절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봅니다. 아니면 사전에 해당 부분에 관한 원작자의 어느 곡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는지를 뚜렷하게 명시해 놓던지. 처음에 마치 자기 곡인양 발표했다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문제가 되면 그때서야 모른 척 저작권자와 슬그머니 합의해 바꾸는 얌생이 짓을 하지 말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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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오 그룹 스틸리 댄의 1981년도 걸작 [가우초]. 모든 면에서 시대를 대표하는 AOR  명반으로 인정받지만 이 앨범의 동명 타이틀 곡은 키스 재럿의 곡을 레퍼런스삼아 만들었다.  

 

재즈 팬의 관점에서 이번 사태에 딱 들어맞는 예로 팝 음악사에 길이 남을 명 듀오인 스틸리 댄의 곡 ‘Gaucho’를 언급할 수 있는데, 피아니스트 키스 재럿의 1974년도 앨범 <Belonging>에 수록된 ‘Long as You Know You're Living Yours’ 의 주요 뱀프(Bamp)와 그루브, 멜로디와 화성까지 상당부분 가져와 곡의 핵심 모티브로 활용해 만들었음을 이 팀의 멤버인 도널드 페이건이 나중에 시인했죠. 그 이후 이 곡의 작곡가 및 저작권 등록은 키스 재럿을 포함해 도널드 페이건과 월터 베커 이렇게 세 명이 공식 등재되었고 해당곡의 저작권 수익도 나눠 갖게 되었습니다. 그게 키스 재럿이 직접 법적인 소송을 걸겠다고 문제를 삼았기 때문에 정리가 된 것이지, 만약 재럿이 그냥 내버려 뒀더라면 넘어갔을 가능성이 아주 높았을 겁니다. 이 두 곡을 비교해보면 국내에서 레퍼런스, 혹은 샘플링으로 언급되는 여러 사례들과 일치합니다. 레퍼런스 표절에 관한 참고 차원에서 꼭 한번 비교해서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일례로 데이빗 포스터가 여기저기에 프로듀서 및 작곡가로 이름을 올리며 주름잡았던 70~80년대 미국의 AOR /록 신에서는 우후죽순격으로 그와 유사한 스타일 아류들이 등장했지만 그럼에도 시카고나 토토, 케니 로긴스, 알 재로우, 마이클 맥도날드 같은 그 분야의 일류급 아티스트들은 유사함 속에서도 자기 음악을 구축했죠. 심지어 데이빗 포스터를 직접 프로듀서 및 편곡자로 초빙해 같이 작업해도 자신의 개성을 그 안에 녹여내기 위해 노력했고 그렇게 앨범을 만들었습니다. 적어도 국내 최고의 명성을 가진 뮤지션이라면 그 정도 퀄리티를 만들어내지 못할 지언정 그런 태도와 마인드는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도 레퍼런스라는 말을 사용하긴 했으나 그건 작곡기법의 차원에서 이야기한 게 전혀 아니라, 말 그대로 특정 방향을 가져가기 위해 이해하기 편하게 참고하는 예시 정도였습니다

 

5 80~90년대 팝계를 주름잡았던 작,편곡가 겸 프로듀서 데이빗 포스터. 당시 영미 팝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프로듀서중 한명으로 섭외대상 1순위였다. 또한 그의 작풍은 그 시대 팝의 표본과도 같았다..jpg

80~90년대 팝계를 주름잡았던 작,편곡가 겸 프로듀서 데이빗 포스터. 당시 영미 팝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프로듀서중 한명으로 섭외대상 1순위였다. 또한 그의 작풍은 그 시대 팝의 표본과도 같았다.

 

Epilouge

대중음악은 필연적으로 그 시대의 트렌드와 유행을 반영하고 성공을 거두기 위해 그 트렌드를 따라가려는 창작자들이 어느 시대이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그렇기에 음악을 만들어내는 창작자들에겐 늘 표절의 유혹이 생길 수밖에 없고 또 과거와 현재, 국내외를 막론하고 늘 생겨왔어요. 본문에선 이번 유희열 사례를 중심으로 이야기 했지만 그 외에도 비슷한 선상에 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국내 뮤지션들은 무척 많습니다. 게다가 우리가 잘 아는 대중음악계의 진짜 레전드들, 비틀즈와 롤링 스톤즈, 레드 제플린도 과거 표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으며 앞서 언급한대로 오아시스나 샘 스미스 같은 지금 시대의 대형 팝 스타들도 마찬가지로 표절로 인한 저작권 침해로 해당 곡에 관한 로열티 일부, 혹은 전체를 돌려줬던 사례가 있습니다. (물론 이들은 상호간에 현명하고 적절한 대처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지 않았고 이로 인해 커리어에 별 흠집이 나지도 않았죠. 특히 샘 스미스와 톰 페티의 상호간 합의과정은 표절 사례임에도 두 사람 모두 아주 바람직한 태도를 보여주어 이 분야의 적절한 귀감이 될 정도입니다) 이렇듯 대중음악 영역에서는 앞으로도 표절 및 그로 인한 저작권 분쟁과 침해는 끊임없이 생겨날 겁니다. 하지만 법적으로 더 디테일하고 입체적인 규정에 따른 모범적인 판례가 계속 생기고, 그와 함께 언론과 대중들의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선이 유지된다면 얄팍하고 저열한 의도로 인한 표절 사례는 분명히 줄어들 겁니다. 그런 과정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며, 단순한 친고죄 성립 유무를 떠나 대중들의 시선과 인식이 아주 중요하다는 게 이번 유희열 표절 논란사태로 인해 뚜렷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점만으로도 향후 음악 창작자들의 표절유혹을 많이 진정시킬 수 있겠죠.

음악 창작자들의 작품을 듣고 거기에 공감하며 감동을 하는 대중들은 그 곡을 통해 자신의 감성을 키우고 정서적으로 성장해 나갑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아티스트에 대한 애정과 존경심을 갖고 팬이 되는데, 그게 시간이 지나 모두 다른 데서 비롯된 거짓임을 알게 되었을 때의 허탈함과 상실감은 너무나도 클 수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열혈 팬들의 경우엔 배신감까지 느낄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현재 음악 팬들의 날 선 반응 또한 이런 부분에서 오는 게 아주 클 터, 창작자들은 아무쪼록 이 점을 꼭 헤아려 음악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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