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조슈아 레드맨(Joshua Redman) 그녀와의 협연, 내게 또 다른 감성 일깨워줘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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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hua Redman
생애 첫 보컬 협연작 발표한 최고의 색소포니스트/밴드리더
그녀와의 협연, 내게 또 다른 감성 일깨워줘
재즈 신에서 화제성과 인기, 음악성을 함께 겸비한 극소수의 뮤지션중 하나인 조슈아 레드맨이 오랜 기간 파트너쉽을 유지해온 워너 산하의 넌서치 레이블과 결별하고 새롭게 블루노트로 이적했다. 이것도 그의 입장에선 꽤나 큰 변화이지만 그와 함께 발표한 새 앨범은 그 이상의 새롭고 독특한 시도를 담고 있었다. 바로 보컬리스트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커리어 처음으로 담아낸 것. 언뜻 보면 좀 더 친숙하고 대중적인 컨셉트를 반영한 것이 아닌가 짐작할 수 있는데, 실제 그 속을 살펴보면 그와는 사뭇 다른, 여러 가지 음악적 의도를 내포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의도는 외형적인 화려함과 기술적인 차원의 접근이 아니라, 좀 더 본질적인 것, 내면의 뭔가를 끄집어내기 위한 것이 아닐까 짐작되어 그에게 직접 몇 가지 질문을 보냈더랬다. 그랬더니 너무나 양질의 충실한 답변을 보내주어 그 내용 전체를 정리, 공개한다. 아마 올 상반기 그의 연주를 직접 국내 무대에서 듣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 인터뷰는 레드맨의 팬에게 꽤나 좋은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인터뷰/김희준 사진/Blue Note, Jack Smith
이번 앨범 <Where We Are>는 가시적인 특징이 두 가지 있습니다. 먼저 당신의 커리어 처음으로 레이블 이적을 했다는 것인데 이전 워너를 포함해 넌서치에서 30년 가까이 함께 하다가 이번에 헤어지게 되었죠. 파트너쉽을 오래 유지해온 레이블이었기에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거 같은데 특별한 이유나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먼저 그렇게 오랜 기간 동안 워너/넌서치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로서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이 제겐 행운이었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깊은 고마움을 느낍니다. 예전 어릴 때의 난 스무장은 커녕 한 장의 앨범도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그것도 하나의 음반사와 함께 할 거라곤 전혀 상상도 못했던 일이죠. 정말 너무나 경이롭고 멋진 관계였어요. 그들과 함께 할 때 난 늘 존중받고 지지해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존중은 어느 것보다 제 음악에 대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만약 재즈처럼 비상업적인 음악을 연주한다면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 맞죠. 다른 사람, 다른 곳에서 제 음악 커리어의 한 챕터를 마무리했다는 걸 믿을 수가 없지만, 내 생각에 이제 새로운 모험을 위해 다른 단계로 넘어가야할 때인 것 같습니다.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 보단 새로운 과정을 위한 것이라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그렇게 처음으로 블루노트와 함께 하게 되었으며 그것 또한 제게 너무나 영광이고 기쁜 일입니다. 사실 어떤 재즈 뮤지션이 재즈사에 가장 훌륭하고 위대한 레이블과 함께 일할 기회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그들과 함께 재미있고 즐거운 일들을 만들어나갈 수 있길 기대합니다.
이번 앨범에 참여한 멤버들, 좌측부터 애런 팍스, 조슈아 레드맨, 보컬리스트 가브리엘 카바사, 브라이언 블레이드, 조 샌더스
그리고 두 번째로 당신이 처음으로 보컬리스트와 협연작을 이번 앨범을 통해 발표한 점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이것 또한 기존의 당신 앨범을 들어온 분들이라면 쉬이 예상을 못했을 텐데, 보컬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하게 된 이유가 있었는지
보컬과의 협연은 제가 항상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일이고 오랫동안 제 마음속에 담겨져 있던 것중 하나였죠. 다만 그동안 다른 작업에 비해 다소 멀리 밀려나 있었습니다. 색소폰 연주자로서 소편성 재즈 그룹에서 핵심 멜로디 악기주자로서 전 선율적인 주의를 끄는 가장 중심적인 위치에 있어왔고 밴드 즉흥연주의 선율적인 방향을 만드는 관점에서도 제가 늘 주도하는 역할을 해왔었죠. 그리고 그건 연주자로서 축복이자 한편으론 저주이기도 합니다(웃음) 물론 전 멜로디를 아주 좋아하며 그건 재미있고 음악에 힘을 실어줍니다. 하지만 방법적인 관점에서 그렇게 하는 게 때론 제한된 측면도 분명 있다고 느껴왔었던 것도 사실이죠. 때론 난 단지 음악에서 상호보완적이고 서포트 해주는 존재가 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합니다. 경청과 공감, 대화와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것이 내 음악적 강점 중 하나였습니다. 그렇게 접근할 때 내 음악적 성격의 측면을 더 깊이 탐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생각하며, 항상 음악 속에서 나 자신의 방향을 잡는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가져야 할 경험, 키워야 할 다양한 관계, 수행해야 할 다양한 역할 등... 이번 앨범에서 보컬리스트와 함께 작업하는 것은 제 음악의 새로운 측면, 음악적 개성을 키우고 역량을 넓혀나가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되었어요. 그리고 다소 역설적이게도 이번 프로젝트 앨범은 아마도 나의 가장 성숙하고 표현력이 풍부한 멜로디와 서정적 연주를 포착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상하고 신기하게도 그것을 이뤄내기 위해 스포트라이트에서 약간 벗어나야 했던 걸까요? 모두들 잘 알고 있듯 인간의 목소리는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럽고 강력하며 매혹적이고 감동적인 악기입니다. 누가 그 일에 참여하고 싶지 않겠습니까?!
그 외에도 작품 컨셉트 자체가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미국 각 주요 도시를 테마로 한 곡들을 폭넓게 고른 것도 인상적이며 그 곡들을 편곡, 소화해낸 밴드의 어프로치도 무게 있는 감동을 전해준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곡들에 담긴 이야기만 고려해보더라도 여느 평범한 발라드 앨범으로 생각되지 않았는데, 당신이 앨범을 기획한 의도가 무엇인지 대략적으로 말해줄 수 있을까요?
맨 처음 제 의도는 그저 가브리엘과 함께 앨범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창의적이고 흥미롭고 정직하고 진정성 있는 무언가를 담은 앨범, 진실하고 감동적이며 영감으로 충만하며, 도전적이고 우리 자신과 청취자 모두에게 설득력 있는 음악. 그걸 해보자는 것이었죠. 그런데 사실 이건 지금껏 제가 해온 다른 프로젝트도 별로 다르지 않은데, 제 생각에 여기서 가장 큰 차이점은 아무래도 가브리엘인거 같아요. 우린 녹음하기 전 리허설 때 처음 만나기 전까지 서로 전혀 알지 못했죠. 그때 이틀 정도 함께 리허설을 가졌는데 그때 느낌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어요. 이후 우리가 음반에 대한 기획을 시작했을 때, 그리고 레퍼토리를 뭐로 할지 고민할 때, 스탠더드에서, 팝, 제 오리지널 곡등 선택해 소화할 수 있는 폭이 너무 넓어서 놀랄 정도였죠. 거기에다 우리의 선택에 도움이 되어 줄만한 경험적인 기반이 없어서 되레 막막했는데, 그때 서로 이야기하다 즉석에서 미국의 주요 도시들에 관한 곡들을 찾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넓은 선택의 기준을 좁히는 데에도 도움이 될 거 같았고. 그때만 해도 그 아이디어에 앨범의 주된 핵심 컨셉트가 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했고 그저 시작점을 찾기 위한 정도로 잡으면 족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앨범을 만들어 가다보면 결국 그 틀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그렇지만 결국 우리는 다음과 같은 앨범을 만들게 되었으며, 이 작품은 표현적인 내용과 의미 있는 형식을 모두 갖추게 되었습니다.
궁극적으로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 그 자체이며, 음악이 우리와 청취자에게 불러일으키는 감정, 분위기, 아이디어, 제안, 질감 및 몸짓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미국, 혹은 우리 세계에 관한 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이 반드시 국가에 대해 어떤 종류의 결정적인 진술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마도 그것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선포라기보다는 일종의 사유, 묵상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기억, 꿈과 현실 장소의 프리즘을 통해 사랑과 상실, 이별과 귀환, 상처와 치유, 희망과 두려움, 로맨스 등 인간의 보편적인 서정적 주제를 탐구하는 앨범입니다.
함께 한 보컬리스트 가브리엘 카바사의 여유로운, 음을 최대한 내면에 담아 절제하는 노래가 무척이나 큰 감흥을 전해줍니다. 이 작품 전에는 인지하지 못했던 보컬리스트인데 어디에서 그녀를 발견하셨나요? 무척이나 훌륭한 재능을 지닌 것 같습니다. 특히 감성적인 표현의 측면에서 말이죠
맞아요. 가수로서 가브리엘의 특별한 능력은 감정 표현의 깊이와 정직함, 친밀함, 연약함, 관능적인 면을 두루 아우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녀는 아름다운 악기를 갖고 있으며, 그에 대한 뛰어난 테크닉과 이를 잘 컨트롤 할 수 있는 절제력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주 일찍 깨달은 한 가지는 가브리엘이 기술적 정확성이나 완벽함보다 항상 정서적인 힘과 공명을 선택하는 가수 유형이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제가 그녀에게 끌린 이유였고, 그녀의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즉시 내 귀를 사로잡은 이유였습니다.
2021년 가을 뉴올리언스에서 어떤 파티에 참석했던 내 매니저 앤 마리 윌킨스를 통해 그녀에 대해 들었는데 가브리엘이 그곳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 매니저가 내게 이 가수의 노래를 듣고 있다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녀가 이전에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가수였는데 완전히 매료되었다고 했죠. 그때는 여전히 팬데믹이었고, 나는 집에 있었고,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이 매력적인 가수를 한 번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녀의 앨범 중 일부를 찾아 들어봤죠. 그 노래들은 훌륭했습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탁월함을 넘어 내가 알아차린 다른 뭔가가 있었어요. 그건 마음을 사로잡고 유난히 마음을 사로잡는 감성적인 무언가였습니다. 이건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네요.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녀의 노래가 나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깊이 자극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직접 연락을 취했고 우리는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우린 함께 음반을 만들었어요.
해당 곡 지역 출신의 뮤지션을 섭외해 곡에 맞게 피처링 시킨 것도 재미있게 보였어요. 이 아이디어도 당신의 것인지요?
네. 맞아요. 그것은 재미있는 일종의 위트, 장치 같은 거였어요. 사실 녹음할 때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어요. 음악가들에게 실제로 그런 의도를 설명한 적이 없습니다. 나는 그들이 연주가 자신의 고향을 대표할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도, 기대하지도 않았죠. 그러니까 제 말은, 그건 어차피 그들이 자연스럽게 할 일일뿐, 그들이 의식하거나 노력할 만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렇죠? 언제나 그렇듯이 목표는 창의적이고 영감을 주는 음악을 함께 만들고 서로를 지원하며 노래에 집중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머지는 의도하지 않아도 알아서 진행되는 것이었어요. 내 생각엔 그랬던 것 같아요.
St. Louis Blues 나 New York, New York 처럼 도시와 지명을 제목으로 한 곡들이 적잖이 더 있는데, 혹시 다른 도시를 제목으로 갖고 있는 곡들을 더 리스트에 포함시켰다가 앨범에 담지 않은 경우도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네, 많은 긴 리스트가 있었어요. 그들 중 몇 곡은 초기 시험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고, 일부는 준비를 시작했지만 리허설은 하지 않았습니다. 또 그 중 일부는 리허설을 했지만 녹음은 하지 않았습으며, 그중에서도 몇 곡은 녹음까지 했지만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일부는 아마도 이 특정 프로젝트에서 결코 빛을 보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일부는 다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미 그렇게 했죠. 우리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점차 자료를 추가하고 레퍼토리를 확장해 왔습니다. 단순한 ‘컨셉트’로 시작해서 음반이 되고, 이제는 살아 숨쉬며 여행하는 ‘유기체’가 된 이 음악적 콜라보레이션의 자연스러운 진화를 경험하는 것이 저로선 아주 즐거웠습니다. 그것이 제가 재즈와 재즈 공연에 대해 그토록 좋아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아무것도 미리 설정되고 준비되지 않았습니다. 종점은 없습니다. 반드시 명확하고 구체적인 의도나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순간의 정신을 포착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투어마다 다릅니다. 매일 밤이 다릅니다. 물론 노래에는 항상 존재하는 필수적인 것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결코 같지 않습니다.
당신의 커리어에서 본 작과 같은 성향의 발라드적인 앨범은 흔치 않죠. 10년전 스트링 파트와의 협연이 인상적이었던 <Walking Shadows> 이후 처음인 걸로 아는데, 이런 여유로우면서도 깊이 있는 발라드 앨범은 확실히 경험과 연륜이 필요한 작업인 것 같습니다. 이번 앨범을 작업할 때 음악적으로 어떤 점을 가장 신경 썼는지 궁금합니다.
이번 앨범에 담긴 음악을 포함해, 어떤 음악이든 가능한 한 정직하고 창의적이며 영혼을 담아 연주하려고 노력해왔어요. 난 발라드 연주를 좋아해요. 맞아요. 오래전부터 항상 발라드 연주를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발라드는 잘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나는 좋은 발라드를 연주하는 게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내가 그걸 '잘'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30년 전보다 지금이 훨씬 더 잘하는 것 같아요! 결국 진부한 말을 하게 되는데, 나이와 경험, 지혜와 성숙함과 감수성과 깊이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이 진부한 표현이라고 해도 어쩔 수가 없어요. 받아들입니다. 좋은 발라드를 연주하기 위해선 이런 게 갖춰져야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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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이번 앨범에 참여한 멤버들, 가운데가 보컬리스트 가브리엘 카바사.jpg (File Size: 1.14MB/Download: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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