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마치 즉흥 연주하듯 작곡 아이디어 떠올린다, 하워드 쇼어(Howard Sh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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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리포트#7 영화음악가 '하워드 쇼어(Howard Shore)'
'가장아름다운 이별'이란 과연 이상적인 관용어구로서만 존재하는 걸까.
살아가며 맞닥뜨리는 수많은 관계의 마지막에서, 우리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 건지 혼란스러운 경우가 많다. 특히 친밀한 연인, 가족, 친구 혹은 동료들과의 관계를 지속해나가는데 있어서는 출발점의 숫자만큼 다양한 방식의 마무리가 있게 마련이다.
혼돈의 성장기, 필자에게 하나의 지침서 같았던 영화가 있다. 18세기후반 미국의 수도이기도 했던 동부의 도시 '필라델피아(Philadelphia)'의 이름을 그대로 딴 동명영화이다. 1992년, 〈양들의 침묵 (The Silence of Lambs, 1991)〉으로 아카데미 5개 부문을 석권하며 헐리웃에서 큰 주목을 받은 조나단 뎀(Jonathan Demme)감독의 후속작으로서 당시 30대 중반의 나이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톰 행크스(Tom Hanks)와 댄젤 워싱턴(Danzel Washington)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환자와 변호사역할을 맡으며 연기대결이 돋보였던 이 영화는 유년시절 필자의 인식에 동성애를 전면으로 등장시킨 첫 영화이지만 거부감이나 생소함보다는, 어떤 사랑받는 한 사람이 인상적으로 세상과 이별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던 소중한 영화였다.
오늘의 주인공은 이 영화에서 음악감독을 맡으며 이후 마틴 스콜세지(Martin Scorsese)와 함께 〈갱스 오브 뉴욕 (Gangs of New York, 2002)〉, 〈에비에이터 (The Avitor, 2004)〉, 〈디파티드 (The Departed, 2006)〉를 함께하는가 하면 데이빗 핀쳐(David Fincher)감독과 함께 〈세븐 (Seven, 1995)〉을, 또 최근에는 피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 3부작 및 호빗 시리지의 음악을 맡으며 아카데미 음악 감독상을 받는 등, 꾸준하고도 화려한 작품 활동을 계속 이어오고 있는 하워드 쇼어(Howard Shore)이다. 이 거물 영화음악가가 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 얼핏 재즈와는 별 상관이 없을 것처럼 보이는 이 영화음악가의 커리어에 의외의 반전이 숨겨져 있다.
그는 캐나다 토론토 출신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알토 색소폰 연주자로서 버클리음악학교에 재학하기 위해 미국으로 이주한다. 그는 작곡을 전공하며 학창시절에 연주뿐 아니라 음향학, 녹음기술, 전자음악등에 꾸준한 관심을 갖고 있었으며, 영화음악을 그의 모든 관심사를 음악을 통해 융합할 수 있는 매체로 생각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는 영화음악 작곡가 이전에 색소폰 연주자로서 음악여정을 먼저 시작한다. 듀크 엘링턴(Duke Ellington)과 그의 빅밴드 멤버들이 공동작곡한 히트곡 'I'm Beginning to See the Light'에서 이름을 차용해온 캐나다밴드 'Lighthouse'에서 색소포니스트로 연주활동을 시작한 그는 1970년대 초까지 함께 투어를 다니며 몬터레이(Monterey)와 뉴포트(Newport) 재즈 페스티벌등 메이저 무대에 오르며 경력을 쌓아나갔다.
Lighthouse'는 1969년 Toronto City Hall에서 25,000명의 관객 앞에서 단독공연을 갖는등 재즈밴드로는 드물게 1971년, 싱글 'One Fine Morning'으로 캐나다 빌보드차트 2위에 오르는 등의 성공적인 밴드활동을 마친 후 하워드 쇼어는 팀을 탈퇴해 다양한 음악활동을 해나가기 시작한다.
1975년부터 1980년까지 NBC방송의 'SNL; Saturday Night Live'의 음악감독을 맡으며 동시에 1978년부터 영화음악작업을 시작한 그는 이미 〈택시 드라이버 (Taxi Driver, 1976)〉와 〈성난 황소 (Raging Bull, 1980)〉로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한 마틴 스콜세지(Martin Scorsese)감독과 블랙 코미디영화 〈특근 (After Hours, 1985)〉를 함께 제작하며 메이저 영화음악감독으로 자리 잡는다. 이후 우리나라에서 톰 행크스를 가장 크게 알린 영화 〈빅 (Big , 1988)〉의 음악감독을 맡으며 이후 〈필라델피아〉에서의 호흡을 기대하게 한다.
그는 〈양들의 침묵〉으로 영국아카데미시상식에서 음악상에 노미네이트 된 후 팀 버튼(Tim Burton)감독과 조니 뎁(Jonny Depp)의 환상적인 호흡이 돋보이는 영화 〈에드 우드 (Ed Wood, 1994)〉를, 데이빗 핀처(David Fincher)감독과는 〈세븐〉을 작업하는 등 헐리웃 영화계에서 이름을 떨쳐나가기 시작한다. 이후 마틴 스콜세지와 꾸준히 작업을 해나가며 〈에비에이터(The Avitor, 2004)〉, 〈디파티드 (The Departed, 2006)〉등 명작에서 음악감독을 맡아가지만, 하워드 쇼워에게 최고의 명성을 얻게 해준 영화는 뭐니 뭐니 해도 2001년부터 매해 한 작품씩 총 세편의 시리즈로 29억 달러의 수익과 17개의 아카데미트로피를 거머쥔 반지의 제왕 3부작('Lord of the Ring' Triology)이다.
사실 하워드 쇼어는 19세기 후반이 배경이었던 〈갱스 오브 뉴욕〉의 전투장면에서 록비트의 음악을 삽입하는가 하면 영화 〈필라델피아〉에선 브루스 스프링스턴(Bruce Springsteen)이나 닐 영(Neil Young), 피터 가브리엘(Peter Gabriel)등의 팝스타들을 중용하거나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의 '어머니는 돌아가시고(La Mamma Morta)'를 삽입해 주인공 앤드류 베켓(톰 행크스)의 상황을 더욱 비극적으로 표현하는 등 전통적인 클래식기반의 영화음악작곡가인 존 윌리암스(John Williams)나 엔리오 모리코네(Enrio Morricone)의 오케스트라를 활용한 접근보다는 조금 더 밴드음악이나 소규모 편성의 음악이 주를 이루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반지의 제왕 음악을 제작하며 보란 듯이 대편성 음악을 작곡하기 시작한다.
수많은 매체에서 존 윌리암스의 〈쉰들러 리스트〉나 한스짐머의 〈글라디에이터〉를 제치고 가장 사랑받는 영화음악으로 등극한 반지의 제왕 사운드트랙은 100개가 넘는 모티브(음악적 주제선율)를 다루며 총 13시간가량의 음악을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등 230~400명의 뮤지션이 함께 녹음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역시 3부작으로 이루어진 호빗 시리즈〈The Hobbit: 뜻밖의 여정(An Unexpected Journey), 스마우그의 폐허(The Desolation of Smaug), 다섯 군대의 전투(The Battle of Five Armies)〉와 함께 가장 사랑받는 오케스트라 레퍼토리중에 하나로 자리잡기도 한 반지의 제왕 음악은 리차드 바그너 (Richard Wagner)의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Der Ring des Nibelungen)'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하워드 쇼어가 직접 밝히고 있다.
현재까지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며 작품을 제작중인 그는 밴드음악과 퓨전 재즈 밴드에서 시작해 반지의 제왕시리즈를 통해 대규모편성의 오케스트라음악을 들려주면서도 여전히 영국의 여가수 애니 레녹스(Annie Lennox)에게 'Into the West (왕의 귀환편 엔딩 크레딧음악)'를 작곡해주는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그는 영화음악작업을 하며 '즉흥연주'기법을 끊임없이 상기한다고 인터뷰에서 밝힌바 있다.
"즉흥연주기법은 제가 자라오며 음악을 바라보는 주요한 관점입니다. 저는 아이디어들을 무의식상태에서 끊임없이 흐르도록 내버려둔 상태에서 마치 J.R.R 톨킨(반지의 제왕 원작자)의 책을 읽고 피터 잭슨(Peter Jackson; 반지의 제왕 감독)의 영상을 보며 마치 작은 즉흥연주그룹에서 그에 반응하여 연주하는 듯한 상상을 하곤 합니다. 그 아이디어들을 조합해서 오선지에 적고, 오케스트레이션을 하는 등 조금 더 기술적인 과정을 거치면서 그 음악들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것이지요."
이렇듯 같은 색소포니스트겸 매체음악가로서 그의 행보를 보며 필자는 큰 용기와 위안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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