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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Green Book] 으로 새로이 조명받는 재즈아티스트/영화음악가, 크리스 보우어스(Kris Bowers)

색소포니스트 신현필이 전하는 재즈와 영화 이야기 <마이너리티 리포트>

 
마이너리티리포트 #10 <그린북>으로 새로이 조명받는 재즈아티스트/영화음악가, 크리스 보우어스
 

불현듯 우리 앞에 등장한, 이미 완성된 재능

 

같은 음악가로서 넘치는 재능을 갖고 있는 이를 알게 될 때, 부러움과 더불어 묘한 질투심이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크리스 보우어스(Kris Bowers)는 필자에게 바로 그런 존재이다. 아직 20대 후반이지만 이미 뛰어난 재즈 피아니스트임은 물론, 장르를 넘나드는 폭넓은 활동으로 탄탄한 커리어를 쌓아왔다. 특히나 이번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조연상, 각본상을 수상한 영화 <그린북>의 음악을 맡아 직접 연주는 물론, 아름다운 선율의 곡들을 작곡한 바 있는 다재다능한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허나 아쉽게도 가진 음악적 역량은 로버트 글래스퍼와 비견될만함에도 아직 우리에겐 잘 알려진 바가 없는데, 이번 <그린북>으로 인해 좀 더 우리에게 회자될 것으로 보여, 내친 김에 여러분들께 한번 맘먹고 소개할까 한다.

 

Photo Credit: Janette Beckman

 


 

#1 Who.

 

1989년 L.A.에서 태어난 그는 4살부터 부모님의 뜻에 따라 클래식 피아노 레슨을 받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는 또래들에게 가장 유행하던 힙합음악을 피아노로 연주하길 즐기며 마치 스펀지처럼 다양한 장르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이후 예술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로는 멀그루 밀러(Mulgrew Miller)에게 사사받으며 재즈의 매력에 빠져서, 오직 재즈음악만을 탐닉하는 시간을 보내고 이후 뉴욕으로 이주하며 줄리어드 대학에서 재즈연주로 학사와 석사를 받는다.

 

2011년 7년마다 열리는 몽크 재즈경연대회 피아노부문에서 우승하며(매년 다른 악기를 심사한다) 이름을 알린 그는 같은 해 발매된 제이지(Jay-Z)와 칸예 웨스트(Kanye West)의 합작앨범 <Watch the Throne> (2011, Def Jam Recordings)에서 큐팁(Q-Tip), 루다크리스(Ludacris) 등과 함께 힙합 트랙을 작업하기도 하였다. 다음해인 2012년부터 마커스 밀러(Marcus Miller)의 열한번째 스튜디오앨범인 <Renaissance> (2012, Dreyfus Jazz)작업을 하면서 색소포니스트 알렉스 한(Alex Han), 트럼페터 션 존스(Sean Jones)등과 함께 월드투어를 하기도 한 그는 2013년 콩코드 레이블(Concord Label) 기획으로 색소포니스트 월터 스미스 3세(Walter Smith III), 베이시스트 벤 윌리엄스(Ben Williams), 2006년 몽크 재즈경연 피아노부문에서 먼저 입상했던 피아니스트 제랄드 클레이튼(Gerald Clayton)등의 젊은 재즈뮤지션들의 목소리를 담아낸 프로젝트앨범 <Cover Art> (2013, Concord)’에서 Next Collective라는 밴드 명으로 참여하기도 하였다.

 

 

사이드 맨으로 특히 그의 개성이 가장 잘 드러난 앨범 중 하나는 오랜 시간 호흡을 함께 맞춰 온 보컬리스트 호세 제임스(José James)의 다섯 번째 스튜디오 앨범 <While You Were Sleeping> (2014, Bluenote) 일 것이다. 이 앨범에서 그는 공동 프로듀서를 맡으며 건반과 스트링 편곡, 신디사이저를 연주했다. 앨범은 재즈를 기반으로 한 소울, R&B에서 포크적인 느낌까지 다양한 색채의 트랙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특히 그가 작곡에 참여한 2번 트랙 ‘U R The 1’에서의 느슨한 듯 하지만 묘한 그루브를 만들어내는 드럼트랙은 그가 오랜 시간 교류해온 퀘스트러브(Questlove; 본명은 Ahmir Khalib Thompson)의 영향이 아주 강하게 느껴진다. 또 4번 트랙 ‘Anywhere U Go’나 10번 트랙 ‘EveryLiggltThing’에서는 강한 록기타리프가 중심이 되는 등 이 앨범에서 크리스 보우어스는 앨범 전체에 다양한 음악적 색깔을 만드는데 큰 기여를 한다. 이후 그는 소울의 여왕이라 불리는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 트롬본 연주자 로빈 유뱅크스(Robin Eubanks), 드러머 하비 메이슨(Harvey Mason) 등에게 발탁되어 연주활동을 계속 이어나간다.

 


 

#2 Heroes + Misfits

 

Heroes + Misfits

 

한편 크리스 보우어스는 2012년 20대 초반의 나이로 콩코드 레이블에서 데뷔앨범 <Heroes + Misfits> 2014년도에 발표한다.

앨범타이틀처럼 그의 음악적 영웅들, 그리고 사회에 적응을 잘 하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반추해 그려낸 앨범으로 로버트 글래스퍼 익스페리멘트(Robert Glasper Experiment)의 멤버로도 잘 알려진 알토 색소포니스트 겸 보코더연주자 케이시 벤자민(Casey Benjamin), 소울 색소포니스트 케네스 웰럼 3세(Kenneth Whalum III; 소울 섹소포니스트 커크 웨일럼(Kirk Whalum)의 아들이기도 하다)을 필두로 재즈를 기반으로 한 록, R&B, 힙합장르를 총망라한 걸작이다. 로버트 글래스퍼가 블랙 라디오 <Black Radio> (2013, Bluenote)’를 발표하면서 재즈뮤지션으로서 그래미시상식에서 올해의 R&B앨범을 수상하며 큰 주목을 받기도 이전에 발표한 이 앨범은 크리스 보우어스가 전곡을 작곡했다. 그의 부모님들이 가장 사랑했던 뮤지션 스티비 원더를 존경하는 의미에서 담은 6번째 트랙 ‘Wonder Love’를 소울가수 크리스 터너(Chris Turner)와 함께 작업하는 한편 3번트랙 ‘#TheProtester’에선 케이시 벤자민의 강렬한 색소폰 연주와 보코더를 들을 수 있다. 또 8번트랙 ‘Drift’에선 케이시 벤자민과 케네스 웰럼 3세와의 알토, 테너 섹소폰 연주를 들을 수 있으며 마지막트랙 ‘Way of Light’에선 호세 제임스와의 협업을 통해 그동안 호세 제임스 개인음반에서 들을 수 없었던 정서를 담을 수 있었다.

끊임없는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그의 음악성과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지만, 본인의 앨범이란 오직 그만의 소리와 개성을 담을 수 있기에 다음 두 번째 앨범을 더욱 기대하게 된다.

 


 

#3 Greenbook

 

Greenbook

 

얼마 전에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 그린북 <Green Book>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 각본상, 작품상을 수상하며 평단의 찬사를 받은 영화이다. 스파이크 리(Spike Lee)감독이나 영화 ‘블랙팬서 [Black Panther, (2018)]’의 주인공 채드윅 보스만(Chadwick Boseman)등에게 흑,백 인종갈등에 대한 왜곡된 시각이 극화되었다는 비평을 받기도 했지만 재능에 비해 후세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피아니스트 돈 셜리(Don Shirley (1927~2013), 1940,50년대에 클래식과 재즈를 결합한 음악으로 20여장의 음반을 발표하면서 왕성한 활동을 했던 실존인물이다)의 음악을 더 많은 사람들이 재조명할 수 있게 기여한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90년대, 짐 캐리를 일약 스타덤에 올린작품, 덤앤 더머 시리즈 <Dumb and Dumber (1994)>와 카메론 디아즈(Cameron Diaz)를 금발미녀 캐릭터의 전형으로 만들어준 영화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There’s Something About Mary> (1998)’등을 연출한 후 이렇다한 흥행작을 내지 못했던 감독, 피터 파렐리(Peter Farrelly)에게 발탁된 크리스 보우어스는 사실 영화의 각본을 보기 전까지는 마하샬라 알리(Mahershala Ali)가 연기한 피아니스트 돈 셜리에 대해 들어본 적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이 작품은 크리스 보우어스에게도 첫 번째 장편상업영화작업이지만 농구선수 코비 브라이언트(Kobe Bryant)의 삶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뮤즈 [Muse, (2015)]’의 음악작업을 하는 등 이미 여러 편의 다큐멘터리 작업을 통해 매체음악 작곡가로서의 역량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던 중이었다.

 

 

그는 자신의 삶이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맡기 위해 철저히 준비되어 온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얘기할 정도로 영화의 음악작업에 깊이 빠져들었는데, 돈 셜리가 직접 녹음한 앨범을 모니터한 뒤 영화에 직접 삽입할 수 있을 만큼 음질이 뛰어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매일 하루에 8시간 이상을 몇 달간 연습할 만큼 압박감과 열정을 갖게 되었다. 특히 현재 남아있는 원곡의 악보가 없기에 첼로, 베이스파트는 물론 피아노의 모든 화성과 솔로를 직접 사보하고 연습했다고 한다.

 

그는 흑인영가와 블루스를 기반으로 한 동시대의 음악들을 광범위하게 조사하며 영화에 적극 활용하고 쇼팽(Frédéric Chopin)이나 드뷔시(Debussy), 어빙 벌린(Irving Berlin), 에릭 사티(Erik Satie)등의 클래식음악도 직접 연주하거나 선곡하여 삽입했다. 특히 그가 연주해 영화에 삽입된 스탠더드 넘버 ‘Lullaby of Birdland’를 들어보면 클래식에서 재즈를 넘나드는 돈 셜리의 색채가 이 한곡에 전부 담겨있다. 조지 쉬어링(George Shearing)이 찰리파커의 별명을 따서 만든 맨해튼의 재즈클럽 버드랜드(Birdland)에서 착안해 1952년 작곡한 이 곡을 크리스 보우어스가 재편곡해서 삽입한 이 곡은 마치 낭만파시대를 연상케 하는 인트로로 시작해서 멜로디로 들어가면 근대음악의 기틀을 마련해 음악의 아버지라 일컬어지는 바흐(Johann Sebastian Bach)의 전형적인 스타일인 대선율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한다. 곡 중간으로 접어들면서 점점 화려한 화성과 리듬을 섞어가며 재즈적인 색채를 짙게 드러내기 시작하고 다시 클래식적인 종지를 하며 돈 셜리와 크리스 보우어스 사이의, 60여년이라는 시대적 차이를 넘어서 음악은 시공간을 관통하는 예술형태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뉴욕 타임즈는 그의 음악에 대하여 진지하고 (Serious), 생각이 깊고(Thoughtful), 정돈되어있고 (Organized) 절제되어 있다(Restrained)고 평했다. 본 칼럼에서 지금껏 필자가 이 코너의 주제로 다룬 뮤지션 중  가장 나이가 어리지만 이미 상당한 역량을 갖춘데다, 앞으로 그의 무한한 가능성의 행보를 보여줄 것으로 보이기에 망설임 없이 소개한다. 영화 <그린북>을 흥미롭게 본 관객이라면 더불어 이 젊고 장래 창창한 아티스트의 이름도 함께 기억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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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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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3335
b3335
그린북 재미나게 본 영화인데, 크리스 보우어스의 연주와 음악이었군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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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
2019.05.03.
Johnk
Johnk b3335
한번 찾아서 이 젊은 뮤지션의 음악 들어보시길 추천드림다. 감각도 뛰어난데다, 예상을 넘어서는 센스가 아주 훌륭한 아티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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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5
2019.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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