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 오랜 파트너쉽 통해 이룩한 멋진 영화와 음악들! 레니 니하우스와 클린트 이스트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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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리포트 #11
레니 니하우스(Lennie Niehaus) &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
오랜 파트너쉽 통해 이룩한 멋진 영화와 음악들!
영화 ‘버드 [The Bird(1988)]’, ‘용서받지 못한자 [Unforgiven, (1992)]’,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The Bridges of Madison County, (1995)]’, ‘밀리언 달러 베이비 [Million Dollar Baby, (2004)]’, ‘그랜 토리노[Grand Torino, (2008)]’. 이 영화들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이미 큰 키에 카우보이모자를 비스듬히 쓴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를 자연스레 떠올릴 것이다. 이제는 아흔에 다다른 노장중 노장이자 미 영화계를 대표하는 명감독 반열에 올랐지만 젊었을 때엔 자타가 공인하는 미남배우로 활약했었더랬다.
또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재즈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꽤 특별한 존재다. 그는 코미디언 빌 코스비(이자 전직 드러머), 영화감독 우디 앨런(이자 클라리넷 연주자)과 더불어 재즈에 가장 헌신적인 패트론이며, 실제로 곡을 쓰고 피아노를 연주하는 뮤지션이기도 하다. 1996년에는 직접 당대 최고의 연주자들과 함께 ‘Eastwood After Hours Live’라는 공연을 만들어 무대에 오르기도 했고, 수많은 다큐멘터리와 영화에서 재즈 사랑을 공공연히 드러내 왔다. 심지어 그는 아들을 프로페셔널 뮤지션으로 키우기 까지 했는데, 2010년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기도 했던 베이시스트 카일 이스트우드(Kyle Eastwood)가 그의 첫째 아들이기도 하다.
이렇게 장황하게 서론을 펼친 이유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으로 활동을 시작할 당시 그의 영화에 음악을 입혔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가장 신뢰하고 아꼈던 뮤지션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대중적으로 익숙한 이름은 결코 아니지만 영화 애호가들은 그의 음악을 한번쯤은 들어봤을 재즈뮤지션. 바로 레니 니하우스(Lennie Niehaus)다.
1929년 세인트루이스 미주리에서 태어난 레니 니하우스는 무성영화 시대에 극장에서 라이브 음악을 담당하던 오케스트라의 수석 바이올린 연주자였던 아버지의 연주를 보고 들으며 자랐다. 곧 유성영화의 시대가 시작되고 할리우드 스튜디오 연주자로 새롭게 직업을 찾아 떠난 아버지와 함께 L.A.로 보금자리를 옮긴 그는 학교 오케스트라에서 오보에 연주를 담당하던 중 빅밴드 음악을 접한 후 재즈의 매력에 푹 빠졌다. 당시 그는 아버지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 스스로 번 푼돈을 모아 75달러짜리 색소폰을 구입해 매일 오보에와 색소폰을 번갈아가며 연습하기 시작했다.
1945년, 열정만 넘치던 16세의 평범한 풋내기 뮤지션 레니 니하우스는 우연히 한 뮤지션의 연주를 듣고 큰 충격에 빠진다. 그의 영혼을 사로잡은 뮤지션은 다름 아닌 찰리 파커(Charlie Parker)였다. 찰리 파커는 당시 디지 길레스피(Dizzy Gillespie)와 함께 두 달간 L.A.에 머물며 자신만의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였는데, 이 음악이 바로 비밥(Bebop)이었다. 비밥에 매혹된 어린 레니 니하우스는 평생 재즈 뮤지션으로 살기로 결심한다.
10대 시절 다양한 악기를 섭렵한 레니 니하우스는 작곡전공으로 대학에 진학한다. 학교에서는 12음 기법을 창안해 클래식 음악계의 새 지평을 연 아놀드 쇤베르크(Arnold Schoenberg)를 공부하고 학교 밖에서는 자신의 재즈 밴드를 꾸려가며 다양한 음악경험을 해간다. 그가 22세가 되던 1951년, 스탄 켄튼 빅밴드(Stan Kenton Bigband)에서는 아트 페퍼(Art Pepper)의 빈자리를 찾을 연주자를 구했고, 레니 니하우스는 그 자리에 지원, 1년간 알토 색소폰 연주 및 편곡을 맡으며 프로 연주자로 성장해갔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두 사람의 인연
한국전이 한창이던 이듬해 그는 군에 입대하게 된다. 여기에서 레니 니하우스는 앞으로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을 잘생기고 키 큰 사내와 첫 대면을 하게 된다. 신병훈련소에서 훈련 중 부상을 당해 병실에 입원을 하게 된 그를 당시 조교였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챙기게 된 것. 이렇게 처음 대면한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가까워진 건 그 이후다. 레니 니하우스는 자신의 장기를 살려 장교전용 클럽에서 재즈 쿼텟을 이끌며 연주를 했고, 한쪽 구석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평소 좋아하던 재즈를 실컷 들으며 바텐더 일을 하면서 그의 실력과 재능을 확인했던 것이다. 이렇게 두 사람의 60년이 넘는 우정이 시작된다.
군 복무를 마친 레니 니하우스는 다시 스탄 켄튼 빅밴드로 복귀해 5년 동안 리 코니츠(Lee Konitz), 제리 멀리건(Gerry Mulligan)등과 함께 투어를 다녔다. 그의 실력을 눈여겨보던 할리우드 제작자들은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했고, 할리우드에 진출한 레니 니하우스는 작곡자인 제리 필딩(Jerry Fielding)과 함께 팀을 이루어 영화, 뮤지컬, 티비쇼, 드라마 등 70여 편의 작품을 함께하며 경력을 쌓아갔다. 그리고 마침내 할리우드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던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재회한다. 당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어둠속에 벨이 울릴 때 [Play Misty for Me, (1971)]’(주1)를 시작으로 영화감독으로서의 영역을 점차로 넓혀가고 있던 중이었다.
주1) 개인적으로 원제인 ‘나를 위해 Misty를 연주해주오’로 한국에서 개봉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영화 속에서는 에롤 가너(Erroll Garner)의 ‘Misty’ 연주가 중요한 장면마다 흘러나온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그가 주연, 제작과 감독을 맡은 영화 ‘연쇄살인[Tightrope, (1984)]’에서 레니 니하우스에게 도움을 청한다. 첫 영화에서 완벽한 신뢰감을 얻은 레니 니하우스는 이후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페일 라이더 [Pale Rider, (1985)]’, ‘승리의 전쟁 [Heartbreak Ridge, (1986)]등의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다. 1988년, 두 사람은 오랫동안 간절히 원했던 작품 하나를 함께 준비하기에 이른다. 이 영화가 바로 이제는 음악영화의 고전이 된 ‘버드[Bird, (1988)]’다.
찰리 파커의 유년기부터 35살의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의 모습을 매우 사실적으로 담고 있는 영화 ‘버드’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제작과 감독, 레니 니하우스가 음악을, 포레스트 휘태커(Forest Whitaker)가 주인공 찰리 파커를 맡아 열연을 펼친 작품이다.
레니 니하우스는 이 영화에서 찰리 파커의 부인 찬(Chan)이 소유하고 있던 찰리 파커의 오리지널 연주에 피아노, 베이스, 드럼을 따로 더빙한 사운드트랙을 사용하는 등 찰리 파커 고유의 음색을 가장 완벽하게 재현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주2) 찰리 파커의 오리지널 연주가 없는 곡들은 당시 가장 찰리파커와 흡사한 소리를 내고 있다고 알려졌던 찰스 맥퍼슨(Charles McPherson)을 섭외해 연주를 맡겼다. 영화에 나오는 <Charlie Parker with Strings> (1950)’ 앨범 트랙들의 경우 레니 니하우스가 20인조 스트링을 사용해 편곡하여 더욱 풍부한 사운드를 내기도 했다. 찰리 파커는 생전 이 앨범을 녹음할 때 경제적인 이유로 스트링 쿼텟과 하프, 오보에만 참여시켜 아쉬워했는데, 이를 레니 니하우스가 대신해 준 셈이다.
영화 ‘버드’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는 그가 평생 사랑하던 전설적인 재즈 뮤지션을, 레니 니하우스에게는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연주자를, 팬들에게는 소리로밖에 들을 수 없었던 비밥 창시자의 연주를 직접 보고 느끼게 해준, 재즈음악계에 가장 영향력 있는 영화일 것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레니 니하우스의 재즈음악에 대한 열정과 찰리 파커에 대한 존경심이 고스란히 담긴 이 영화에 아카데미는 음향상의 영광을 안겼다. 하지만 영화는 같은 해 개봉한 ‘다이하드’ [Die Hard], ‘레인 맨 [Rain Man]’, ‘누가 로져 래빗을 모함했나 [Who Framed Roger Rabbit]’ 등에 밀려 안타깝게도 흥행에는 실패했다.
주2) 피아니스트 레니 트리스타노(Lennie Tristano)와의 연주를 주로 사용하였으며 드러머 맥스로치(Max Roach)와 함께 연주한 트랙은 그의 연주 소리가 너무 많이 들어가 사용하지 못했다.
두 사람은 이후에도 ‘스페이스 카우보이 [Space Cowboys, (2000)]’, ‘미스틱 리버 [Mystic River, (2003)]’, ’그랜토리노 [Gran Torino, (2008)]’등에서 제작 감독과 음악 감독으로 꾸준히 호흡을 맞춘다. 다수의 영화를 함께한 두 사람이지만 필자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1995년작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The Bridges of Madison County]’다. 그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본 영화 17위에 오르는 등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이 영화는 메릴 스트립의 명연과 더불어 액션 배우의 대명사인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츤데레’적인 멜로 캐릭터 연기가 매력적인 영화다. 개인적으로 다른 작품보다 이 영화가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레니 니하우스의 음악적 취향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주3) 영화 속 남녀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잠시 재회할 때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레니 니하우스가 함께 작곡하고 레니 니하우스가 편곡을 맡은 주제곡, ‘Doe Eyes‘이 흘러나오는 장면은 단순히 서사적 감동 뿐 아니라 두 사람이 얼마나 영화와 음악을 사랑하는지 고스란히 느껴진다.
주3) 영화 속 두 주인공은 굳이 멀리 떨어진 재즈클럽에 가서 블루스 연주를 듣는데, 이 장면에 등장하는 밴드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아들 카일 이스트우드(Kyle Eastwood)가 베이스를 연주하고 있는 제임스 리버 밴드(James Rivers Band)다. 또 영화 중간 중간에 아마드 자말 (Ahmad Jamal), 다이나 워싱턴 (Dinah Washington), 쟈니 하트만(Johnny Hartman)등의 음악이 잊을만하면 흘러 나온다.
개인적으로 영화 음악가와 연주가를 겸업하며 음악적 지평을 조금씩 넓혀가려는 한명의 색소포니스트로서 레니 니하우스는 존재 자체가 기념비적일 뿐 아니라 가장 완벽한 롤 모델이다. 음악적 재능도, 영화에 대한 열정도, 클린트 이스트우드와의 멋진 우정까지도 말이다. 이제 아흔줄의 연배인만큼 예전처럼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긴 어렵겠으나 들리는 바에 의하면 아직도 곡을 쓰고 연주를 간간히 한다고 한다. 남은 여생 부디 건강하게 작품 활동을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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