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 북구의 차가운 투명함이 감도는 음악을 찾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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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에서 만난 재즈 뮤지션, 비르키르 마티아손(Birkir Matthiasson)
지난 호 기사에서 언급했듯 필자는 새로운 음악적 자극을 찾아 아이슬란드로 떠났고, 그곳에서 총 80여 일의 시간을 보냈다. 거기에서 머무는 사이 몇몇 소중한 만남들이 있었다. 그중 레이캬비크 빅 밴드(Reykjavik Big Band)에서 활동하는 트럼펫 연주자 비르키르 마티아손(Birkir Matthiasson)과의 만남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트럼펫을 연주했고, 레이캬비크 음악 대학(Reykjavik College of Music)에서 클래식을 공부한 뒤 돌연 네덜란드로 넘어가 재즈를 전공했다. 여기까지라면 뭐 그러려니 할 이력인데, 의외로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네덜란드 헤이그 왕립음악원(Royal Conservatory of The Hague) 유학 시절 만난 한국인 여성 피아니스트와 결혼했고, 이후 2014년에는 한국에서 기타리스트 오정수, 베이시스트 이원술과 함께 음반 <A Lonely Sight>을 녹음해 발매한 바 있기도 하다. 현재 가족과 함께 레이캬비크에 살며 다양한 음악적 기반을 토대로 북유럽 재즈 신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비르키르 마티아손을 아이슬란드 체류기간중 만나 그곳의 재즈 신을 비롯한 여러 음악 이야기들을 편하게 나눠봤다. 그 대화를 여기에 소개한다. 아이슬란드 음악계 전반에 관심이 있는 애호가들이라면 나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인터뷰 및 사진 / 신현필
아이슬란드의 트럼페터 비르키르 마티야손
먼저, 아이슬란드 재즈 신에 관한 간단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저는 아이슬란드의 수도인 레이캬비크를 거점으로 한 레이캬비크 빅 밴드(Reykjavik Big Band)의 멤버로 활동하며 교육도 하고 있습니다. 아이슬란드는 전체 인구 33만 명의 작은 나라이므로 공연장이 많은 편은 아니에요. 하지만 지금 우리가 대화하고 있는 KEX 호스텔의 카페처럼 다양한 공간이 공연장으로 활용되고 있고, 최근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연주도 점점 많아지는 분위기입니다. 또 재즈를 가르치는 학교가 있어 꾸준히 신진 뮤지션들이 배출되고 있죠. 물론 재즈를 전공하더라도 재즈만 연주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니,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능력 또한 중요합니다.
그건 저희 상황과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저도 재즈 연주자이지만 대중음악이나 레게 등 다양한 음악을 연주하기도 하니까요. 제가 미국에서 유학하고 귀국했을 땐 첫 연주가 뮤지컬이었어요.
그렇군요. 사실은 저 또한 <사운드 오브 뮤직>, <메리 포핀스>, <빌리 엘리엇> 등 여러 뮤지컬 오케스트라에서 한동안 연주한 적이 있죠. 역시 뮤지션들은 어디에서나 이렇게 공통점이 있나 봅니다.
아이슬란드의 뮤지션들은 아무래도 다른 나라보다는 북유럽 국가의 뮤지션들과 교류가 잦은 편이겠죠?
요즘은 그런 편이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어요. 의외로 제 선배들은 거의 모두가 미국에서 재즈 교육을 받았으니까요. 제가 활동하는 빅 밴드의 베이시스트와 색소폰 연주자들도 거의 미국에서 공부했습니다. 주로 버클리 음대를 갔지만 저희 밴드의 리더는 인디아나 주립대학에서 데이비드 베이커(David Baker)와 제이미 에버솔드(Jamey Aebersold)를 사사했죠. 그러니 자연스럽게 미국 뮤지션들과의 교류를 통해 연주 경력을 쌓은 뮤지션들이 많았는데, 10년 전부터는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그 무렵 국가의 장학금 지원이 거의 사라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학비가 저렴한 유럽 국가들로 학생들이 유학을 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네덜란드로 유학을 가기 전, 네덜란드에서 공부한 아이슬란드 뮤지션은 단 세 명이었지만 지금은 많은 뮤지션들이 유럽 각지에서 공부한 뒤 활동을 이어가고 있죠.
네덜란드는 북해 재즈 축제(North Sea Jazz Festival) 같은 페스티벌을 비롯해 크고 작은 재즈 공연이 상시 열리죠. 네덜란드에서는 어떤 경험을 쌓았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그곳에서의 경험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해요. 전 세계 훌륭한 뮤지션들의 연주를 직접 볼 수 있었고, 때론 색소포니스트 데이브 리브먼(Dave Liebman)이나 마이클 브레커(Michael Brecker) 등과 함께 연주할 기회도 있었습니다. 가장 강렬한 기억은 트럼페터 케니 휠러(Kenny Wheeler)와의 연주였어요. 그는 제가 네덜란드에서 공부할 당시 저희 학교를 방문해 학교 빅 밴드와 협연을 했는데, 제가 그와 함께 솔로를 나눠 연주하는 영광을 얻었죠. 제겐 영웅이나 마찬가지였던 그와 나란히 서서 연주하면서 그에게 말도 제대로 못 걸 정도로 떨렸던 기억이 납니다. 아주 겸손하고 좋은 분이셨고, 당시 그의 음악이 제게 아이슬란드의 자연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그는 아이슬란드를 한번도 방문하지 못했다고 말했지만요.(웃음) 연주가 끝난 뒤, 그는 제게 돈 체리(Don Cherry)와 함께 연주한 CD를 선물로 건넸는데 지금도 그 음반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가 지난 2014년도에 세상을 떠났을 땐 정말 슬펐죠.
아이슬란드의 재즈 레이블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어떤 레이블과 어떤 뮤지션들이 있죠?
몇 개의 레이블이 있어요. 레이캬비크 빅 밴드에서 함께 연주하는 동료인 군나르 흐라프손(Gunnar Hrafnsson)이 운영하는 JR을 비롯해 SENA, Mengi -지난 호에 소개한 베이시스트 스컬리 스베리손(Skuli Sverrisson)이 직접 경영하고 있다- 등이 있죠. 모두 소규모의 레이블들입니다. 사실 아이슬란드에서 재즈 색소포니스트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다른 악기들도 연주자들이 많지 않은 건 마찬가지죠.
그 중에서 음악을 추천해준다면 어떤 뮤지션들을 소개하고 싶나요?
드러머 에이나르 스케빙(Einar Scheving)과 낙소스(NAXOS)에서 앨범을 발매한 색소포니스트 요엘 팔슨(Joel Palsson)의 음악을 꼭 감상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네요. 그들은 저와 많은 연주를 함께해온 뮤지션이기도 하지만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아이슬란드의 대표적인 실력파 뮤지션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재즈는 아니지만 시규어 로스(Sigur Ros)나 올라퍼 아르날즈(Olafur Arnalds) 등 아이슬란드의 뮤지션들은 한국에서도 꽤 주목받고 있어요.
네! 잘 알고 있습니다. 아이슬란드는 인구가 적은 나라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든 서로 연결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사실 시규어 로스의 드러머는 제 사촌이고, 보컬인 욘시(Yonsi)는 오래 전 제가 연주하던 밴드 멤버의 친구라, 공연을 보러 오기도 했죠. 그땐 그가 지금처럼 유명해지기 전이었지만요.
흥미로운 인연이네요.
이력이 재미있는 뮤지션들도 있어요. 가수이자 배우인 비욕(Bjork)이 솔로로 데뷔하기 전 활동하던 밴드 슈가큐브스(Sugarcubes)의 기타리스트는 현재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고, 밴드의 드러머는 뮤직 페스티벌의 제작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참! 한국에서 기타리스트 오정수, 베이시스트 이원술과 함께 음반 <A Lonely Sight>를 제작하기도 했죠. 어떻게 시작된 작업인지 듣고 싶습니다.
몇 년 전 한국에 방문해서 작업한 음반이에요. 기타리스트 오정수 씨는 그 전부터 알던 오랜 친구였고, 그가 음반 제작을 제안하며 베이시스트 이원술 씨도 만나게 됐습니다. 오정수 씨는 기존 재즈 형식에서 벗어난 음악을 작업하길 원했어요. 그래서 전형적이지 않고 자유로운 방식을 시도하고 즉흥 작곡기법을 사용한 음악을 연주해 제작한 음반입니다.
※ 2014년도에 발매되었던 트럼펫,기타,베이스의 고즈넉하면서도 정치한 앙상블이 돋보였던 작품. 비르키르 마티야손의 서정적인 트럼펫 톤을 감상할 수 있다.
신현필과 함께 담소를 나누는 최경은, 마티아손 부부
나중에 다시 한국을 찾는다면, 그때는 당신의 연주를 직접 들을 수 있길 바랍니다.
이곳에서 가정을 이루고 두 아이의 아버지로 살고 있으니 여러 가지 상황이 그리 쉽지만은 않네요. 하지만 항상 한국에 다시 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있고, 그런 기회가 차후 올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이렇게 만나뵈어 반가웠습니다. 인터뷰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엠엠재즈 웹사이트 관리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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