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나르 쉐빙은 드러머이자 작곡가이다. 그의 세 번째 앨범인 본작 <Interval>에서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마틴 고어(Martin Gore)와 북유럽의 클래식 작곡가들의 3곡 (핀란드 클래식 작곡가 시벨리우스(Jean Sibelius)의 곡 ‘Kyllikki, Op. 41’, 욘 노달(Jón Nordal)의 ‘Hvert Orstutt Spor’, 토르 발두슨(Þórir Baldursson)의 ‘Leyndarmal’)등 4곡을 제외하곤 모든 곡을 직접 작곡하였다.
현재 레이캬비크 빅밴드의 드러머로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이번 앨범에서 그의 쿼텟과 함께 전 곡을 녹음하였다. 앨범 전체적으로 관통하고 있는 정서는, 절제됨 속에 유기적인 화성진행과 서정적 선율의 흐름을 섬세하고 따뜻한 드러밍으로 흐름을 잘 뒷받침 해주고 주고 있다. 특히 그들의 연주는 다년간의 호흡을 맞춰온 멤버들답게 정교함을 기본으로 하지만 최근 재즈앨범에서 접하기 쉽지 않은 편안함으로 가득 차 있다. 특히 7번트랙 ‘Long Island City’, 9번트랙 ‘Intervals’등에서 쓰인 퍼커션 더빙과 심벌을 사용한 다양한 사운드 또한 앨범 전체에 색채감을 더해주면서 드러머로서 음악적이면서도 본인 역할에 충실한 앨범을 완성했다.
Cello & Voice & Piano - Hildur Guðnadóttir
Acoustic Bass - Skúli Sverrisson on Track 6
‘Saman’이란 함께(Together)라는 아이슬란드어이다. 영화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2018); 에서 음악감독을 맡아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첼리스트 힐두르 굿나도티르는는 그의 4번째 개인앨범 <Saman>을 영국의 오디오-비주얼 레이블 ‘Touch’에서 2014년 발매하였다. 일찍이 20대 초반부터 아이슬란드 레이블 ‘12 Tonar’에서 앨범 <Mount A>를 발매한 후 영화음악가 요한 요한슨(Jòhann Jòhannsson), 사운드 아티스트 B.J. 닐슨(Nilsen), 일렉트로닉그룹 Mùm등과 교류하며 다양한 음악적 교류를 해온 그녀는, 이번앨범에서 그녀의 목소리를 코랄(Choral)방식으로 더빙하고 (10번트랙 ‘Liður’의 간헐적 피아노 사용을 제외하고는) 첼로만을 여러 번 덧입히는 방식으로 작곡되고 녹음되었다.
그녀의 연주는 슬픔과 회환등의 정서를 바탕으로 혼재된 인간의 심상을 때론 영적인 단계까지 끌어올리며 표현하고 있다. 이미 드라마와 오페라 등에서 음악감독을 맡으며 작곡의 영역까지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던 그녀는 특히 화성과 선율이라는 전통적인 작곡기법에서 벗어나 음색과 뉘앙스를 활용하여 정서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앨범 자체가 하나의 서사임을 암시하듯 첫 번째 트랙 ‘Strokur’에서 느린 중음대역의 단선율로 청자의 궁금증을 자극한 후 다음트랙 ‘Frà’에선 그녀의 목소리를 중첩시키며 곡 전체를 하나의 코드 안에서 자유롭게 변화시킨다. 그녀 음악의 특징인 ‘공간감’은 앨범 곳곳에서 발견되는데 특히 단선율의 첼로와 성악적인 발성의 노래로 이루어진 4번트랙 ‘Heyr Himnasmiður’에서는 교회선법적인 사용도 두드러진다. 그녀의 독특하면서도 수려한 음악성이 담긴 이 작품은 특히 어두운 밤하늘아래서나 흐린 날씨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사운드트랙이다.
#3 조엘 팔슨(Jóel Pálsson) - Skuggsjá
Piano - Eyþór Gunnarsson
Tenor Saxophone - Jóel Pálsson
‘Skuggsjá’란 아이슬란드어로서 ‘거울 혹은 물 등의 반사’를 뜻한다고 한다. 앨범 자켓사진도 타이틀을 시각화해주는데 도움이 되는데, 조엘 팔슨은 어느 해변가 주상절리 앞에서 물에 반사된 이미지를 꽤나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1972년생인 조엘은 20대 중반인 2000년부터 앨범 <Prím> (Naxos)’을 시작으로 5장의 개인앨범, 2장의 프로젝트 앨범 등을 발매해온, 젊지만 꽤나 활발한 활동을 보여온 뮤지션이다.
8살의 어린 나이부터 클라리넷을 연주하기 시작한 그는 15살에 색소폰으로 악기를 바꾸면서 재즈음악에 빠져들었다. 이후 미국에서 학업을 마치고 돌아와 미국, 캐나다를 비롯 유럽, 중국등에서 연주활동을 이어가며 150여장의 앨범에 참여하였고 가스펠이나 록, 프리 임프로비제이션, 펑크(Funk), 포크등의 다양한 장르의 곡들을 작곡하여 왔다.
필자가 이전에 발표한 피아노-색소폰 트리오와 같은 편성이지만, 전혀 다른 사운드로서 미니멀한 스타일에 더 가깝게 접근하고 있다. 수록된 곡들은 반세기가 넘는 세월동안 아이슬란드에서 즐겨 들려졌던 곡들을 전면적으로 재편곡해서 연주되었다. 특히 4번트랙 ‘Svefn-G-Englar’의 전반부에 등장하는 콘트라베이스 클라리넷은 6번트랙 ‘Vísur Vatnsenda-Rósu’에서 전면적으로 등장하는데 음의 떨림을 야기하는 비브라토와 클래시컬한 주법으로 최저음을 과감하게 사용하며 피아노와의 관악기의 전통적인 역할을 뒤흔들어 놓는다. 그리곤 뒤이어지는 트랙 ‘Venus as a Boy’에선 소프라노가 다시 안정적인 화성과 리듬위에 단아하게 등장하며 앨범 전체의 스펙트럼을 넓혀놓는다. 위에서 소개된 아이나르 쉐빙과 함께 레이캬비크 빅밴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엘은 빅밴드에서의 연주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와 톤을 이 앨범에서 구사하는데, 이는 다양한 장르의 프로듀서로서로서 활동해온 그의 음악적 배경이 단 두 명의 편성인 음악에서 유연히 발현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pilogue
총 3회에 걸친 아이슬란드음악 기행을 이로서 마무리하게 되었다 (애초 여기에 두 번 정도 더 글로서 풀어낼 생각이었으나, 다소 늘어지는 느낌이 드는 면도 있고 해서 여기에서 마무리할 까 한다) 이번에 총 3장의 연주앨범들을 소개하였는데, 이 음악들이 특별히 다른 나라의 음악보다 더 훌륭하거나 유일무이한 형태의 음악이라고까지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 나름의 독특한 미학이 담겨져 있고 단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면이 있어 거리감과 생소함이 좀 더 두드러진다는 것 정도랄까? 음악애호가로서 세계 각국의 독특한 문화를 갖고 있는, 다른 많은 나라의 음악들에 여러분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된다면 결국 우리 자신 또한 세계시민의 한명으로서, 공동체의식을 느끼며 다양한 인종과 종교를 갖고 있는 지구 다른 편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걸로 생각한다. 아무튼 영미권의 음악만이 결코 다가 아니라는 점을 깨닫고 세계 각지의 여러 음악들에 관심을 가져주게 된다면 그걸로 이 글의 소임은 다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