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앨범 마일스 데이비스의 부트렉 시리즈 Vol.6 외 해외 재즈 앨범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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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1 Miles Davis & John Coltrane [The Final Tour : The Bootleg Series, Vol. 6]
Trumpet – Miles Davis
Tenor Saxophone – John Coltrane
Bass – Paul Chambers
Drums – Jimmy Cobb
Piano – Wynton Kelly
두 전설의 음악적 대비와 조화가 담긴 역사적 자료!
전설이 되어버린 명반 <Kind Of Blue> (1959, Columbia)는 발매되자마자, 쿨과 하드 밥의 가장 중요한 표본, 상징이 되었습니다. 이 앨범의 서포트와 프로모션을 위해, 마일스는 노먼 그랜츠가 제안한 유럽투어를 존 콜트레인에게 같이 가자고 합니다. 물론 콜트레인이 이 앨범의 중요한 솔로 주자로 참여한 건 사실이지만, 그가 마약을 끊고 새로운 재즈를 찾아 무언가를 ‘시작’ 한 것을 알아챈 마일스는 더 이상 콜트레인과 활동하기 힘들다는 걸 알고 있었을 겁니다. 이는 콜트레인 역시도 마찬가지였죠. 하지만 마지막으로, 친구로서 동료, 경쟁자로서 음과 양의 밸런스와 기운을 맞춰보기라도 한 듯이 둘은 마지막 투어를 함께 하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이 공연을 통해 콜트레인은 자신의 새로운 방향이 잘 될 거라는 자신감을 얻었고, 마일스는 새로운 퀸텟(콜트레인이 추천한 웨인 쇼터와 함께 할)에서 해야 할 음악의 방향성을 서서히 모색하게 되죠.
이때의 유럽 공연 실황들은 이제껏 부틀렉으로만, 몇 차례 조악한 음질의 앨범들로 발매되었다가 이번에 정식으로 소니산하의 히스토리컬 전문 레이블인 레가시에서 발매되면서 빛을 보게 된 겁니다. 사라진 것만 같았던 이런 숨은 보물 같은 레코딩들을 아직도 이렇게 찾아 끊임없이 소개하는 걸 보니 아직도 어디에 많이 숨겨진 채, 계속 발매를 준비하는지 모르겠습니다(여담입니다만 1990년대 말, 뉴욕의 콜롬비아 레이블 지하 창고 다녀온 사람들의 증언(?) 들에 의하면, 그곳 창고에 아직도 마일스나 밥 딜런 등의 향후 100년 치 발매할 음반 마스터들이 보관되어 있다고들 농담반 진담반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발매되는 미공개작들을 보면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일스는 1955년 자신의 첫 번째 위대한 퀸텟을 위해 콜트레인을 솔로 주자로 처음 정식 고용합니다. ‘첫 번째 위대한 퀸텟’은 1955년에 사실 자신이 레이블을 옮기기 위해 다소 급조(?) 된 거나 다름없었습니다. 소니 롤린스 대신 테너 존 콜트레인, 피아노에 레드 갈란드, 베이스에 폴 채임버스, 드럼에 필리 조 존스 등을 기용합니다. 특히 당시 콜트레인의 기용에 의아해 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그때까지는 무명에 가까웠던 콜트레인을 이미 재즈계의 스타였던 마일스가 기용하다니! 물론 콜트레인의 진가를 다른 사람들보다(심지어는 당사자인 콜트레인 보다 더) 빨리 알아챈 건 바로 마일스였죠.
마일스는 이 첫 번째 퀸텟과 이틀에 결 쳐 총 4장 앨범 분량의 녹음을 완성해 이전 레이블에 넘기고 새 레이블인 콜럼비아로 넘어갑니다. 이렇게 4장의 “~ing” 앨범들(<Cookin>’, <Relaxin>’, <Walkin>’, <Steamin>, Prestige)이 ‘급조’되어 탄생합니다. 물론 새 레이블인 콜럼비아와는 4장의 “~ing” 앨범들이 발매되기 전인 55년부터 녹음은 하고 있었고 1957년에 2년 전 녹음을 시작한 앨범 <Round About Midnight>을 발매 하는데, ‘이 첫 번째 퀸텟과 마일스 데이비스가 왜 위대한 가’를 제대로 보여주는 재즈사의 명반으로 평가받죠.
하지만 마일스는 당시 마약을 많이 하던 콜트레인이 불안하다며, 다른 테너주자들을 고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1957년에 콜트레인이 제대로 마약을 끊고 뗄로니어스 몽크의 밴드에서 연주하면서 배우며 만들어낸 새로운 어법(앨범 <Giant Steps>(1960, Atlantic) 등에서 느낄 수 있는 새로운 화성적 확장성과 ‘Sheets of Sound’로 알려진 솔로들을 말합니다)을 1959년과 1960년에 걸쳐 완성하게 됩니다. 마일스가 1959년 ‘모달 재즈’를 완성시키기 위해 콜트레인을 다시 불러들인 걸 보면 공간이 많은 솔로를 구사하는 마일스와 공간을 채우는 콜트레인의 음악적 밸런스가 무척이나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여하튼, 다시 테너 색소폰에 콜트레인을 고용하고 피아니스트 윈튼 켈리, 베이스 폴 체임버스, 드러머 지미 캅으로 교체해 “Kind Of Blue 투어 밴드 이자 첫 번째 위대한 퀸텟 버전 2.0” 을 만들게 됩니다. 이번에 발매되는 이 ‘버전 2.0’ 퀸텟의 실황들은 노먼 그랜츠의 1960년 유럽 재즈 공연 실황들 중 일부입니다. 총 22곡의 프랑스 파리, 덴마크 코펜하겐, 스웨덴 스톡홀름 공연 실황으로 애초 라이브앨범 발매를 염두에 둔 녹음이 아닌 탓에 소리가 그리 좋진 않고 트럼펫 사운드가 조금 일그러진 곳들이 있지만, 과거 부트렉에 비해 훨씬 준수한 편입니다. 대부분의 곡에서 솔로 순서들은 트럼펫, 테너, 피아노, 가끔 베이스 보잉으로 일정하게 흘러갑니다.
하지만 콜트레인의 솔로들은 마일스의 정적인 초기 모달 솔로, 윈트 켈리의 하드 밥 재즈 프레이징 솔로들과 확연히 다릅니다. 콜트레인의 솔로부터 듣기 시작하면 마치 그의 앨범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콜트레인의 ‘Stretching Out’ 솔로들은 매번 영적 (靈的) 레벨까지 끌고 올라, 관객을 함께 매료 시키고, 공연의 에너지를 끌어올려 연주자와 청중을 고무 시키고 압도하게 됩니다. (당시 투어 내내 콜트레인은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마일스가 선물한 소프라노 색소폰으로 인도 음악 스케일을 연습하곤 헀다고 합니다)
또, 피아니스트 윈튼 켈리가 콜트레인 솔로 도중 중간 중간 마일스를 쳐다보며 컴핑을 멈추고 콜트레인의 솔로를 지켜보곤 하며 이후 채임버스, 캅의 트리오 연주가 되곤 합니다. 콜트레인이 자신의 솔로들을 더 잘 받쳐줄 ‘클래식 쿼텟’을 만들기 결심한 계기가 된 거죠. 그럼에도 테너 솔로들과 함께 베이시스트 폴 채임버스의 워킹 베이스 라인들과 보우잉 솔로들 역시 무척 듣기 좋습니다. 쪼잔하고 까탈스럽기로 유명한 마일스이지만 콜트레인에 대한 관객들의 환호를 그리 싫어하지 않았을 겁니다. 자신의 친구가 더 새로운 것을 찾아 떠나는 모습을 무대 옆에서 당연하다는 듯이 무표정으로 쳐다봤을 겁니다.
글/정수욱
ALBUM #2 Tord Gustavsen Trio [The Other Side]
Tord Gustavsen : Piano
Sigurd Hole : Double Bass
Jarle Vespestad : Drums
11년만에 피아노 트리오로 돌아온 유럽재즈신의 간판스타
절제된 언어로 깊은 아름다움 탐미하다
노르웨이는 언뜻 보면 재즈의 변방인 듯 하면서도 고 퀄리티의 결과물을 연신 쏟아내는 재즈의 숨겨진 보고다. 인구는 500만 명이 살짝 안되지만(부산시보다 조금 더 많은 정도), 얀 가바렉, 아릴드 안데르센, 떼리에 립달 같은 거물급 뮤지션들을 배출해냈던 약속의 땅이 바로 이곳 노르웨이다. 물론 유럽은 크게 EU라는 이름 아래 묶여있기에 국가 간 소통이 원활하다. 그런 이유로 노르웨이는 비록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노르웨이 연주자가 프랑스와 독일 등에서 성과를 내고 활동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현재 가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연주자는 다름 아닌 토드 구스타브센이다. 기록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07년 사이, 데뷔작을 포함한 재즈 음반 3장만으로 무려 10만 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렸을 정도로 유럽에서 인지도가 높은 재즈 피아니스트이다. 더불어 노르웨이 재즈 차트에서도 항상 수위에 오르는 유명인이기도 하다. 유럽의 넘버원 재즈 레이블 ECM의 대표주자 중 한 명으로서 그동안 7장의 음반을 그곳에서 발매한 그는, 지난 8월말 <The Other Side>라는 신보를 발표하며, 그의 ECM 8번째 컬렉션을 완성했다.
뛰어난 연주자이자 작곡가, 그리고 타 연주자들이 여간해선 갖기 힘든 행운도 아울러 갖춘 이 노르웨이 출신 피아니스트는, 2003년 자신의 첫 리더작 데뷔부터 ECM과 함께해 왔다. 피아노 트리오 음반 <Changing Places>으로 시작해, 2년 터울로 지금까지 ECM에서만 8번째 음반이라는 건 그의 실력에 대한 분명한 방증이다. 지금껏 좋은 리더작들을 계속 발매했으며, 그 외에도 유럽 전역에서 사랑받는 탑 세션맨으로 자리잡아온 그이기에, 신보에 대한 기대감을 거둘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
다만 지난 십여 년간의 행보를 비추어보건대, 그는 드라마틱한 변화를 즐기는 피아니스트는 아닌 것 같다. 그의 작곡과 추구하는 앙상블 사운드, 즉흥 연주 스토리텔링까지, 공격적이라기보다는 수비적이며, 동시에 안정감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쪽에 가깝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번 음반 또한 그가 즐기는 피아노 트리오 편성을 따르고 있다.
피아노, 베이스, 드럼-이렇게 세 명이서 만들어가는 조합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특히나 2003년 데뷔 앨범 때부터 지금까지 모든 음반에 함께 하며 토드 구스타브센의 피아니즘을 완성시킨 드러머 야레 베스페스타드(Jarle Vespestad)의 활약은 실로 눈부시다. 그가 화려한 연주를 하기에 극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다. 있는 듯 없는 듯 무심하게, 그러면서도 모든 음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철저히 절제된 그의 드러밍은 그저 아름답기만 하다. 그가 없이는 토드 구스타브센의 음악이 완성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터. 특히 아방가르드 사운드를 선보이는 4번 트랙 ‘Duality’에서의 핸드 드러밍은 이 음반의 백미다.
또한 최근에 합류한 베이시스트 시구르드 홀(Sigurd Hole)의 참여도 충분히 인상적이다. 들어올 때와 나갈 때를 명확히 하며 앙상블을 받쳐주는 그의 역할은 본작에서 볼수 있듯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얼핏 보기에 안 그런 것 같지만 은근히 아방가르드한 접근을 즐기는 토드이기에 베이시스트의 역할 또한 적잖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 베이시스트는 그에 맞는 옷을 정확히 골라내고 있다. 탄탄한 그의 톤과 안정적인 보잉 테크닉은 덤.
자! 그리고 음악의 중심이 되는 피아니스트의 역량은 역시나 가장 중요하다. 유럽 클래식 음악에서 영향을 받아, 흘러가는 프레이즈 다이내믹과 단단한 아티큘레이션, 한껏 젖은 페달링, 또한 워낙에 깔끔하고 명확한 솔로 라인까지... 높은 수준의 연주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의 작곡 또한 유럽 특유의 섬세함과 아름다움을 한껏 드러내 주며, 아방가르드에 대한 매력적인 접근, 인간의 심장박동에 가까운 결코 빠르지 않은 템포, 의미 없는 화려함보다는 하나하나가 내용을 머금은 절제된 언어 -그것이 바로 노르웨이의 영혼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몇 가지 첨언하자면, 총 12곡의 트랙 중, J.S.Bach의 클래식을 편곡한 트랙이 무려 3곡이다. 그 외에도 2곡의 노르웨이 민요를 포함하는 등 자신의 백그라운드를 음반에서 가감 없이 전달하고자 노력한 것이 눈에 띈다. 흥미로운 점은 유독 바흐 곡을 편곡, 연주할 때 즉흥연주 부분에서 전력을 다해 몰아친다는 것이다. 다른 곡들에서는 철저히 절제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되나, 그래도 다행히 음악 전체의 흐름에서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저 개인적으로 그가 바흐를 바라보는 관점이 살짝 궁금해질 뿐이다.
총평하자면 이러하다. 우선 무엇보다 슬프도록 아름답다. 그와 동시에 유럽 재즈가 가지는 공통적인 특징, 혹은 한계점 또한 명확히 드러낸다고 할까. 최근 뉴욕 모던 재즈의 트렌드가 좀 더 선구적, 창의적이며 인터플레이 측면을 강조한다면, 유럽의 재즈가 추구하는 바는 분명 다르다.(물론 아티스트에 따라 차이는 존재한다) ‘침묵 다음으로 아름다운 소리’라는 ECM의 모토가 대변하듯, ‘의미를 담은 절제된 음악’이라는 독자적인 길을 걷고 있는 유럽 재즈. 그러한 연장선에서 지난 8월 31일 발매된 따끈따끈한 ECM 수작 <The Other Side>를 주목해보자.
글/김주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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