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차 <7th Room> Dream Jazz/2020

 

이발차 : Piano, Vocals (track 6)

김인영 : Double Bass (track 1,3,4,5)

김윤태 : Drums (track 1,3,4,5)

이정식 : Tenor Sax (track 5)

이주미 : Vocals (track 2,4)

김미소 : Percussions (track 2, 6)

 

 

1 7th Room

2 Mirror Game (feat, 이주미, 김미소)

3 50 Pence Of Silver

4 Adalin & Aspirin (feat. 이주미)

5 Siren Of High Noon (feat. 이정식)

6 날개 (feat. 김미소)

 

 

음악은 자신의 내면 향해가는 여행

2014년도에 발표되었던 두 번째 앨범 <One Pale Afternoon> 이후 피아니스트 이발차는 가정을 비롯한 자신의 개인일상에 좀 더 집중하며 연주및 창작활동에 다소간의 공백기간을 가졌다. 그렇다고 아예 연주활동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었고 틈틈이 이주미와 같은 절친한 동료 뮤지션과의 협연을 가져왔었으나, 이전에 비해 음악활동 비중자체가 줄어든 것은 분명했다. 다소간의 음악적 슬럼프가 있기도 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런 그녀에게 다시금 음악 창작의 동기를 불러일으키게 만든 것은 흥미롭게도 문학가인 이상의 작품 ‘날개’였다고 한다. 근대 소설중 가장 주관적이며 또 해석의 여지가 분분한(그만큼 난해하다는 뜻도 될 것이다) 이 작품을 다시금 읽으면서 소설의 주인공이 느끼는 우울함과 자괴감 같은 마이너한 감정들에 이발차 자신도 상당부분 공감을 했다는 것. 그리고 그 공감은 한국에 사는 재즈 뮤지션으로서 무얼 표현하고 어떤 방향을 걸어가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언급한다.

  

사실 이와 같은 고민은 국내 재즈 뮤지션들이라면 정도의 차이를 떠나 한번쯤 했을법한 화두이기도 하다. 재즈의 변방인 이 곳에서 재즈 아티스트로 살아간다는 것. 미국과 유럽의 쟁쟁한 음악가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뛰어난 작품을 만들며 주목을 받는 상황에서 과연 우리는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할까? 그들과 차별된 뭔가를 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혹은 내가 진짜로 이야기하고 들려주고 싶은 것은 과연 무엇일까? 등등 갈등과 번민의 지점은 끊임없이 생겨나고 우리를 괴롭힌다. 피아니스트 이발차 역시 이런 고민을 가슴속에 담아두고 있었는데 이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게 만든 계기가 바로 ‘이상의 날개’였다는 것이다. 그런 내적고민이 창작의 기조가 되어준 탓일까? 음악은 이전보다 더 진솔하고 가슴에 와닿는 힘이 크게 느껴진다.

앨범은 그녀가 쓴 6곡의 오리지널을 피아노 트리오를 기본 기조로 연주하되, 곡에 따라 보컬과 색소폰, 퍼커션이 가세해 이야기를 덧붙여간다. 이야기라는 표현을 한 것은 이 작품에서 이발차 본인을 비롯한 사이드 맨들의 연주가 분명히 서로간의 인터액티브를 담고서 이야기하듯 풀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리더인 이발차의 피아노는 이전보다 한층 더 명료하고 선명한 터치, 아티큘레이션으로 한 단계 더 성장했음을 보여주며 곡들이 가진 미감은 연주이상으로 더 설득력 있게 와 닿는다.(그녀에게 영향을 미친 몇몇 피아니스트들의 잔향이 살짝 보이긴 하지만 흠이 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Adalin & Aspirin’이나 ‘날개’ 같은 곡의 보컬 파트와 화음은 특히 매력적이며 이발차 자신의 목소리에 이런 좋은 느낌이 담겨져 있다는 것도 놓쳐선 안될 포인트. 이 작품은 우리가 종종 잊곤 하는, 음악이 그저 피지컬한 경쟁구도가 아닌 내적인 표현의 영역이 더 우선이라는 걸 깨닫게 해준다.                    글/MMJAZZ 편집장 김희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