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ia hülsmann <The Next Door> ECM/2022

 

Julia Hülsmann piano

Uli Kempendorff tenor saxophone

Marc Muellbauer double bass

Heinrich Köbberling drums

 

 

1 Empty Hands

2 Made Of Wood

3 Polychrome

4 Wasp At The Window

5 Jetzt Noch Nicht

6 Lightcap

7 Sometimes It Snows In April

8 Open Up

9 Jetzt Noch Nicht (var.)

10 Post Post Post

11 Fluid

12 Valdemossa

 

 

 

특유의 깔끔함, 적당한 다이내믹, 모든 점에서 ECM 스타일의 수작

1968년생 독일 여성 재즈 피아니스트 율리아 휠스먼의 신보. 세련된 작곡, 다채로운 멜로디, 모던한 화성, 복잡한 박자, ECM 레이블의 성격에 걸맞는 솔로 라인이 눈에 띄는 쿼텟 음반이다. 무엇보다 누구 하나 튀지 않고 적절히 역할 분배하여 깔끔하게 정리된 모던 앙상블이 인상적이다. ECM치고 다소 공격적인 느낌은 있지만, 완성도 측면에서 역시나 ECM 답다라는 평이 절로 나온다.

전반적으로 모던한 화성이 지배하는 만큼, 수록곡 'Made Of Wood'에서는 크로매티시즘 화성학에 기반한 멜로디를 가벼운 스윙감과 섞어내 편안한 유럽 사운드로 조리해냈다. 고요하나 지성이 넘치는 아름다움이 딱 이 음반의 정체성이다. 색소폰의 다소 업된 프레이징도 흐름의 큰 줄기에는 전혀 부담을 주지 않고 있다. 'Wasp At The Window'에서는 수퍼 임포지션을 가미한 아웃 하모니를 키스 재럿 감수성으로 풀어냈다. 이 곡에서는 공격적인 앙상블 컨셉트와 인터플레이가 두드러진다.

때로 이 팀은 팝스러운 사운드에도 큰 강점을 보인다. 'Sometimes It Snows In April'에서는 조니 미첼 계열의 포크 감성을 피아노 트리오로 잘 풀어냈다. 부드럽게 훑어내는 색소폰 선율과 팝 피아노 반주, 절제된 드러밍은 깔끔하면서도 그야말로 훌륭한 수준이다. 또한 'Open Up'에서는 레니 트리스타노의 감성마저 호출하였고, 'Jetzt Noch Nicht(Var.)'은 피아노가 왼손 카운터포인트를 덧붙임으로써 마치 브래드 멜다우와 키스 재럿이 섞인 느낌을 준다. 'Post Post Post'에서의 피아노와 베이스 더블링 멜로디도 성공적이다. 전체적으로 깊은 울림을 남기는 부드러운 색소폰 선율과 컬러감도 눈을 끄는 지점. 다만 개인적으로는 'Valdemossa'가 가장 이 밴드와 어울리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향기로운 피아노 잔향에 보사노바가 얹힌 ECM 사운드는 그야말로 일품이다. 

그런 한편으로는 키스 재럿의 잔상이 많이 묻어나기도 한다. 이 점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여간한 재즈 연주자들에겐 피할 수 없는 숙명일지도 모르겠다. 허나 이 음반의 완성도는 절대 모자라지 않다는 점을 강조해본다. ECM답게 절제함 속에서도 지적 요소가 듬뿍 첨가된 수작.  글/재즈 피아니스트 김주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