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cesca Han & Ralph Alessi <Exude> HANJI/20222

 

Francesca Han : Piano

Ralph Alessi : Trumpet

 

1 - Apollo - Tokyo

2 - Sage Advice

3 - Arirang (Korean Trad., Arr. Francesca Han)

4 - Camargue

5 - Humdrum

6 - They Agree

7 - Throwing Like A Girl

8 - Diagonal Lady

9 - Présent [improvisation]

10 - Chrysanthemum [for Kikuchi]

11 - Pannonica (Thelonious Monk)

 

 

서로의 내면 마주보며 풀어낸 처연한 선율들

몇 년 전 피아니스트 한지연이 개인사정으로 한국에서 외국으로 활동 무대를 옮겼을 때 어떤 아쉬움이 들었다. 어디서 활동하든 그녀의 작품을 스트리밍을 통해 계속 들을 수 있지만 뭐랄까? 한국 재즈동네의 큰 자산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그건 단지 필자의 개인적인 느낌이고 욕심일 뿐이지만, 작년 시월에 프랑스 남부에서 녹음된 이 작품을 받아들고 우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학구적인 트럼페터로 유명한 랠프 알레시와 듀오로 녹음된 본 작은 우리의 동선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던 코로나 팬데믹 시기 한 복판의 차분함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한지연의 곡 5개, 알레시의 곡 4개, 편곡된 아리랑, 텔로니어스 몽크의 고전‘Pannonica’가 수록되어 있다. 11곡이 4분 내외의 곡들로 구성되어 두 탁월한 임프로바이저의 연주를 한껏 즐기기엔 다소 곡이 짧다는 인상을 준다. 개인적으로는 더 듣고 싶다는 느낌이 들면 트랙이 마무리되는 기분이 들었다. 한 가지 재밌는 것은 한지연과 알레시의 곡이 서로 거울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한 사람의 곡을 둘이 연주하는 듯하다는 점이다. 그가 그녀의 스승이기 때문이 더욱 그러할 것이다. 현대적인 작곡, 짧지만 신중하게 이어지는 즉흥연주, 적정선의 인터플레이(약간은 소극적인 느낌도 주는)로 이 작품을 간략히 설명할 수 있을 듯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은 10번째 트랙 Chrysanthemum(for Kikuchi), 피아니스트 마사부미 키쿠치에게 바치는 국화. 2015년 세상을 떠난 키쿠치의 후계자가 있다면, 아마 한지연이 아닐까?! 그녀의 전작들에 필자가 매혹되었던 것도 그러한 연유였다. 이젠 코로나도 정리되는 상황이니 한지연의 관능으로 흘러넘치는 피아니즘을 기대한다(exude의 사전적 의미 : 물씬 풍기다, 스며나오다). 이전 작품들도 좋았지만 아직도 그녀에게 기대할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글/재즈 칼럼니스트 여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