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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발매된 국내외 주요 앨범들, 화제가 되고 있거나 늦었더라도 이야기할만한 이슈가 있는 작품들을 폭넓게 가져와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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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k

해외앨범 ⚡류이치 사카모토 Ryuichi Sakamoto [12] KAB America./2023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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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ichi Sakamoto <12> KAB America./2023

 

Ryuichi Sakamoto : Piano, Keyboards, Electron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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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20220302 - sarabande

09 2022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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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20220404

12 20220304

 

암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인 듯,

초연함으로 채워진 앰비언트 사운드

 

거장 영화음악감독이자, 피아니스트 류이치 사카모토의 암 투병은 2014년부터 시작되었다. 구강에 생기는 인두암을 진단 받은 그는, 당시 계획된 모든 공연을 취소하고 투병하며, 그의 예술과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바뀌는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2017년 다큐멘터리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 코다] 를 보면, 그는 자신의 생명이 몇 년 남았는지 알 수 없기에, 앞으로 좀 더 의미 있는 음악을 남기고 싶다고 이야기하는데, 그래서 그는 당시 작업하고 있던 음악을 그만두고 새로운 음악을 처음부터 다시 작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7년 앨범 <Async>가 발표되었다. 악보에서 ‘Coda’ 싸인을 만나면 가던 길에서 건너 뛰어 다른 마디로 이동하게 되는데, 암은 그의 삶을 다른 길로 이동시키는 코다가 된 것이다. 앨범의 제목처럼 음악은 서로 다른 소리들이 싱크가 맞지 않는, 그러니까 서로 다른 템포로 움직임에도 신기하게도 조화롭게 균형을 맞춰가는 너무나 훌륭한 앰비언트 작품이었다. 사실, 원래 자연의 만물은 모두 서로 다른 자신의 속도로 꾸준히 나아가고 있지만, 너무나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어낸다. 어쩌면 모든 소리가 컴퓨터 안에서 정확한 템포로 맞춰지는 요새의 대중음악이 실제로는 더 부자연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그 후로도 사카모토는 암과 싸우는 와중에도,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영화 [레버넌트], 시리즈 [Black Mirror] 등 영화음악과 공연으로 꾸준한 활동을 이어왔는데, 작년 2021년 불행하게도 직장으로 암이 전이됐다는 진단을 받고 말았다.

<Async> 이후 6년 만에 발표되는 이번 그의 개인 앨범 <12>, 그가 투병 중 가장 힘든 기간이었을 최근 13개월 동안 작업되었다. 그 기간 동안 앨범작업 뿐만 아니라, 2020년 코로나19가 가장 심했던 기간에 마스크를 쓴 채로 진행했던 온라인 라이브 스트림 형식의 공연을, 앨범 발표와 더불어 작년 다시 진행하기도 했었다.

그는 2021310일부터 마치 일기를 쓰듯이 스케치를 녹음했다. 그 스케치들 중 열두곡을 골라 앨범으로 엮었는데, 모든 곡의 제목은 그 곡이 녹음된 날짜로 붙여졌고, 최대한 사카모토 그 자신의 소리를 있는 그대로 담고 싶은 마음에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음반에 실었다고 한다. <Async>의 음악처럼 정교하게 고민해서 미리 작곡한 형태의 음악은 아니기 때문에, 앰미언트적인 모호성은 훨씬 더 진하다. 어떤 곡은 그래도 나름의 화성의 움직임이 느껴지는 곡도 있지만, 그보다는 안개와 같이 공중에 떠 흘러가는 음악들이 더 많다.

또한 앨범의 열두 트랙은 음악적 기승전결을 고려해서 배치되지 않았다. 13개월이나 되는 긴 시간 동안에 작업된 곡이 녹음된 날짜, 순서 그대로 앨범에 실려 있는데, 희한하게도 앨범의 수록곡들은 전체 한 시간 동안의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만들어낸다.

 

첫 트랙인 ‘20210310’은 앨범의 문을 여는 인트로에 어울리게 어택(소리가 발생하는 속도)이 아주 느린 신디사이저와 긴 잔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는 두 번째 트랙 ‘20211130’에서 피아노를 치려는 물리적인 악기 노이즈와 함께 피아노 연주가 시작된다. 보통의 음악에서는 지워버렸을 그 노이즈는 그대로 담겨, 우리를 사카모토가 앉아 있는 피아노 방으로 데려가는 일종의 매개체가 되어준다. 6번 트랙 ‘20220207’에서 반복되는 아르페지오와 함께 두둥실 떠있었던 음악을 드디어 어느 정도 땅에 발을 딛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8번 트랙 ‘20220302 Sarabande’에서 드디어 멜로디와 코드를 만들어 걸어간다.

앨범 <12> 에 담긴 음악은 절대 컨디션이 좋지 못한 상태에서 노력을 덜 들이고 만든 작품이 아니다. 사카모토의 음악에서 우연성, 즉흥성은 이미 그가 추구하는 예술 세계에서 커다란 탐구의 영역에 들어온 지 오래 되었고, 이 앨범 역시 건강 악화로 인한 암 투병이라는 부정적인 요소가 또 다시 새로운 예술적 창의성을 이끌어내도록 만들어진 좋은 작품이다. 부디 그의 병이 더 악화되지 않고 앞으로도 좀 더 이 곳에 머물러서 다른 긍정적인 영감으로 우리에게 좋은 음악을 계속 들려줄 수 있기를 간절히 빈다.     /오정수 사진/ Zakkubalan, KAB Inc.

 

Ryuichi Sakamoto 『12』 Cover.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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