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앨범 ⚡랄프 타우너 Ralph Towner [At First Light] ECM/2023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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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lph Towner <At First Light> ECM/2023
Ralph Towner classical guitar
1 Flow
2 Strait
3 Make Someone Happy
4 Ubi Sunt
5 Guitarra Piccante
6 At First Light
7 Danny Boy
8 Fat Foot
9 Argentinian Nights
10 Little Old Lady
11 Empty Stage
클래식 기타로 표현해낸 독창적 서정미
코로나 팬데믹의 긴 터널에서 조금씩 빠져나오던 2022년 2월 기타리스트 랄프 타우너는 50여 년간 한배를 타고 음악적 동반자 역할을 해온 프로듀서 만프레드 아이허와 함께 다시 솔로 기타 앨범 <At First Light>을 스위스 루가노에서 녹음했다. 이 앨범은 1973년 그가 처음으로 ECM에서 발매한 솔로 기타앨범 <Diary>에서의 시작된 그만의 솔로기타 컨셉트가 반영된 앨범들(<Solo Concert>, <Ana>, <Anthem>, <Timeline>, 그리고 근작인 <My Foolish Heart>까지)의 직접적인 연장선상에 위치한다.
이번 새 앨범 <At First Light>는 그의 후반기 커리어 메인 악기인 클래시컬 기타(흔히들 클래식 기타라고 불리는 거트 스타일의 스트링 악기, 과거 그가 함께 사용하던 스틸 스트링이나 재즈기타와는 다소 다른)로만 전체 솔로 연주하고 있다. 피아노나 12현 스틸 스트링 등은 여기에서 빠져있고, 마치 키스 재럿의 앨범 <The Melody At Night, With You>를 연상시키는 분위기로, 친숙한 스탠더드 레퍼토리들을 편곡해 오직 클래식기타로만 그의 스타일로 엮어내고 있다.
“만약 빌 에번스가 클래식 기타를 배웠더라면, 랄프 타우너처럼 연주했을지도 모른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그의 연주는 유려한 서정성을 지니고 있다. 이번에도 다양한 재즈의 작곡자들과 자신의 오리지널들로 그 스타일의 정점에 그 특유의 기타접근방식인 피아노적인 접근(그 자신이 피아니스트 이기도 했다)과 편곡들을 솔로 기타로 연주해주고 있다.
사실 그의 음악과 연주를 뭐라고 꼬집어 말하기가 힘들다. 한때는 클래식, 크로스오버, 컨템포러리 재즈, 뉴에이지, 월드 뮤직(오레곤 같은 다른 앙상블과의 프로젝트들에서 들려준), 심지어 임프로비제이셔널 프리재즈까지 다양한 ‘장르적 명칭’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아마 그의 유니콘 같은 독특한 음악적 특징(주법등의 테크니컬한 면보다는 음악적인 접근에 더 기인한)들이 이런 모호함을 불러일으킨다고도 할 수 있다. 재즈 기타의 주법과는 전혀 다르지만, 클래식 기타 트레이닝으로 다져진 주법에 재즈의 즉흥성을 더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어찌 보면, 랄프 타우너의 음악이 전형적인 장르에 부합하지 않고 그 음악적 연장선에서 같은 궤적을 그리며 독자적인 행보를 했다는 점에서 그의 오리지널리티를 높게 사야 마땅할 것이다. 이번 앨범에서도 그의 오리지널 솔로 연주들 ‘Flow’, ‘At First Light’ 등의 이런 그의 고유한 스타일을 잘 느낄 수 있는 좋은 트랙들이다.
한편 이번 앨범에서도 빌 에번스가 과거 종종 연주했다는 ‘Make Someone Happy’, 오랜 구전 민요인 ‘Danny Boy’, 작곡가 호기 카마이클의 ‘Little Old Lady’, 오레곤 시절 작품인 ‘Guitarra Picante’ 등의 레퍼토리들을 자신만의 음악적 관점과 스타일로 해석해내고 있는데, 군데군데 다이내믹의 조절이나 핑거링과 운지의 타이밍 등은 비록 예전 같지 않음에도 놀라울정도로 복잡하지만 아주 내추럴하게 와닿는 연주와 톤의 깊이감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특히, 전설 같은 키스 재럿의 <Koln Concert>(1975)가 레이블의 솔로 피아노 콘서트 앨범중 상징적 존재였다면 랄프 타우너의 1979년 앨범 <Solo Concert>은 솔로 기타 콘서트 앨범중 에서 그와 비견될만한 상징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79년 라이브에서 랄프 타우너가 연주한 바 있는, 마일스 데이비스 작곡으로 알려진 재즈 스탠더드 ‘Nardis’ 는 이후 많은 컨템포러리 어쿠스틱 연주들의 주요 레퍼런스가 되었고, 이번 새 앨범의 스탠더드 레퍼토리들에서도 그 스타일을 느낄 수 있다.
랄프 타우너는 1940년 미국 태생으로 원래 트럼펫을 시작했지만 피아노로 전향한 이후, 22살에서야 진지하게 클래식 기타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공부하며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어갔다 이후 ‘70년대 뉴욕의 컨템포러리 재즈를 직접 경험하고 자신만의 사운드와 음악을 ECM을 통해 만들어 왔다.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오리지널한 기타음악의 선구자 중 하나로, 여든이 넘은 나이심에도 건강관리만 잘 하신다면 아직 더 많은 편곡들을 만들고 연주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줬다. 이 클래식 기타 솔로 앨범은 그의 후반기 커리어가 더 길었으면 하는 바람을 절로 갖게 만드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글/정수욱 사진/Caterina Di Perri, ECM Reco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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