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앨범 ⚡보보 스텐손 트리오 Bobo Stenson Trio [Sphere] ECM/2023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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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bo Stenson Trio <Sphere> ECM/2023
Bobo Stenson piano
Anders Jormin double bass
Jon Fält drums
1 You shall plant a tree
2 Unquestioned answer - Charles Ives (in memoriam)
3 Spring
5 Communion psalm
6 The red flower
7 Ky and beautiful madame Ky
8 Valsette op 40 No 1
9 You shall plant a tree (var.)
ECM 사운드 + 아방가르드 + 발라드 = 보보 스텐손 트리오
그야말로 우아하게 펼쳐지는 피아니즘의 향연이랄까. 1944년 스웨덴 출신으로 초기 유럽재즈를 선도해온 대표 주자 보보 스텐손이 다시금 ECM 레이블과 손잡고 신작을 발표했다. 어느 새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이기에 미스터치와 같은 디테일 면에서는 전성기에 미치지 못하지만, 보보 스텐손은 여전한 열정과 내공을 담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첫 트랙부터 뻗어 나오는 아방가르드 피아니즘은 그가 새 음반에서 선보이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드러내준다. 음반 전반에 걸쳐 아방가르드가 메인 주제로 잡혀있는데, 이는 세실 테일러 계열의 변칙적 화려함과는 결이 다르다. 좀 더 내성 움직임을 사용한, 섬세한 화성적 아방가르드라고 할까. 보보 스텐손은 미니멀리즘에 가까운 선율과 화성 모두의 내성적 문법으로 고전시대 클래식과 현대음악의 경계에서 재즈만의 문법을 찾아냈다. 이것이 바로 피아니스트 보보 스텐손의 업적이다.
무엇보다 그의 클래식 톤과 아방가르드 성향의 조합이 매우 성공적이다. 피아노가 비워준 공간을 파고드는 베이스의 응답도 인상적이며, 그 위에 살짝 덧입혀진 드럼의 역할은 소소하면서도 중요한 맥락을 이끈다. 이런 것이 ECM 레이블 본연의 매력 아닐까. 더불어 맥락을 두지 않고 흘러가는 무조성(Non-Tonal) 하모니에 아름다운 피아니즘의 조합은 아직도 여전한 ECM 레이블의 정체성을 확고히 알려준다.
그럼에도 굳이 지적하자면 음반 전체에 큰 변화가 없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는 있겠다. 6번째 트랙에 이르러서야 미디움 템포가 등장한다. 이후 또다시 발라드 아방가르드 음악이 이어지는데 이 부분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지점이겠다. 사실 보보 스텐손이 비밥, 하드 밥 계열의 전통 재즈 문법을 즐겨 사용하는 연주자가 아니어서인지(잘 소화해냄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의견이나 템포가 주어지면 오히려 보보 스텐손의 장점이 대폭 반감된다고 느낀 적이 있다. 그렇기에 앨범 프로듀싱 측면에서 큰 음악적 변화가 없더라도, 본인의 가장 깊은 내면을 드러내는 것이 발라드 아방가르드라면 그것을 선보이는 것이 옳을 것이라 믿는다. 그런 면에서 이 음반은 분명 성공적이다.
또한 최근 흘러가는 세월 속에 기력을 잃어버린 ECM 레이블 수장 만프레드 아이허에 대한 여러 구설수가 있었다. 그럼에도 이 음반은 역시나 만프레드 아이허답다는 감탄사를 부른다. 그야말로 명장과 명장의 만남이다. 보보 스텐손의 여전한 감각과 '침묵 다음으로 아름다운 소리'라는 ECM 모토까지-ECM과 보보 스텐손의 다음 작품은 어떤 명반이 될지 기대를 더하게 해준다. 글/재즈 피아니스트 김주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