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앨범 ⚡커트 로젠윙클 Kurt Rosenwinkel [Undercover ; Live at the Village Vanguard] Heartcore Rec./2023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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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로부터) 그렉 허친슨, 애런 팍스, 커트 로젠윙클, 에릭 레비스
Kurt Rosenwinkel
<Undercover ; Live at the Village Vanguard> Heartcore Rec./2023
Kurt Rosenwinkel Guitar
Aaron Parks Piano, keys
Eric Revis Acoustic Bass
Greg Hutchinson Drums
1. Cycle Five
2. The Past Intact
3. Solé
5. Music
6. Undercover
다시 한 번 그의 진가 확인케 해주다
지금껏 커트 로젠윙클 밴드의 피아니스트 자리를 거쳐간 이는 여럿이지만, 필자는 애런 팍스를 그 중 최고로 꼽는다. 애런 골드버그와 데이브 키코스키 등 애런 팍스보다 뛰어난 테크니션들도 있었지만, 애런 팍스만한 내적 매력을 갖춘 스타일리스트는 없었기 때문이다. 기타 테크니션 커트 로젠윙클의 기타 연주에 애런 팍스가 감싸 안는 에너지의 흐름은 커트의 음악을 확실히 특별하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커트가 애런 팍스를 밴드 피아니스트로 다시 앉힌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물론 이는 필자 개인의 견해이다) 이지적 면모와 감수성을 모두 갖춘 애런 팍스의 합류는 분명 최고의 선택이다. 그는 피아노와 신스 리드, 펜더 로즈를 맡아 일인삼역을 소화해냈는데, 무엇보다 백미는 '서포트'에 있다. 공연 내내 철저하게 커트 로젠윙클에게 모든 포커스를 몰아준다. 아무리 사이드 맨이라지만 전면에 나서서 자신을 드러낼 충분한 역량이 있음에도 일부러 나서지 않고 헌신하는 역할을 자처하며 '리더'의 음악을 수려하게 빛내고 있다. 리더에게 이런 동료보다 중요한 것이 있을까.
1980~90년대 뉴욕 재즈 신에 등장해 수십 년간 주류로 자리매김해온 장르를 통상적으로 컨템포러리, 포스트 밥이라고 부르곤 한다. 클래식 음악과 록, 때로는 소울, 펑크(Funk), 힙합까지 섞어가며 등장한 이 동시대의 새로운 재즈 사조는 걸출한 스타들도 새로 배출했는데, 피아노에서는 브래드 멜다우, 기타에서는 커트 로젠윙클이 독보적이다. 그런 연장선에서 커트는 이번 신작에서도 역시나 모던한 작곡 기법과 이 방면 최상급 레벨 솔로잉으로 본연의 매력을 흠뻑 드러내고 있다. 첫 곡부터 모던 화성학을 선보이며, 정확한 기교와 빼어난 테크닉, 라이브라는 긴장되는 상황에서도 시간과 공간을 온전히 지배하고 있다. 힘과 에너지, 정교함, 화려함 등 비르투오소를 향한 온갖 수식어가 모두 그를 위한 단어일 것이다. 각종 어드밴스트 스케일, 펜타토닉, 복잡한 리듬 밸류, 센스 있는 프레이징으로 달려 나가는 그의 연주는 흡사 맹수의 포효와도 같다. 위엄과 압도적인 힘이 가득한 그런 느낌말이다. (하지만 커트의 사운드와 프레이즈 자체는 유려하며 늘 그렇듯 강렬하게 표현되지 않고 있다)
저명한 재즈 클럽 명소인 빌리지 뱅가드에 퍼지는 각종 일렉트릭 소리도 특별하다. 사견이지만, 희한하게도 필자에게 커트 로젠윙클의 기타 소리는 부담이 없다. 팻 메시니나 존 스코필드의 소리가 개성이 강한 청취용 음색이라면, 커트의 소리는 다소 평범한 듯 부담없이 우리와 함께 호흡하는 느낌이 있다. 그가 선택한 기타 소리 밸런스가 모던 재즈 시대 이후 후배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는 것.
게다가 필자가 좋아하는 라이브 레코딩이다. 정규 음반의 경우 녹음실에서 스튜디오 음반으로 녹음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음반의 경우 빌리지 뱅가드 재즈 클럽에서의 라이브를 담았다. 항상은 아니지만, 스튜디오 레코딩의 경우 수천, 수만 번 반복해서 재생될 것을 예상하기에 의도적으로 흥분을 자제하는 경향이 생기기 마련이다. 깔끔함에 집중하는 스튜디오 레코딩에 반해, 라이브 공연의 경우 그 순간의 에너지와 음압에 집중하게 되기에 에너제틱한 연주의 끝을 들려주는 경우가 많다. 그 뮤지션의 그 당시 무드와 감정상태, 가슴 속 진심을 듣기에는 라이브만한 것이 없달까-이것이 개인적으로 라이브 음반을 즐기는 이유다. 물론 최선은 빌리지 뱅가드에서 직접 그의 연주를 듣는 것이지만, 그게 여의치 못하다면 라이브 음반을 통해 그 에너지를 갈음하게 된다. 마침 이 음반은 녹음과 믹싱도 매우 성공적이어서 라이브의 감흥을 90% 이상 잘 전달하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리더 커트 로젠윙클 본인에게 집중된 공연이자 음반이다. 아마도 이전 라이브 앨범 <The Remedy>에 못지않은, 커트의 진심이 담긴 최상급 퀄리티 음반으로 라이브에서 접할 수 있는 그의 모든 것이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말해도 좋지 않을까. 2015년 내한공연에 이어 그가 다시 한국에 방문하기 전까진 이 음반이 커트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킬 수 있는 가장 유용한 통로가 되리라 생각하며, 볼륨을 한껏 올려놓고 그의 라이브를 즐겨보자. 이것이 재즈다!
글/재즈 피아니스트 김주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