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앨범 ⚡크리스 데이비스 Kris Davis [Diatom Ribbons ; Live at the Village Vanguard] Pyroclastic/2023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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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로부터) 크리스 데이비스, 트레버 던, 테리 린 캐링턴, 발 진티, 줄리안 라지
Kris Davis <Diatom Ribbons ; Live at the Village Vanguard> Pyroclastic/2023
Kris Davis - piano, prepared piano, arturia microfreak synthesizer
Terri Lyne Carrington - drums
Val Jeanty - turntables and electronics
Julian Lage - electric guitar
Trevor Dunn - electric bass and double bass
1.Alice in The Congo
2.Nine Hats
3.The Dancer
4.VW
5.Dolores, Take 1
6.Bird Suite, Part 1: Kingfisher
8.Bird Suite, Part 2: Bird Call Blues
9.Bird Suite, Part 3: Parasitic Hunter
10.Brainfeel
11.Dolores, Take 2
진지하고 창의적인 동시대 전위재즈의 맛과 매력
캐나다 출신의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교육자인 크리스 데이비스의 2019년 앨범 <Diatom Ribbons> 는 많은 평론가들과 팬들의 관심 속에 여러 매체 등을 통해 ‘올해의 재즈 앨범중 하나’란 찬사를 받으며 그녀의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앨범 중 하나가 되었다. 제이슨 모란, 비제이 아이어등에 이어 포스트 멜다우 시대 새로운 배의 선장을 자처한 그녀의 창의적 존재감은 계속 직진하는 듯 했다. 곧이어 투어와 클럽 공연들이 예정 되었지만 2020년 코로나로 모든 게 중단 되면서 잠시 그녀의 음악도 쉬어가야만 했다. 하지만 코로나의 터널을 지나오며 2022년 5월 뉴욕의 명문 재즈 클럽 빌리지 뱅가드에서 6일간의 레지던시 공연을 가졌고 그 하이라이트를 추려 담아낸 이 실황앨범은 그녀가 왜 현재 재즈 신에서 중요한 존재인지 아주 잘 확인케 해준다.
이 디아톰 리본스 프로젝트는 드럼 레전드인 테리 린 캐링턴과 디제이이자 퍼커셔니스트 발 지안티와의 트리오 프로젝트에서 발전한 것으로, 지난 앨범의 베이시스트 트레버 던이 세션으로 계속 참여하고 있고, 기타리스트 줄리언 라지가 또 다른 솔로이스트로 참여해 그녀의 레파토리들을 해석 하고 있다. 데이브 홀랜드나 테리 린 캐링턴의 밴드에서 사이드 피아노주자의 역할을 벗어나 리더이자 작곡가로서 20세기 현대음악과 컨템포러리 재즈, 그리고 멍크, 앤드루 힐, 세실 테일러의 영향을 잘 느낄수 있는 지점에 힙합과 일렉트로닉의 창의적 연결법, 재즈의 본질적 스윙까지 잘 담아내고 있다. 첫 곡으로 오넷 콜맨과 세실 테일러의 드러머였던 로날드 셔넌 잭슨의 ‘Alice in Congo’는 마칭 그루브로 시작되는 리듬 섹션위에 미니멀한 스크래치와 보이스 샘플이 기타 리프, 피아노와 인터플레이를 시작으로 전개된다. 기타리스트 줄리언 라지의 평소와 다른, 하지만 대담하고 매우 밀착된 각진 블루스 스케일 솔로들은 이 공연의 정체성을 잘 맞춰주고 있다. ‘Nine Hats’에선 신디사이저와 멕시코의 현대음악 작곡가 콘론 낸캐로우의 피아노 작곡 기법을 프리재즈의 어법을 빌려 착상하는데, 본인의 스타일을 잃지 않고 자연스러운 ‘앰비언트’을 만들어 내는 그룹의 인터플레이가 매우 인상적이다. ‘Dolores(take 1)’ 은 올 초 타계하신 웨인 쇼터의 곡으로, 드럼과 베이스의 인터 플레이를 시작으로 헤드 멜로디를 거쳐 피아노 솔로로 포스트 밥적인 전환을 유지하다, 싱글라인의 피아노 솔로 도입부와 프리재즈 그리고 포스트 밥을 엮어둔 중간부를 지나 세실 테일러를 연상시키는 자유로움과 에너지가 중첩된다. 총 3개의 파트로 나뉜 ‘Bird Suit’는 실험적이지만 완성도는 높은 ‘프리재즈’ 스타일로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과 슈탁하우젠 등의 ‘무지크 콘크레떼’ 적인 접근을 포함하고 있고 빌 프리셀과 존 존 등의 아방가르드 재즈의 이미지도 동시에 품고 있다. 단지, 전통적인 명반의 산실인 ‘빌지지 뱅가드 실황’만의 빈티지한 라이브 사운드와 음향의 무게감이 조금은 아쉽지만, 스튜디오 앨범에서 느낄 수 없는 현장감과 연주와 공연의 내밀함이 어느 정도 이를 보정해준다는 생각이 든다. 프리재즈라는 컨셉트 자체가 온전히 정립되기도 전, 등장한 이 방면의 음악가들, 오넷 콜맨, 세실 테일러등의 상상력과 도전정신, 용기는 지금 생각해보면 꽤 놀라운 일이다. 그들의 뒤를 잇는 후배 크리스 데이비스의 라이브 앨범은 프리재즈가 그저 힙해 보이는 속성이나 스타일이 아닌, 장르적 존재로서 진화해 젊은 음악가들의 창의성에 힘을 보태고 있는 걸 잘 보여주는 레퍼런스다. 글/재즈 기타리스트 정수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