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얼 & 김선빈 <Fiat Lux>

Yul's Music/2024

 

이한얼 - Piano

김선빈 - Drums

 

1. I Don't Know Yet

2. Courage To Face

3. Frei Von Angst

4. The Glass Prison

5. Ambiguous

6. Afternoon Reminiscence

7. Self-Awareness

8. Food Chain

9. Fiat Lux

 

 

충분한 상호이해와 높은 집중력으로 이뤄낸 즉흥대화록!

피아니스트 이한얼이 처음 한국에 돌아와 발표했던 정규 앨범 <Unwissend> 당시와 지금의 그를 비교해보면 상당히 뚜렷한 음악적 변화및 발전된 면들이 확인된다. 개인적으로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해 이야기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먼저 표현해내는 음악적 장르의 틀이 더 다채롭게 넓어지고 유연해졌다는 것(이를 위한 악기 연주력 역시 더 탄탄하고 입체적으로 변화해가고 있다는 것도 언급하고 싶다) 두 번째로 상호 즉흥연주를 위해 상대의 음악에 귀 기울여 반응하고 서로 교감해나가는 과정이 더 사려 깊고 성숙해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장르적인 표현 범위가 다채로워진 것이 필자에게 고무적으로 다가오는데 지금 그의 내부에 자리 잡고 있는 음악은 재즈와 현대음악, 록과 흑인음악적인 면들, 거기에 포크와 팝적인 요소들까지 한 두가지가 아닌 것으로 보이며 이 요소들이 서로 어우러져 자유즉흥 연주를 할 때에도 유기적으로 섞여 표현되기 시작한 것 같다(처음 한국에 들어왔을 때와 비교하면 정말 많이 달라진 부분으로 여겨진다)

한편 자유즉흥을 위한 그의 집중과 헌신 또한 오래 전부터 이어져왔는데 그 과정에서 만난 여러 동료 뮤지션들, 베이시스트 송남현, 기타리스트 준킴, 그리고 젊은 드러머 김선빈과의 교감은 제각각 정규 앨범으로 구체적인 결과물까지 만들어졌다.

타악기 주자와의 듀오 협연이 작품으로 만들어진 건 그의 커리어에서 이번이 처음인데 통상적인 이 편성의 작품들이 공격적인 프리 재즈 성향을 띠는 경우가 많다면 이한얼과 김선빈은 그렇지많은 않다. Afternoon Reminiscence 나 Frel Von Angst 같은 곡에서 볼 수 있듯 조성의 안과 밖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연주하는 이한얼은 그럼에도 전체적인 곡을 통해 이어지는 선율의 미감을 결코 잃지 않고 있으며, 이에 반응하는 김선빈의 드러밍 또한 그 음악의 내러티브에 어울리는 반응으로 자연스러움을 표현해낸다. 필자가 듣기에 곡에 따라 사전에 작곡된 단편적인 요소들은 있으나 애초 전체적인 틀을 모두 다 마련해두고 접근한 곡은 없는 것 같으며 그럼에도 두 사람이 서로 응집력과 밀도감, 흐름의 일관성을 이 정도 수준으로 유지해내고 곡을 풀어내는 것에 대해 박수를 보내고 싶다.

특히 Food Chain이나 마지막 트랙인 Fiat Lux 같은 곡은 이번 앨범에서 가장 상호 인터액티브가 뛰어난 곡으로 꼽고 싶으며, 상당부분 자유즉흥 같은데 뛰어난 일체감이 느껴져서 어느 부분까지 사전에 조율해놓고 녹음했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녹음 당시 김선빈의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고 하는데 음악을 듣기에 그런 부분은 잘 느껴지지 않았으며, 서로간의 집중력도 잘 유지하는 가운데 이한얼의 피아노 솔로 중 순간순간 폴 블레이의 그림자가 느껴지기도 해 사뭇 흥미로웠다.

첫 앨범이 나온 게 2015년이니 얼추 10년 전인데 그 사이 그가 보고 듣고 느낀 바가 당연히 같지도 않겠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내면에 자리 잡은 음악적 고민과 갈망이 시간이 갈수록 일정하게 수렴되고 발전해가는 모습들이 연주에 담겨지는 것 같아서 그를 더 지지하고 응원하게 된다.  글/MMJAZZ 편집장 김희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