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앨범 ⚡ 브래드 멜다우 Brad Mehldau [Après Fauré] Nonesuch/2024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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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d Mehldau <Après Fauré> Nonesuch/2024
Brad Mehldau : Piano
1 Nocturne No. 13 In B Minor, Op. 119 (1921)
2 Nocturne No. 4 In E-Flat Major, Op. 36 (c. 1884)
3 Nocturne No. 12 In E Minor, Op. 107 (1915)
4 Prelude
6 Nocturne
8 Nocturne No. 7 In C-Sharp Minor, Op. 74 (1898)
9 Piano Quartet No. 2 In G Minor, Op. 45 (c. 1887): III. Adagio Non Troppo (Extract)
멜다우의 능동적 클래식 탐구 제3탄
2017년에 녹음한 <After Bach> 이후 6년 만에 녹음한 <After Bach II>와 <Apres Faure>가 한꺼번에 선을 보였다. 유럽 근대음악에 대한 멜다우의 특별한 관심은 일찍이 <Elegiac Cycle>(1999년)을 통해 표현되었는데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후 이 관심은 보다 본격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 중이다. <After Bach> 에서 그랬듯이 멜다우는 포레 작품집에서도 작곡가의 몇몇 작품을 즉흥연주를 가미하지 않고 원곡 그대로 연주했다. 재즈 피아니스트가 이러한 방식으로 연주한다는 것은 작품에 대한 대단한 열정을 갖고 있지 않은 한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단지 멜다우의 프로그램은 매우 특이하다. 이 앨범은 전체 3부로 구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포레의 <녹턴> 13곡 가운데서 맨 마지막 곡인 13번(작품 119)을 멜다우는 첫 곡으로 연주하고 포레가 그보다 37년 전에 작곡한 4번(작품 36)으로 거슬러 올라가 두 번째 곡을 연주한 다음 다시 12번(작품 107)로 내려와 연주함으로써 앨범의 1부를 마무리한다. 라이너 노트에서 멜다우는 이러한 연주 순서를 통해 시기를 관통하는 포레 작품의 일관성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쓰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곡의 순서는 멜다우가 바라는 앨범의 전체적인 색깔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13번의 B단조는 앨범 전체를 매혹적인 우울로 안내한다).
앨범의 2부는 멜다우가 작곡한 네 개의 모음곡으로, 포레의 녹턴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만든 곡이다. 하지만 작풍은 포레 <녹턴>보다 현대적이며 미니멀리즘적인 색채가 보인다. 그리고 마지막 3부는 다시 포레의 <녹턴> 7번(작품 74) 그리고 피아노 사중주 2번 (작품 45) 중 3악장 중 일부는 피아노 독주로 발췌한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러한 구성 속에서 멜다우는 앞선 바흐 작품집에서 바흐의 전주곡과 그 뒤에 붙인 자신의 새로운 작품들을 교차로 배치하는 무리한 시도를 피할 수 있었다. 포레의 곡과 자신의 곡을 뒤섞지 않은 것은 이 앨범의 진일보한 중요한 요소였고 더욱이 멜다우의 악상은 바흐보다 포레의 작품들과 보다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이러한 음악을 ‘서드 스트림 뮤직’이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멜다우는 즉흥연주를 포함해 재즈적인 언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재즈 음악가가 바라본 포레 작품집이란 점에서 크로스오버 클래시컬 음악을 좋아하는 감상자라면 들어볼만 하다. 다음 앨범으로 <Apres Debussy>나 <Apres Ravel> 이 나온다면 더 흥미롭지 않을까? 글/재즈 칼럼니스트 황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