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예지  <Old Songs, Tmmm>  Jazzology/2024

 

남예지 - Vocals

비안 - Piano

오정수 - Guitars

이원술 - Bass

김종현 - Drums

 

1. 가시리

2. 꽃타령

3. 뱃노래

4. 희망가

5. 사의 찬미

6. 목포의 눈물

7. 새야새야

8. 찔레꽃

9. 몽금포타령

 

 

우리의 전통 음악에 대한 섬세하고도 입체적인 재해석

일종의 기획 편집반인 2003년작 <Nouveau Son>을 통해 데뷔를 한 남예지. 지금까지 그녀가 발표한 정규 음반 3장을 살펴보면 음악적 스펙트럼이 재즈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국내는 물론 해외의 경우를 살펴보더라도 대부분의 보컬리스트들은 재즈 스탠더드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타일의 작곡들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녀 역시 재즈라는 장르를 기반으로 라틴, 보사노바, 포크, 팝, 가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 스타일을 선보여 왔으며 편곡부터 싱어송라이터까지 두루 겸비한 전천후 뮤지션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소개하는 <오래된 노래, 틈> 역시 이러한 면모를 잘 보여주는 음반이다. 사실 민요부터 고전 가요를 재즈화를 했던 시도들은 연주자, 보컬리스트들이 꽤 이전부터 시도해왔던 것들이다. 하지만 이번 신보를 감상하면서 그녀는 단순한 화제성의 시도가 아닌, 민요와 근대가요들을 우리의 재즈 레퍼토리로 스탠더드화 시키고 싶은 의도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민요가 주는 고유한 우리네 정서를 왜곡시키지 않으면서 재즈적인 어법으로 변형시켜 노래하고 그에 맞는 연주와 편곡을 통해서 표현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은 바로 음반 첫 곡인 ‘가시리’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고려가요로 잘 알려진 이별에 대해 노래하는 이 곡에서 그녀는 그 정서를 날 것 그대로 드러낸다. 특히 슬픔을 극대화하듯 긴장감 있게 반복되는 피아노 연주와 후반부 울부짖는 듯한 오정수의 기타 연주가 상당히 매력적이다. 이런 방식은 ‘꽃타령’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사의 찬미’, ‘목포의 눈물’, ‘찔레꽃’ 같은 곡에서도 원곡이 주는 정서를 섬세하게 잘 표현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그러면서도 편곡을 통해 재즈 뮤지션들과 멋진 앙상블을 만들어 내고 있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곡이 2개 있는데 전형적인 피아노 트리오로 진행되는 ‘뱃노래’의 경우에는 경기민요로 꺾임이 별로 없이 유려하게 흐르는 경기민요의 스타일을 잘 구현하면서도 전통적인 스윙을 가미한 재즈의 맛을 맛깔나게 드러내고 있으며 이와 대비되는 곡으로 피아노 트리오에 오정수가 참여한 평안/항해 지역의 서도 민요의 곡인 ‘몽금포 타령’의 경우에는 소리를 턴다는 독특한 느낌을 주는 서도 민요의 창법을 부드러우면서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 두 곡을 들어보면 곡의 성격에 따라 음악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는데, 이것은 기존의 민요를 재즈적으로 노래를 하는 것 외에 그 특징들을 고민하고 연주한 흔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프로듀서 이원술을 비롯해 오정수, 비안등 참여한 뮤지션들의 준수한 앙상블과 뚜렷한 편곡적 지향점, 여기에 남예지의 진지한 음악적 고민과 보컬 역량을 두루 확인할 수 있는 준수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글/재즈 칼럼니스트 윤병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