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李箱) | 글

이지민 | 작곡, 편곡, 노래

김은영 | 피아노, 편곡(Track 7)

장승호 | 베이스

송준영 | 드럼

이선재 | 색소폰 (Track 3, 4, 8)

오진원 | 기타 (Track 3, 9)

김진수 | 기타 (Track 10)

 

 

평범하지 않은 그녀의 취향, 미감이 일궈낸 성과

 

재즈 보컬리스트 이지민의 새 앨범이 발표된다. 이지민은 지난 2014년 <Lasting Fragments>를 발표하며 국내에서 데뷔했다. 이지민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니 미국 유학 시절 듀오 앨범 <Somewhere Safe>를 발표한 적이 있고 2015년 EP <Circles To Nil>을, 2016년에는 태교 음반을 표방한 <태아에게 불러주는 노래>를 각각 선보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지민은 서울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을 전공하다 재즈로 진로를 변경, 서울재즈아카데미를 거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노스텍사스대학교에서 재즈학과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지민은 그동안 발표된 앨범에서 재즈 보컬리스트이면서 작곡, 작사, 편곡, 앨범 프로듀싱까지 도맡아하며 팔방미인적 음악적 역량을 드러낸 바 있다. 이번 음반 역시 ‘문학 전공자이자 음악가’로서 이지민의 폭넓은 취향과 미적 감각을 느낄수 있는 야심작이라 할 수 있겠다. 이유는 바로 20세기 초 전위적 문학가인 이상 (1910.8.20~1937.4.17)의 글(시)을 노랫말로 하여 여기에 곡을 붙이고 국내 재즈 뮤지션들과 재즈화하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지민은 이전부터 이상의 작품에 적잖은 관심을 갖고 있던 것으로 여겨지는데, 2017년 말부터 일명 ‘이상한 꽃 프로젝트’로 공연을 한 것을 보면 이미 이상의 작품을 선별하고 곡을 쓰는 등 본작을 구체화하기 위해 이전부터 차곡차곡 준비를 해온 것으로 추측된다.

 

특정 음악이나 작곡가가 아닌 문학이나 그림을 소재로 한 현대 재즈 작품은 아티스트의 기획과 상상력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 마련인데, 이지민도 이상의 작품을 대하며 이러한 측면에서 꽤나 고심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꽃나무’나 ‘거울’ ‘이런 시’의 경우 일반적인 재즈 어법으로 온건하게 표현한 반면 ‘오감도(烏瞰圖) 시제12호’와 ‘자화상(습작)’은 아방가르드적 접근을 꾀하고 있으며 ‘소(素)·영(榮)·위(爲)·제(題)’ 3부작은 보다 극적인 편곡이 더해진 것이 그렇다.

 

한편 본작은 피트 렌드가 믹싱을, 니바디의 멤버이기도 한 네이트 우드가 마스터링을 담당하는 등, 레코딩 후반부 작업에 상당한 공을 들인 작품이기도 하다. 그런 노력을 들인만큼 노래와 악기소리가 섬세하고 정교하게 잘 잡혀있다는 생각이 든다. 

 

글/재즈칼럼니스트 강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