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ro Rantala / p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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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독주로 형상화해낸 핀란드의 사계절

 

솔로 활동을 시작하고 2011년부터 해마다 발표된 이로 란탈라의 앨범이 지난 2018년에는 들어볼 기회를 얻지 못하였더랬다. 하지만 그 해 한국을 방문한 그는 E.S.T. 멤버와 함께 트리오를 이루며 이러한 아쉬움을 달래 주었다. 2017년에도 2차례의 한국 공연을 열었던 그의 음악은 국내 재즈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렇듯 이어지는 그에 대한 관심은 분명 과거 ‘트리오 토이키엣’에 따른 아류는 아닐 것이다. 이는 이번에 발표 된 3번째 솔로 피아노 앨범에서 그 연유를 찾아볼 수 있을 거 같다. 즉흥성이 짙은 그의 연주에 타고 흐르는 계절과 시간이라는 서술적 맥락은 그가 활동해 온 테크니컬한 연주에 더해진 서정적인 면모를 십분 드러낸다. 매혹적인 터치와 다소 유머러스한 그의 기교는 우리에게 익숙한 그의 성향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가 계절이라는 소재로 풀어가는 이번 앨범에서 필수 요소이자 확장성의 근간으로 저변에 뿌리 깊게 자리한다. ‘후회의 달’이라는 란탈라의 설명과 더불어 들려오는 ‘1월’은 찬송가를 모티브로 마이너 키로 무겁게 시작된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 보건데 ‘크리스마스에 소비된 많은 돈과 음식’을 생각하며 후회하는 속내는 음악의 무게를 경감시켜낸다. 이어지는 그의 ‘2월’은 스타카토로 시작한다. 앞선 우울함을 가볍게 풀어가는 그의 연주는 소용돌이가 되어 귀를 휩싸고 돈다. 춥고 어두운 ‘3월’의 계절까지 그의 음악은 같은 선상에 있다. ‘5월’, ‘6월’의 시간을 흐르며 역동적으로 바뀌어가는 그의 피아노는 춤을 추는 그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7월’과 ‘8월’의 좋은 날씨는 맡은바 본분을 다해야한다고 설파하는 엄격함 선생님과도 같다. 클래식 푸가의 형식을 따르는 그의 연주는 재즈 클래식 연주에도 온건한 사운드를 들려주었던 그의 전작을 상기시켜 내기도 한다. ‘9월’과 ‘10월’의 낭만주의는 폭풍의 거센 바람을 타고 ‘11월’의 어둠에 이른다. 한해를 마치는 ‘12월’에야 끝을 맺는 그의 피아노 달력은 카멜레온과 같은 그의 모습을 드러내며 각각의 분위기를 매력적으로 표현해 냈다. 재즈적인 멜로디로 다가오는 핀란드의 계절은 그의 이전 작품들에서 드러난 예술적 관념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자신의 예술적 신념에 충실한 이번 앨범은 그의 음악에 보다 많은 상념을 더해주고 있다. 

 

글/김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