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앨범 ⚡지박 Ji Park [DMZ] Below Rec./2019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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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lo / 지박 Ji Park
Piano / Vardan Ovsepian
Modular Synth & Sound / 허준혁 HEO
1st Violin / 김신혜
2nd Violin / 주소영
Viola / 박용은
1 DMZ Suite I. Prelude
2 DMZ Suite II. Baengma-goji
3 DMZ Suite III. JSA
4 DMZ Suite IV. 1953
5 DMZ Suite V. Nodongdangsa
6 Togyo 1st Movement
7 Togyo 2nd Movement
8 Togyo 3rd Movement
9 Togyo 4th Movement
아젠다의 무게감 극복해 낸 음악적 내실, 탄탄함!
살롱드 오수경의 레귤러 멤버이자 독자적인 솔로활동까지 병행해오고 있는 전천후 첼리스트 지박이 작년 10월 인천아트플랫폼에서 가졌던 공연 실황을 앨범으로 담아냈다. 라이브라고는 하지만 관객의 박수와 호응은 거의 녹음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마지막 트랙에서만 박수소리가 나온다) 이 작품은 애초 기획단계에서부터 컨셉이 확실한데 지박이 우리나라의 군사분계선을 통해 받은 인식을 토대로 남북의 분단 상황을 특정한 대상을 통해서 표현하고 엮어낸 작품이다. 이를 위해 그녀는 사전에 DMZ내 몇몇 주요시설을 답사하였고 직접 작곡을 해 음악적인 틀을 만들어놓고 협연자들과도 어느 정도 사전 논의를 진행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전위성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음악이 뚜렷한 개연성과 흐름을 갖고서 진행되며 완전한 자유즉흥 파트는 얼마 되지 않는다. 우선 앨범 전체가 두개의 조곡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번째 파트는 'DMZ Suite', 두번째 파트는 'Togyo'(북한에서 남침용으로 판 땅굴)이 주제다. 여기에 각 트랙마다 소제목이 붙어있어 제목만 봐도 앨범의 의제를 쉬이 파악할 수 있다. 이렇게 주제가 명확한 음악일수록 감상자들의 상상력을 제한할 우려가 있기 마련인데, 지박은 이런 난점을 신중한 방향설정으로 잘 극복해내고 있다.
앨범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연주자는 첼리스트 지박과 피아니스트 바르단 옵세피언이다. 그녀의 국악의 창과 농현에서 영감을 받은 것처럼 들리는 첼로연주기법, 그리고 피아니스트 바르단 옵세피언의 재즈를 기반으로 한 즉흥연주는 서로 다른 음악적 근간을 갖고 있음에도 위화감없이 뚜렷한 공감대를 갖고서 접근하고 있어 서로 잘 연결이 된다. (특히나 ‘Togyo ’첫번째 파트에서의 협연은 아이디어, 연주 모두 훌륭하게 들린다) 이 두 사람의 연주를 기반으로 곡에 따라 HEO의 사운드스케이프가 더해지기도 하고 스트링 파트가 들어오기도 하며 하나씩 전체 사운드를 그려나간다. ECM 레이블의 작품들에서 쉬이 들을 수 있는 요소들, 앰비언트와 실험적인 현대음악까지 폭넓게 차용한 지박, 혼란스러움, 슬픔, 고통, 분노과 같은 마이너한 감정들을 설득력 있게 음악으로 형상화해낸 그녀의 시도는 뛰어나며 박수를 받을 만하다. 개인적으로 전작보다 더 뛰어난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글/김희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