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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스윙, 비밥, 이후 5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된 하드 밥 시대까지 잘 알려진 재즈 명반들 외에 현 시대 재즈 아티스트들에게 좀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음악적 스타일과 연주를 담은 작품들을 찾아서 조명하고 해당 아티스트들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시각으로 이야기 해보려는 기획 의도를 갖고 있는 코너. 참여 필자 - 편집장 김희준, 기타리스트 정수욱, 칼럼니스트 황덕호

Johnk

⚡대중성과 음악성, 시대성까지 모두 잡아낸 소울재즈의 시금석 [Swiss Movement] - 레스 맥켄, 에디 해리스 (Les McCann & Eddie Har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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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반주자 레스 맥켄(Les McC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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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소포니스트 에디 해리스(Eddie Harris) 

 

레스 맥켄, 에디 해리스 Les McCann & Eddie Harris

<Swiss Movement>  Atlantic/1969

 

 

Bass Leroy Vinnegar

Drums Donald Dean

Piano Les McCann, Vocal

Producer Joel Dorn, Nesuhi Ertegun

Tenor Saxophone Eddie Harris

Trumpet Benny Bailey

Photography By Giuseppe G. Pino*

Recorded live at the Montreux Jazz Festival in Montreux, Switzerland in June 1969

 

 

1 Compared to What (Gene McDaniels)

2 Cold Duck Time (Eddie Harris)

3 Kathleen's Theme (Les McCann)

4 You Got It in Your Soulness (Les McCann)

5 The Generation Gap (Les McCann)

6 Kaftan - (Leroy Vinnegar) bonus track on the 1996 reissue

 

 

앨범커버.jpg

 

대중성과 음악성, 시대성까지 모두 잡아낸

소울재즈의 시금석 /재즈 기타리스트 정수욱

 

흔히 스위스 무브먼트라고 하면 초고퀄, 초정확, 그리고 초고가인 스위스 명품 시계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고유명사격 수식어로 회자되곤 합니다(종종, 저가품들의 마케팅 용어로 쓰이기도 하죠) 16세기 즈음 시작된 정밀하고 엄격한 품질 관리의 대명사로 이 후, 로렉스, 오메가, 파텍 필립 등 소위 명품 시계 브랜드들이 이런 가치를 성공적으로 상품화해나가면서 이 문구가 유명해졌습니다. 사실 직역 하다보면 무브먼트는 흐름과 트랜드의 의미도 될 수 있어, 스위스에서 시작된 운동, 혹은 흐름 이란 뜻으로 상황에 따라 좀 더 폭 넓게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시대 흐름을 재치 있게 표현한 앨범 타이틀로, 피아니스트 레스 맥켄은 1969년 라이브 앨범 <Swiss Movement> (Atlantic)의 타이틀에서 볼 수 있듯, 당시 흑인 인권 운동의 움직임, 흐름을 첫 오프닝 곡 ‘Compare to What’ 을 통해 메시지로 담고 있습니다. 1969년 당시 갓 3회째 되던 스위스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의 공연 실황으로, 같은 페스티벌 공연에 참여하기 위해 와있던 하드 밥 색소포니스트의 전설 에디 해리스, 트럼페터 베니 베일리가 게스트로 레스 맥켄 트리오에 참여하는, 일종의 깜짝 라이브 무대였으며 이 연주녹음을 같은 해 앨범으로 발매하게 됩니다. 원래 이들 두 아티스트는 서로 다른 리듬 섹션으로 각자의 공연을 예정했는데, 에디 해리스가 자신의 공연 세트 후, 레스 맥켄 트리오에 초대되어 게스트로 출연하게 되면서 급성사된 공연이었습니다, 한편 후문에 의하면 이 공연을 모니터 하려고 녹음한 공연 음향기사가 애틀랜틱 레이블에 단돈 백달러에 마스터 레코딩을 넘겼다고 합니다.

그렇게 헐값에 음원을 넘긴 이 앨범은 지금까지 통산 50만장이 넘게 팔렸을만큼 재즈 인스트루멘틀 앨범으로서는 상업적으로 아주 큰 성공작이 되었으며, 이듬해 그래미 어워즈 베스트 재즈 퍼포먼스와 스몰 앙상블 두 부문에 후보로 올랐고 빌보드 재즈차트에도 2위까지 오르는 등 대중적인 성과가 당초 기대를 훌쩍 넘어 크게 이뤄지자, 이에 고무된 애틀랜틱 레이블은 이들 두 사람에게 새로운 협연앨범을 만들길 주문했죠. 그렇게 2년 뒤 <Second Movement> 라는 타이틀로 또 한번 협연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하드 밥의 주요 마케팅 슬로건 중 하나였던 소울 재즈 장르 음악들은 사실 대중적 인기에 못지않게 음악적 다양성을 확보하는데 생각이상으로 큰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성공적인 소울 재즈 앨범들은 돈독이 한껏 오른 상업적 성향의 재즈 뮤지션들과 예술병 걸린 재즈 신봉자들 사이에서 별 다른 고민할 필요 없이, 뮤지션 자신이 갈 길을 잘 정하기만 하면 된다는 좋은 본보기도 남긴 우수 시범 사례들 중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레이블이었던 아틀랜틱의 수장 아멧 얼터건의 동생 네수히가 직접 프로듀서로 나서면서 재즈 쪽 뮤지션들들 대거 진영에 끌어들여 애틀랜틱은 소울 재즈에서 한동안 두각을 나타내기도 했었죠. 사실 애틀랜틱의 간판 아티스트였던 레이 찰스가 선보인 장르가 바로 소울 그 자체였기에 어찌 보면 이 앨범 <Swiss Movement> 은 그 당시 레이블을 대표할 수 있는 음악적 정체성을 가진다고 말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3 색소포니스트 데이 해리스와 피아니스트 레스 맥켄.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 공연 당시 모습 1969년.jpg

 

수록곡에 관하여

즉석에서 만들어진 이 공연의 셋리스트는 레스 맥켄과 에디 해리스가 공연 전 그 자리에서 바로 선곡했다고 합니다. 첫 곡은 명곡 ‘Feel Like Makin' Love’를 작곡한 흑인 싱어송라이터 진 맥다니얼스의 곡 ‘Compare To What’ 으로 시작합니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신랄하게 전쟁과 권력자들을 비판하는 가사로만 보면 전형적인 민중가요이지만, 레스 맥켄의 당시 시대흐름을 담은 탄력넘치는 피아노 플레잉과 소울풀하고 호소력넘치는 보컬, 하드밥 전형의 그루브 마스터들인 베이시스트 르로이 비니거와 드러머 도널드 딘의 서포트가 아주 돋보입니다. 게스트로 참여한 두 명의 솔로이스트인 트럼펫 베니 베일리와 테너 색소포니스트 에디 해리스의 라인들도 서로의 캐릭터를 잘 살리며 진한 필과 그루브를 잃지 않고 있습니다. 50년대 후반 캐넌볼 애덜리에서부터 시작된 이 음악적 흐름이 하드밥 시대가 저무는 말미에서 레스 맥켄과 에디 해리스의 화려한 잼으로 멋지게 마무리되는 이 곡은 60년대 소울 재즈의 상징과도 같은 의미를 지니며 이후 여러 뮤지션들 및 후배들에게 리메이크 및 샘플링의 도구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실 이 앨범의 연주는 앨범 타이틀인 스위스 무브먼트의 정밀함하고는 거리가 상당히 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자유로운 잼세션의 거친 면들과 함께 현장에서 발산하는 에너지에 마냥 전도되지는 않으려는 솔로주자들의 긴장감어린 줄다리기가 간혹 느껴질 때도 있을 정도죠. 하지만 이건 하드 밥과 그 파생 장르들이 지닌 태생적 묘미이기도 합니다. 흑인 남부 교회 목사님들은 대부분 필이 충만한 설교들로 알려져 있고, 유명하신 분들일수록 대부분 즉흥적인 임프로비제이션을 합니다. 이게 속된 말로 잘 터지는 날은 정말이지 교회 전체가 감동의 눈물바다가 되기도 하죠. 대부분의 흑인 피아니스트들처럼 레스 맥켄 역시 교회반주를 통해 배운 가스펠과 블루스로 일찌감치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채색해 인지도를 만들었습니다. 이런 뮤지션들에게 라이브 무대의 현장감은 더할 나위 없이 멋진 음악적 영감의 윤활유가 되어줬을 겁니다.

재즈 음악은 잘 알려져 있듯 즉흥성을 담보로 만들어진 연주 음악 장르죠. 따라서 공연이나 스튜디오 연주의 첫 테이크 등이 지닌 생동감과 현장성이 수반 될 때, 그 투명함과 새로움의 본질이 연주에 가장 잘 드러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압박과 부담, 실패에 대한 불안함을 연료 삼지 않는 연주들은 멀끔하게 잘 빠질 수는 있을지언정 종종 맥이 없고 그 속에 텐션을 느끼기 힘듭니다. 하지만 이 <Swiss Movement> 같은 앨범에서의 연주는 이런 전형적인 재즈와 블루스의 즉흥 정신과 바이브(분위기)가 기본 탑재 되어 듣는 이에게 가장 신선한 음악적 감흥을 들려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 앨범의 곳곳에서 그런 신선함과 위험한 도박의 순간들이 확연히 드러나는 지점들이 있지만, 이 경험 많은 연주가들의 노련함과 용기가 거의 대부분 잘 커버해주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모든 음악은 장르에 관계없이 이 신선함을 보장하지 않으면 빨리 부패 및 소멸 되어버릴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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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와 블루스를 따로 구분할 때(사실 이게 근본적으로 가능키나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반적으로 블루스는 좀 더 보컬 편향적인, 그리고 재즈는 악기 편향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블루스도 초창기엔 기타나 피아노 반주를 직접하며 노래했지만, 보컬을 독립적인 악기처럼 만든 건 팝음악의 문화가 시작된 지점의 형태이기도 합니다. 두 장르 전체에 걸쳐 일반화시킬 순 없지만, 역사적으로는 적어도 그런 흐름들이 좀 더 명확한 편이라고 볼 수 있죠. 보컬은 더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영역을 만들어 갈수 있었고, 재즈는 좀 더 실험적이고 학구적인 방향설정이 가능했던 이유일겁니다. 현재의 메인스트림 팝 음악이 힙합을 포함해, 대부분 흑인 음악 중 블루스가 씨앗인 원인이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재즈는 기악 파트의 발달에 큰 흐름과 영향을 만들어, 많은 악기 레코딩 세션들이 연주 중심의 재즈에서 출발했거나 재즈의 파생지류들과 인스트루멘틀 음악에서 들어온걸 알 수 있습니다.

 

공연의 두 번째 트랙인 에디 해리스의 오리지널인 ‘Cold Duck Time’Compare to What 만큼은 아니지만 아직도 많이 커버되는 소울재즈 연주곡중 하나입니다. 다들 공연 당일 처음 연주해보는 곡이라 곡 초반에는 스윙과 스트레이트 그루브가 교차되는 등 살짝 불안하지만 솔로를 시작하면서 각이 잡혀갑니다. 트럼페터 베니 베일리 역시, 자신의 빅밴드 경험에서 출발한 하드밥 리드 솔로들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사실 에디 해리스는 레스 맥켄과 교차점이 많습니다. 나이도 1살 차이로 거의 비슷하고 주류 재즈 보다는 재즈와 블루스, 펑크(Funk), 소울, R&B등 흑인음악 주변에 있는 여러 창의적 영역에서 본인들만의 강점을 사용합니다. 에디 해리스는 메인스트림 재즈보다는 특히 소울 재즈 신에서도 후배 뮤지션들에게 인지도가 있는데, 기타리스트 존 스코필드의 <Hand Jive> (Verve/1994) 프로젝트로 다시 한 번 재조명을 받기 시작하시는 듯했지만 3년 뒤 1996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뜨게 됩니다.

3번째 트랙은 레스 맥켄의 미디엄 템포 재즈 오리지널 ‘Kathleen's Theme’으로, 한번 쉬었다 가는 느낌의 재정비를 해준 B-side 로 넘어갑니다. ‘You Got It in Your Soulness’ 로 다시 링위에 오른 챔피언들처럼 블루스형식으로 공연 무대를 지배하게 됩니다. 이어 마지막 곡으로 모달 펑크의 초기 레퍼토리들중 하나인 ‘The Generation Gap’으로 마무리합니다. 실제로 90년대 중반 CD로 재발매되었을 때에는 ‘Kaftan’ 이란 보너스 곡이 추가되어 있는데, 잼세션에 가까운 연주로 베이시스트 리로이 비네거의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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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1960년대 본격적인 흑인인권운동의 시작과 전개는 미국 문화적인 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60년대 말 미국은 아폴로 달 착륙, 대통령 닉슨의 기회주의 보수 등극, 베트남전쟁 심화, 마틴 루터 킹목사 암살 사건, 우드스탁 페스티벌 등으로 복잡한 사회, 예술 그리고 문화적 변혁을 겪고 있었습니다. 이 앨범 첫곡 Compare to What 가사 중에 일부로 ‘...Possession is the motivation, that is hangin’ up the goddamn nation(소유는 동기가 되어버렸고, 이놈의 나라는 그로 인해 끊어질 지경이야)...‘ 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사실 이런 시대를 초월한 오랜 명곡들 속의 가사들은 음악만큼이나 시대를 관통하고 있고 그 의미들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많은 흑인 음악 뮤지션들도, 조금은 소극적으로, 들리는 저항의 일환으로, 그 들의 음악과 노래 가사들에 자신의 목소리 즉, 메시지들, 특히 반전, 인권, 그리고 인간 존엄 등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 호소하곤 했습니다. 이런 가사들은 현재의 흑인 음악들(힙합 등)에서도 종종 소환되는 사회적 이슈의 자각에서 오는 것으로, 예술가들이 어떤 방식으로 현실에 참여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이런 원조(OG라고 하는)아티스트들의 연주로 이런 음반들을 통해서 우리가 들을 수 있는 것은 대중음악을 향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자 목적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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