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로부터) 스티브 넬슨, 키요시 키타가와, 케니 배런, 조나단 블레이크, 임마누엘 윌킨스 

 

Kenny Barron <Beyond This Place> Artwork Rec./2024

 

 

Alto Saxophone – Immanuel Wilkins

Double Bass – Kiyoshi Kitagawa

Drums – Johnathan Blake

Piano – Kenny Barron

Vibraphone – Steve Nelson

 

1. The Nearness of You

2. Scratch

3. Innocence

4. Blues On Stratford Road

5. Tragic Magic

6. Beyond This Place

7. Softly As In A Morning Sunrise

8. Sunset

9. We See

 

 

새로운 퀸텟 라인업으로 다시금 증명해낸 노익장

케니 배런의 새로운 앨범은 그의 나이 80세였던 작년, 2023년에 녹음되었다. 2017년 앨범 [Concentric Circles] 이후 6년 만의 5중주 녹음이다. 2010년대 들어 기타가와 기요시(베이스), 조너선 블레이크(드럼)와 결성한 확고한 리듬섹션은 변함이 없고 다만 프론트 라인에는 변화를 주었다. 배런과 오래전부터 연주해 온 바이브 주자 스티브 넬슨과 색소폰의 신성 이매뉴얼 윌킨스다. 앨범에 수록된 아홉 곡 가운데서 세 곡은 익숙한 스탠더드 넘버이며 다섯 곡은 배런의 오리지널 그리고 나머지 한 곡은 조너선 블레이크의 곡이다.

앨범은 뜻밖에도 발라드 넘버 <Nearness of You>로 시작한다. 매우 아름다우며 정석적인 연주로, 그간에 자신의 앨범들에서 새로운 세대의 목소리를 담았던 윌킨스 색소폰의 새로운 면을 보게 된다. 이 곡의 서두에서 보여준 윌킨스와 배런의 이중주는 앨범의 마무리인 멍크의 <We See>에서 다시 등장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 연주를 통해 배런이 이중주에서 얼마나 탁월한 피아니스트인가를 다시 확인하게 된다. 왼손 베이스 워킹의 정교함, 간략하면서도 적절한 컴핑 등 그는 최고의 반주자, 독주자로서의 면모를 모두 갖추고 있다(이러한 표현 자체가 얼마나 새삼스러운가!). 이점은 그의 나이 80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

배런의 오랜 팬이라면 이 앨범에 담긴 다섯 개의 배런의 곡 가운데 <Scratch>, <Innocent>, <Sunset>은 상대적으로 귀에 익을 것이다. 하지만 더욱 인상적이었던 곡은 덜 알려진 <Tragic Magic>으로, 왜 배런은 그간에 이 매력적인 스트레이트 어헤드의 16마디 주제로 더 많은 버전을 남기지 않았을까, 궁금할 정도였다. 이어지는 신곡이자 앨범의 타이틀곡은 가슴 뭉클한 가스펠 풍이다. <Tragic Magic>에서 <Beyond This Place>로 이어지는 이 대목이 이 앨범의 하이라이트다.

각각의 곡들은 연주의 측면에서, 당연히 나무랄 데가 없다. 더군다나 1970년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배런의 작품들을 일부나마 이 앨범을 통해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앨범의 장점이다. 하지만 스탠더드 곡과 섞여 있는 이 곡들이 전체적으로 들려주는 이미지는 조금 산만하다. 오히려 곡을 줄이고 오리지널 다섯 곡만으로 마음껏 연주하며 앨범을 채웠다면 더욱 값진 앨범이 되지 않았을까. 재즈 피아노의 장인인 80세에 남긴 기록이라는 점에 내가 너무 많은 의미 부여를 해서일까? 이 앨범은 케니 배런의 골수팬에게 추천한다.  글/재즈 칼럼니스트 황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