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앨범 ⚡멜다우, 터너, 번스틴 MTB(Mehldau, Turner, Bernstein) [Solid Jackson] Criss Cross/2024
- Johnk
- 조회 수 14
MTB(Mehldau, Turner, Bernstein) <Solid Jackson> Criss Cross/2024
Brad Mehldau : Piano
Mark Turner : Tenor Saxophone
Peter Bernstein : Guitar
Larry Grenadier : Double Bass
Bill Stewart : Drums
2 The Things That Fall Away
3 Angola
4 Soft Impression
6 Maury's Grey Wig
7 Ditty For Dewey
30년 뒤 초일류 베테랑이 된 영 라이언들의 멋진 해후
월드 스타들의 올스타 경기가 바로 이런 것 아닐까. 게다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설과 달리, 이만한 잔칫상이 드물다. 브래드 멜다우에서 ‘M’, 마크 터너에서 ‘T’, 피터 번스타인에서 ‘B’라는 대문자를 따와 'MTB'라는 밴드명을 택한 이 멤버들의 모임은 사실 오래 전 인연에서 기인한다. 드럼만 제외한 동일 멤버들로 무려 30년 전인 1994년 12월 녹음을 담은 <Consenting Adults> 음반을 발표했던 것이 그 시초이다. 당시 20대 초중반들로 친한 친구들이었던 이들이 그 시절의 기억을 되살리며 30년 만에 다시 발표하는 음반이 바로 2024년 말에 공개된 이 작품인 것이다.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30년, 그 사이 월드 클래스 뮤지션들로 훌쩍 성장한 이들의 음악 철학과 연주 내공의 변화를 두 음반을 비교해 들어보면 특별한 맛을 더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MTB 뿐만 아니라 몇몇 모던 재즈 거장들의 최근 행보는 옛 모임의 재결합 경향이 강한데, 한 예로 조슈아 레드맨, 브래드 멜다우, 크리스찬 맥브라이드, 브라이언 블레이드 모임이 2020년 <Round Again>, 2022년 <Long Gone> 음반을 선보이는 등 어릴 적 친구이자 현재는 모던 재즈의 월드 스타가 된 이들의 모임이 점점 동창회화 되어 간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대환영이지만 말이다.
앞서 언급한 1994년 그 음반에서 드러머만 레온 파커에서 빌 스튜어트로 바뀌고 나머지 네 멤버는 그대로다. 이미 30년 동안 때로는 함께, 때로는 각자 활동하며 월드 클래스의 뮤지션십을 키워왔던 그들인 만큼 음악의 합은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음악에 대한 방향, 앙상블 인터플레이와 음악 취향 모두 서로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바탕으로 올스타다운 음악을 들려준다. 굳이 첨언하자면, 옛 하드 밥의 전통에서 이어지는 1990년대 포스트 밥 영역에서 벗어나지 않고 그 시절을 그대로 복기하고 있는 것이 특징. 어느새 시대가 아날로그 신스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스타일의 재즈로 흘러가고 있는 것에 반해, 30년 전 그 시절 음악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다만, 즉흥연주의 대가들임에도 즉흥연주의 길이를 서로 제한하고 딱 깔끔한 선에서 프로듀싱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연주의 충실함과 내공은 30년 전보다 한층 더 농익어 있고 유유자적하면서도 빈틈없이 알찬 음과 소리들이 트랙을 채워내고 있다. 전혀 녹슬지 않은 초일류 베테랑의 연주 감각과 무게감이 돋보이고, 월드 클래스들의 명성에 기대한 만큼의 충실한 결과물을 들려준다. 연주력과 작곡 등 모든 재즈의 감각이 잘 살아있으면서 구태의연함 또한 느껴지지 않는다. 지난 30년을 풍미했던 뉴욕 재즈 신의 스타이자 산 증인들이 세월이 흘러 중후한 매력을 지닌 어른이 되어 선보이는 격조 넘치는 재즈 본연의 퀸텟 사운드. 글/재즈 피아니스트 김주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