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Review Column(Archive) - 음악 통해 더 나아질 세계를 그리며 - 마리아 슈나이더 오케스트라(Maria Schneider Orche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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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a Schneider Orchestra <The Thompson Fields>
음악 통해 더 나아질 세계를 그리며
글/MMJAZZ 편집장 김희준
그녀의 음악에 대한 찬사는 이미 수많은 평론가와 언론, 시상식을 통해서 지난 10년 동안 끊임없이 이루어졌고, 이는 지금처럼 대형 앙상블의 종말에 가까운 시대가 왔음에도 끊임없이 이 작업을 지속하게 하는 힘이 되어 주고 있다. 그러나 그래미를 비롯한 지명도 높은 그 어떤 상과 금전적 보상보다 그녀를 기쁘게 하고 다시금 창작의 고통과 쾌락에 빠져들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그녀 음악에 대한 열렬한 후원자들인 팬들이다. 이건 그저 형식적인 인사치레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아마도 그녀의 음악에 애정을 갖고 있는 많은 뮤지션들과 팬들은 그녀가 아티스트쉐어(ArtistShare)라는 협동조합 형태의 레이블및 뮤지션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앨범을 만들어왔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이 단체는 널리 알려져 있듯 지금과 같은 인터넷 환경 구축으로 인한 음반시장의 엄청난 몰락, 그로 인한 창조적이며 열렬한 음악적 동기를 가진 뮤지션들이 더 이상 자신의 작품을 발표해 이를 판매하고 투어를 하면서 자신의 생계를 지속시켜 만들어나가기 어려워지는 시점에서 형성된 하나의 중요한 대안이다.
그러나 그 대안은 놀랍게도 음악가와 후원자(팬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들간의 관계를 좀 더 긴밀하고 능동적으로 변화시키는데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으며, 마리아 슈나이더는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음악을 알리고 또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는 사실에 깊이 감사하고 있다. -사실 이런 형태의 프로그램들이 모두 다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며, 혜택을 본 경우는 아주 제한적이다. 이 정도의 성공을 거두어 온 마리아 슈나이더 역시도 과정들이 결코 쉽지 않았다고 말한다- 지난 2004년도에 발표되었던 <Concert in the Garden>이후 발표된 그녀의 정규 앨범들은 모두 이런 후원을 통해서 제작된 것이다. 2015년 6월에 발표된 <The Thompson Fields>의 경우 본격적으로 제작이 시작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인 2009년도부터였다고 한다. 그러니까 <Sky Blue>가 발표되고 난지 2년 정도 지나서 바로 이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무려 6년 동안의 제작 기간 동안 공들여 만들어진 엄청난 역작? 아니! 그런 게 아니다. 그녀의 음악적 구상이 실현될 수 있을 만큼의 자금이 준비되는 과정이 거의 그만큼 걸렸다는 얘기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여러 현실적인 제약에 힘이 빠지기도 하고, 낙담한 적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전작에 비해 제작하는데 준비되는 기간이 대략 2배가 더 걸렸으니 그럴 밖에- 허나 팬들의 후원이 조금씩 모아지고 다시 스튜디오에 들어갈 수 있을 여건이 마련되자 그녀는 오랫동안 함께 작업해온 오케스트라 멤버들을 다시 소집해 지난 해부터 새로이 작업을 시작했다. 늘 그렇듯 그녀 곁에 지난 10년 이상의 시간을 함께 해준 피아니스트 프랭크 킴브로우, 아코디언 주자 게리 베르세이는 이 오케스트라의 핵심과도 같은 존재이며, 리치 페리와 스티브 윌슨, 도니 맥캐슬린, 스캇 로빈슨, 그렉 지스버트등으로 구성된 색소폰 파트와 여러 금관 주자들, 베이시스트 제이 앤더슨과 드러머 클라렌스 펜등 총 19명의 친숙하고도 탁월한 뮤지션들이 그녀의 음악적 이상을 구현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비록 현실적인 여건 탓으로 지속적인 연습과 리허설이 어렵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모두 그녀의 작품과 그 지향점에 대해 깊이 공감을 하고 있으며, 그저 세션의 개념으로 참여하고 있지 않았다.
작,편곡자이자 지휘자로서 그녀는 스승인 길 에번스처럼 작품에 있어서만큼은 지독할 만큼 완벽주의자이지만 결코 강압적으로 힘으로 밀어붙여 통제하려하지 않고 연주자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한 마디, 한 음표조차도 세밀하게 의도하고 조율하되, 연주자들의 즉흥파트에서 곡에 대한 솔리스트의 상상력을 최대한 이끌어내기를 원하는 그녀의 시도는 이 대형 빅밴드에 과거와 같은 완벽하고 일사불란한 통제 대신 유연하고도 풍부한 여백과 다채로운 상상력, 색감을 불어넣었으며, 이는 당대 어떤 빅 밴드 리더나 편곡자보다 그녀가 지닌 독창적인 역량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이번 작품은 이전보다 더 진지하고 차분하면서도 한층 포괄적인 뉘앙스들이 곡들에서 감지된다.
좀 더 직접적이고 개인적인 감정의 흐름들이 더 선명히 느껴진다고나 할까? 전작인 <Sky Blue>에서부터 이어지는 이 흐름은 환경과 자연에 대한 그녀의 관심과 통찰및 인류의 무지에 대한 안타까움이 함께 반영되어 있으며, 아마도 그런 탓에 마냥 긍정적인 그림만을 그려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녀가 태어난 미네소타의 넓은 평원과 농경지에 대한 동경이 창작 동기이지만 각 곡들은 각기 다른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으며 참여한 연주자들은 그녀의 의도를 잘 포착함과 동시에 이를 또 다른 지점으로 훌륭히 이끌어내고 있다. 여전히 깊은 감동과 커다란 만족을 전해주는 그녀의 음악들. 그러나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를 가능케 한 것은 다름 아닌 그녀의 음악을 지지해주는 여러 후원자들이다. 그녀는 언제까지 이 작업들이 계속 이루어질지 장담할 수 없지만 상황이 허락하는 한 계속 하길 원하고 있다. 그녀가 진심으로 바라는 것은 대형 음반사를 통해 더 많은 음반을 팔고 더 높은 대중적 명성을 얻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많은 실력 있는 뮤지션들이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이를 함께 공유하는 것에 있다.
마리아 슈나이더! 그녀는 정말이지 진심으로 놀라운 뮤지션이자, 어디에도 종속되지 않은 한명의 독립된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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