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그렉 허친슨(Gregory Hutchinson) - 재즈에서 라이딩(Riding)이 갖는 중요성!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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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um Talk #34
드러머/전천후 세션맨
그레고리 허친슨(Gregory Hutchinson)
재즈에 있어 라이딩(Riding)이 갖는 중요성!
드럼은 대표적인 종합 리듬 악기다. 각 악기 세트에 따라 다양한 음색과 질감을 연출해낼 수 있으며 리듬 메이킹 역시 타의추종을 불허할 만큼 풍부하고 다채롭게 연주될 수 있어 다른 리듬 관련 악기와는 현격한 차이를 갖고 있다. 대신 음정의 고저가 미약해 화성적인 접근이 배제되어 있기에 오직 리듬의 구축에만 중심을 두고 역할을 수행하는 편이다. 그리고 이 악기는 다른 어떤 악기보다 더 몸을 풍부하고 다양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특징도 갖고 있다.
재즈라는 음악이 가진 육체성이 가장 적나라하게 반영되는 악기. 그래서 마치 운동선수들이 자신의 컨디션을 조절하듯, 혹은 기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몸의 스킬을 단련시키듯 집중해 연습하곤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신경 써야 할 점은 무엇일까? 이번호 칼럼의 주제는 좋은 드러머가 되기 위한 기본적인 미덕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사설이 길었다.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레이 브라운, 조슈아 레드맨, 존 스코필드 등등 여러 재즈 음악가들의 재즈 드럼 연주자로 활동해오고 있는 그렉 허친슨(Gregory Hutchinson)이 보스턴에서 한 마스터클래스 때의 에피소드이다.
음악지망생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악기에 대한 연습은 꾸준히 하고 있겠지만, 무언가 실력이 좀처럼 늘지 않는 듯한 답답함 또한 한 번쯤은 경험했을 것이다. 필자에게도 그런 시기가 종종 있었다. 그렉 허친슨의 마스터 클래스도, 연습 중 뜻대로 되지 않는 답답함을 달랠 겸 영어공부 차원에서 참석했던 것이었다.
마스터 클래스란 짧은 시간 동안 다양한 경험과 영향력을 가진 일류 음악인이 자기 생각과 음악을 어떻게 이해하고 추구해 왔는지, 자신들만의 것들로 어떻게 만들어 왔는지 간접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며, 또한 자신들만의 전문적인 기술과 팁을 간략하게 배울 수 있어 음대를 중심으로 미국 각 지역마다 활성화가 되어 있다. 최근에는 내한하는 재즈 뮤지션들을 중심으로 국내에서도 종종 진행이 되곤 하는 편이다.
별 기대 없이 참석한 마스터 클래스는 많은 인파 속에 복도까지 서서 경청하는 상황까지 볼 수 있었다. 그렉 허친슨(Greg Hutchinson)은 전 세계적으로 너무나도 유명한 재즈 드럼 연주자이며, 그의 연주는 정통성을 기반으로 하되 여기에서 좀 더 다양하고 현대적인 스타일을 추구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재즈 드럼 연주자로서 젊은 후배 드럼 연주자에게 인기 있는 플레이어 중 한 사람이다.
그의 마스터 클래스는 자신의 경험담과 음악을 하는 데 있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들을 가지고 1~2시간 정도의 강의형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참석한 대부분은 드럼전공 학생들이자 그렉 허친슨(Greg Hutchinson)을 직접 보고 싶어 하는 음악 학도들이었다.
그날 그렉 허친슨(Greg Hutchinson)은 자신이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간단히 나누고 다양한 음악인들과 연주들을 통해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면서 비교적 편안한 분위기로 진행했다. 그러던 중 그는 마스터 클래스에 참석자들에게 자신이 드럼 연주자라면 편하게 무대로 올라오라는 말을 던졌다.
미국 문화는 자신을 당당하게 표현하고 어필하는 곳이기에 몇 명이 망설임 없이 힘차게 뛰어 올라갔다. 그렉은 그들에게 한번 드럼을 쳐보라고 이야기했으며 무대로 올라온 학생들을 다 하나같이 멋진 연주를 보여주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내려갔다.
당시 필자가 보기에도 그들의 솔로는 훌륭했으며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연주하는 부분들이 아주 멋져 보였다. 하지만 그곳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 단 한 명만 이를 인정하지 않는 표정이었는데 그건 바로 그렉(!)이었다.
그렉이 강조하는 이야기는 이거였다.
젊은 연주자들은 멋있어 보이기 위해 기술적인 부분에 많은 에너지를 쓴다. 그렉은 이런 부분에 있어, 재즈 드러밍에서 기본 중에 기본인 라이딩 정도는 정확하게 전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이딩이란 드럼 세트를 연주자 위치에서 정면으로 바라보았을 때 오른쪽에 있는 큰 심벌을 지칭하는데, 재즈에 있어 규칙적으로 음악의 흐름을 도와주는 역할로 주로 사용되며 이 심벌을 반복적으로 연주하는 것을 라이딩이라고 일컫는다.)
‘라이딩도 제대로 못 하면서 화려하기만 하면 그게 무슨 재즈음악이냐’며 강한 어조로 외치는 그 모습에는 마치 화가 난 것 처럼 생각될 정도로 눈에 강력한 레이저를 발사하는 것같은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시간상 자신이 말로 다 설명 못 하는 부분에 대해 안타까움을 전하며 마지막으로 그가 옛날 연주자들이 연주했던 스타일을 짧게나마 보여 주었다.
“이건 아트 블레이키 스타일, 이건 필리 조 존스, 맥스 로치, 이건 앨빈 존스....”
이렇게 말하면서 오로지 오른손으로 라이드만 연주했는데
거기에 있던 사람들 한명 한명의 표정에서 놀라움이 번져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건 아마도 무언가 화려하거나 특별하지는 않지만 음악이 계속 흘러가는 듯한 느낌과, 다른 것들을 안쳐도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그렉의 연주 속에서 표현되는 다양한 스타일의 라이딩이, 하나같이 완벽하면서 동시에 자극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간단한 연주 후 그렉은 진심으로 젊은 드럼 연주자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하며 이런 말을 남겼다.
“재즈를 잘 연주하고 이해하고 싶다면 우선 라이딩에 대해 먼저 생각해라. 이것이 재즈 드럼 연주자에게 제일 중요한 부분이자 전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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