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빅터 우튼(Victor Wooten) 당신만의 고유한 사운드를 찾게 된다면 결코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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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ctor Wooten
‘당신만의 고유한 사운드를 찾게 된다면
결코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2018년 2월 13일 포데라 베이스 홍보차 내한했던 베이시스트 빅터 우튼을 인터뷰를 위해 직접 만났다. 그간 한국에 두어차례 방문해 공연을 가졌었고 그 공연을 직접 본 적도 있었지만, 실제로 이야기를 나눈 것은 이번이 처음. 그는 무척이나 차분하고 친철하게 인터뷰에 응해주었으며 자신의 견해를 아주 조리 있게 이야기했다. 보통 그 정도의 유명한 거물 아티스트들은 나름의 허세, 혹은 귀찮은 태도를 인터뷰중 간간히 보이곤 하는 편인데, 빅터 우튼은 전혀 그런 게 없었다. 그가 가진 겸손함과 솔직함만큼이나 음악적 가치관과 신념또한 엿보기에 충분한 그런 시간이었다. 인터뷰/김희준 사진/뮤직포스
당신의 커리어를 이야기하자면 초기 시절 여러 레이블을 거쳐 리더작을 발표하다가 2010년도부터 자신의 레이블인 빅스를 설립했죠. 헤즈업이나 뱅가드 같은 레이블과 함께 할때와 자신의 레이블로 작업할 때의 차이점이 있을 것 같아요
흠...일단 전 어릴 때보다 더 음악적으로 넓어졌고 더 똑똑해졌습니다. 발전한 거죠. 모든 점에서 그렇게 나아져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와 달리 음반사와 함께 앨범을 만들 때에는 그들의 의도와 방향을 완전히 이해하거나 알 수 없는 경우가 있었어요. 하지만 저의 레이블을 만든 이후부터는 모든 게 명료해졌습니다. 만들어진 앨범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팬들에게 다가가는지를 아주 잘 알 수 있었어요. 다른 어떤 것보다 그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은 여전히 그대로 있죠. 물론 제 스스로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계속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요.
그렇다면 이런 차이점은 어떻게 보시는지? 유명 레이블과 함께 작업해서 앨범을 만들어낼 경우 적어도 더 많은 판매루트를 확보할 수 있으며 돈도 더 벌수 있지 않을까요? 반면 개인 레이블을 설립하게 될 경우 이 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어떻게 보세요?
맞아요. 그런 점이 있죠. 대형 음반사를 통해 앨범을 발매하면 일단 유통망이 더 많이 확보됩니다. 일본, 중국, 한국, 혹은 평소 잘 알지 못하는 다른 지역에서도 나의 앨범을 소개하고 알릴수 있죠. 하지만 그렇게 알려지고 판매된 앨범들이 얼마나 되는지는 잘 알 수 없어요. 게다가 이제는 과거처럼 레코드 샵을 통해서 음반을 사기보다는 온라인을 통해 앨범과 음원을 구매하는 게 더 많아졌습니다. 제 앨범의 상당부분도 제 홈페이지와 다른 온라인 레코드 샵을 통해 많이 팔려요. 이런 흐름을 모두 관장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제 레이블이 향후 저의 가족들, 제 아이들을 통해 관리될 수 있다는 점도 차이 점이죠. 돈이 얼마가 벌리는 지보다는 어떤 식으로 움직이고 제가 직접 컨트롤 할 수 있는지 없는지가 제겐 더 중요했던거죠.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수퍼 테크닉에 관심을 가지고 또 찬사를 보내곤 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다채롭고 풍성한 음악적 소스를 표현하려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선 잘 이야기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Palmystery>앨범을 무척 좋아하며 리더작에서 월드뮤직에 대한 관심이 이때부터 더 뚜렷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에 대한 당신의 견해를 듣고 싶어요.
먼저 그 앨범을 좋아해줘서 고맙군요. 제가 상당히 공을 들여 만든 작품이거든요. 전 여러가지 종류의 음악들을 듣고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무엇보다 음악 자체를 좋아하죠. 많은 사람들이 절 수퍼 테크니션이라고 말하며, 펑키한 그루브가 최고라고 말합니다만 전 그것 외에도 다양한 음악적 소스들을 탐구하고 이를 내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재즈도 제 음악의 일부이며, 블루그래스와 컨추리도 제 안에 깊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물론 소울과 펑크(Funk)도 주요 자산중 하나죠. 하지만 그만큼 아프리카와 라틴 음악들에도 깊이 빠져서 연구하기도 했어요. 이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나올 수 있도록 늘 음악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더불어 새로운 감성과 스타일의 음악이 등장할 때 촉각을 곤두세우며 어떤 지 이해하려고 합니다. 당신이 제게 한국음악에 대해서 알려줄 수도 있을 거에요. 전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벨라 플렉과 플랙턴스의 멤버들(좌로부터)
키보드/하모니카 주자 하워드 레비, 리더이자 벤조 연주자 벨라 플렉, 드러머/타악주자 로이 우튼, 베이시스트 빅터 우튼
벨라 플렉과의 인연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그와 함께한 플렉턴스는 참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보여줬던 그룹이었죠. 그 밴드에서 활동하며 어떠한 영향을 받았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꽤 오랫동안 앨범을 발매하고 있지 않은데, 최근 플렉턴스의 근황에 대해서도 알려주세요
벨라 플렉의 경우 제가 다양한 음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이해의 폭을 넓혀준 뮤지션이죠. 처음 벨라 플렉을 봤을 때 벤조란 악기를 저렇게 연주할 수도 있다는 걸 처음 깨달았어요. 하지만 그건 일부에 불과합니다. 그는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이 쉬이 귀 기울이지 않은 음악들에 남다른 호기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를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고 팀 멤버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제가 벨라 플렉 & 플렉턴스의 멤버가 되면서 얻은 것은 너무나 크고 많습니다. 그는 결코 팀원들에게 이것저것을 다 마스터해오라고 지시하지 않습니다. 대신 직접 들려주고 보여주죠. 함께 연주할 때에도 멤버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는 것을 독려합니다. 그 결과 같은 곡이라도 그 다음날 무대에선 다른 길로 나아가곤 하죠. 이 모든 과정들이 무척이나 동등하고 민주적으로 이루어졌기에 함께 음악을 만들어 간다는 느낌을 충실하게 받았었습니다. 그 당시 벨라 플렉이 제게 들려준 신기한 코드와 곡 구조, 멜로디들은 처음엔 무척 낯설고 이상했지만 그게 결국 저의 음악적 지평을 넓혀주었어요. 그를 통해서 밴드 리더가 되는 방법을 깨우칠 수 있었고, 일반적인 곡들이 아닌, 새롭고 신기한 형태의 곡들을 쓰는 것들에 대해서도 많은 영감을 받았죠. 한사람의 음악가이자 인간으로서 그에게서 받은 영향이 무척이나 컸습니다. 제가 성장하는데 그는 너무나도 큰 도움을 주었어요. 그리고 벨라 플렉은 여전히 저와 함께 플렉턴스 멤버로서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새로운 앨범 준비는 아직 하지 않고 있어요.
당신의 저서 <The Music Lesson : A Spiritual Search for Growth Through Music>에 보면 군데군데 동양사상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보이는 내용들이 담겨져 있는 것 같습니다. 불교와 도교같은 말이죠. 언제부터 이런 사상에 관심을 갖게 되셨는지요?
아!...실제로 제가 동양 사상에 대해 깊이 알고 있거나 한건 아니에요. 다만 유년시절부터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제게 자리 잡은 사고의 틀이 이와 무척 닮아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면서 불교나 도교등에 관심을 갖게 되었던 거죠. 제 베이스 시그너처 모델의 이름이 ‘잉양’인건 아시죠? 이것은 동양의 태극문양을 가져온 것인데 무척 인상적이고 아름다운 심볼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저도 이 문양이 정확히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는 잘 몰라요(웃음)
지금 시대는 과거 80~90년대에 비해 연주음악이 무척이나 소외되어 있습니다. 재즈는 늘 힘든 걸음을 걸어가고 있죠.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어느 시대이건 그 환경은 변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이야기하신대로 80~90년대에 비해 재즈와 연주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활동하기가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렇다고 음악을 하지 않을 건가요? 만약 그렇다면 그만두면 됩니다. 하지만 전 그러고 싶지 않아요. 지금이 음반을 팔기도 어렵고 미디어는 연주음악에 별로 관심을 가져주지 않습니다만, 여전히 재즈는 살아있고 연주자들은 매일 공연하며 앨범을 만듭니다. 전 지금 시대에 집중하며 그 안에서 함께 호흡해 가면서 음악을 만들어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마일스 데이비스는 그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의 선두에 항상 서 있었죠. 이건 그가 다른 어떤 뮤지션들보다 시대를 바라보는 눈과 귀가 열려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동시대를 살면서 함께 호흡할수 있어야 합니다. ‘예전엔 어땠는데’ 하는 식의 꼰대(Old Guy)가 되어선 안되요.
이 질문은 국내 현역 프로 베이스 주자가 물어본 것입니다. 과거와 지금은 음악을 듣는 방식이 너무 달라졌습니다. 과거에는 레이블및 에이전시와의 계약이 이루어지면 여러 루트를 통해 일이 진행될 수 있다고 한다면 지금은 스스로 셀프 프로모션을 해야 하는 경우가 더 늘어난 것 같아요. 상당수의 로컬 뮤지션들에게 어떠한 식의 프로모션이 효과적일까요?
우선 좋은 음악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건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고 음반매장 대신 온라인과 스트리밍이 대세라고 하더라도 결국 음악이 있어야 합니다. 생각해보세요. 지금 시대는 음악을 만들기가 무척 쉬워졌어요. 그리고 앨범으로 발매하는 것도 간편해졌죠. 과거에는 레이블에서 앨범을 만들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아티스트들은 그들을 통해 대중들과 접점을 찾았었죠. 이젠 그렇지 않습니다. 당신이 좋은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유투브와 여러 인터넷 채널을 통해 타인들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며, 그게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지금 제가 사용하고 있는 포데라 베이스(fodeea Bass)는 무척 유명하지만 처음부터 그렇지 않았어요. 1983년 이 베이스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의 저 또한 마찬가지였죠. 하지만 여기 있는 이 사람은 서두르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담은 베이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죠. 결국 포데라는 누구나 다 아는 베이스 악기가 되었죠. 얼마 전 벨라 플렉과 함께 공연할 때 그가 이런 말을 했었죠. ‘당신 자신만의 고유한 사운드를 찾게 된다면 결코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제 대답은 이렇습니다. 사람들이 능동적으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음악을 만드세요. 그리고 거기에 누군가의 카피가 아닌 당신 자신의 고유한 무언가를 담아내도록 고민하고 노력하세요. 이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라는 걸 저 또한 잘 압니다. 누군가에겐 무척 빨리 일어날 수 있고, 어느 누군가에겐 무척 느리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이루어진다면 그 외 다른 고민은 부차적인 것이며 자연스럽게 해결되기 시작할 거에요.
음악활동만큼이나 교육자로서의 활동도 무척 부지런하게 가져가고 있는 걸로 압니다. 다른 베이스 연주자들에 비해 이점은 더 눈에 띄는 것 같은데, 특별한 의도 같은 게 있는지요? 또한 수많은 베이스 지망생들및 로컬 뮤지션에게 당신은 커다란 우상중 하나입니다. 그들에게 도움이 될 효과적인 지침을 좀 주신다면?
많은 연주자 지망생들을 접할 때마다 그들이 자신의 소리를 가지려고 하기보다는, 다른 유명한 뮤지션들의 플레이를 따라하려는 경우를 많이 봐왔어요. 그건 의미가 별로 없습니다. 처음 악기를 배우기 시작할 때엔 자신의 롤 모델을 카피하는 게 당연하지만,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기 시작하게 되면 그 다음 영역으로 넘어갈 수 있어야 하는데 종종 거기에서 답보상태를 경험하는 이들이 무척 많다는 걸 알게 되면서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래서 저의 클리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업을 듣는 당신이지, 제가 아닙니다. 제가 연주하는 것을 보러 오는 것은 음반, 유투브등을 통해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거에요. 그걸 돈내고 다시 보는 것은 사실 무척 어리석은 일이죠. 그렇기 때문에 당신의 고유한 개성과 보이스를 찾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제 클리닉의 기본 핵심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테크닉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음악은 그것과 어떤 관계에 있을까요?
예전에 존 패티투치가 이런 말을 한적이 있었죠. ‘테크닉은 마치 돈과 같다. 당신이 많은 테크닉을 구사할 수 있다면 그만큼 음악적으로 부유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음악을 잘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결국 어떻게 쓰느냐가 관건이 되기 때문이다’. 테크닉은 아주 중요합니다. 당신이 하고자 하는 음악적 표현에 필요한 것이라면 그 테크닉은 반드시 습득해야 하겠죠. 하지만 그게 음악에 전부는 아닙니다. 어때요? 이해가 되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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