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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편집장이 직접 전해주는 재즈와 여러 음악 이야기들. 아티스트 추모 칼럼에서 인터뷰, 이슈및 논란이 되는 여러가지 사안들을 포함해, 다양한 시각을 담보한 여러 종류의 글들이 함께 다뤄지게 됩니다. 음악을 듣고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을 좀 더 폭넓고 깊이있께 가져가고자 기획된 코너!

Johnk

#29 Special Column - 반세기에 걸친 위대한 여정, 장르간 크로스오버의 진수 - 월드 퓨전 그룹 샥티(Shakti)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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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로부터) 자키르 후세인, 가네쉬 라자고팔란, V, 셀바가네쉬, 존 맥러플린, 샹카 마하드반  

 

 

Shakti 50th Anniversary 

결성 50주년 기념 신작 발매, 월드 투어 진행중인 월드 퓨전 그룹

 

반세기에 걸친 위대한 여정.

장르간 크로스오버의 진수

/MMJAZZ 편집장 김희준  사진/Abstract Logix, Ali Khan

 

불세출의 테크니컬 록 퓨전기타리스트 존 맥러플린은 오래 전부터 인도음악에 깊이 심취해왔었죠. 그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분들이라면 이 사실을 모를 리 없을 겁니다. 그의 인도 음악, 더 나아가 인도의 사상, 불교를 포함한 영적인 신비주의에 대한 관심은 지금으로부터 50년도 더 전인 1970년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자신의 산크리스트어 법명을 딴 그룹 마하비쉬누 오케스트라는 바로 이런 인도에 대한 그의 관심이 표면화된 첫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는 이 관심을 본격적으로 더 심화시키기 위해 기회가 될 때마다 그곳의 음악가들과 만나 교류하고 인도 음악을 제대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탄생한 팀이 바로 샥티(Shakti). 그 당시 존 맥러플린은 서구사회에 이름을 알리고 있던 인도 출신의 정신적 스승 스리 친모이에게 영적 가르침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인도의 민속음악(인도음악은 북부, 남부등 지역별로 차이가 있는데 존 맥러플린은 이것도 상당부분 구체적인 습득을 이뤄냈다고 합니다)도 함께 배우게 되며 이걸 배우는 선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아예 그곳의 현지 뮤지션들과 팀을 조직해 활동하게 되는데 이는 그 당시 어떤 서구 출신 뮤지션들도 보여주지 못했던 과감하고 적극적인 행보였습니다.

라비 샹카를 통해 60년대 중반부터 인도음악이 영미 권에 알려지긴 했지만 대부분 서구 뮤지션들은 이 음악에 사용되는 악기의 독특한 음색과 사운드를 차용하거나 부분적인 뉘앙스를 반영하는 차원에서 그쳤죠. 시타, 베나 같은 인도의 기타 계열 현악기들이나 타블라, 가하탐과 같은 인도 고유의 타악기들을 이채로움을 가미하기 위해 적당히 자신의 작품 안에 담아내는 것이 영미권 팝, 클래식 아티스트들이 인도음악을 활용하는 주된 시도방식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를 완전히 넘어선 게 바로 존 맥러플린입니다. 그처럼 인도음악의 고유한 선율체계, 그리고 복잡한 박자운용을 정식으로 익히고 이걸 시타나 베나 같은 악기로 소화해내고 자신의 음악에 내재화해낸 연주자는 지금도 거의 없으며 이 점은 인도 본토 연주자들조차 두루 인정하는 부분이죠.

 

2 1976년도 당시 샥티의 공연 모습.jpg

1976년도 샥티의 공연 모습

 

그러고 보니 어느새 18년이나 지났네요. 2005년도 21, 이제는 강서구 마곡지구로 이전한 당시 강남 역삼역 근처의 LG아트센터에서 샥티의 첫 내한공연이 열렸죠. 정확하게는 리멤버 샥티 프로젝트였는데 당시 필자는 샥티 음악에 대한 인식은 별로 없이 존 맥러플린의 이름만 보고 갔더랬습니다. 그러나 그 공연에서 그 전까지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신세계를 경험했죠. 구음, 그리고 손으로 박자를 치며 함께 유니즌으로 선율을 엮어내고 그 위로 즉흥연주를 시도하는 존 맥러플린의 기타, 만돌린 주자의 신들린 연주, 셀바가네쉬, 자키르 후세인, 샹카 마하드반등 함께 한 인도 연주자들 또한 하나같이 날렵하고 화려하면서도 의외로 무척 편안하고 여유로움 가득한 속주를 존 맥러플린과 함께 들려주는 모습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인도음악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샥티의 앨범들을 하나씩 사 모으며 인도 악기들에 대한 인식까지 조금씩 갖게 되었더랬죠. 이들이 표현하는 음악이 인도 북부와 남부지역 음악을 두루 혼용해 엮어내고 있다는 것도 그때 알게 된 사실이었습니다. (여기 참여한 뮤지션들은 자키르 후세인을 제외하면 모두 남인도 음악가들입니다. 실제로 그들 간의 배타적 성향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샥티 프로젝트가 구체화되고 지속되는 것만으로도 꽤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 좌로부터) 자키르 후세인,샹카 마하드반, 존 맥러플린, 가네쉬 라자고팔란, V, 셀바가네쉬.jpg

 

이들이 올해로 팀 결성 5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가만히 살펴보면 이 사실 자체만으로도 무척 신기하고 놀라운데, 이유인 즉 리더인 존 맥러플린이 1973년도에 처음 샥티를 만들고 난 뒤 마하비쉬누 오케스트라와 본인의 솔로 작업, 그리고 다망한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샥티는 사실 주된 프로젝트라고 보기엔 애매한 점이 많았던 민속음악 중심의 팀이었으며, 전 세계적인 호응을 얻기에도 애초 태생적으로 무리가 있는 컨셉트의 그룹이었기에 음반사에서도 제작 투자를 꺼렸고 맥러플린에게 당시 잘 나가던 일렉트릭 록 퓨전 작품을 계속 만들기를 종용했다고 합니다.(이 당시 마하비쉬누 오케스트라를 포함한 맥러플린의 록 퓨전 앨범들은 수만장, 많게는 50만장 가까운 판매고를 기록했으니 그럴 수 밖에요) 재즈 록의 비중이 일부 있다지만 실제 음악의 주요 핵심은 전통 인도 음악에 놓여져 있기에 이 음악을 향유할 수 있는 저변 자체가 아무래도 제한된 탓이었죠. 오직 존 맥러플린의 인도음악에 대한 깊은 애정과 감화가 있었기에 유지가 가능했던 팀인데, 결국 ‘70년대 후반 이 팀은 석 장의 정규 앨범을 만든 뒤 현실적인 이유로 더 이상 밴드를 지속시키지 못하고 잠정 해산을 맞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라이브 무대에서의 열렬한 관객들 호응이 있었던 이유로 밴드 멤버들과의 교류는 계속 이뤄졌고 특히 존 맥러플린과 자키르 후세인, 그리고 바이올린 주자인 라크쉬 샹카, 타블라 외에 칸지라와 므리당감, 다른 종류의 인도 전통퍼커션을 다루는 셀바가네쉬는 맥러플린의 리더작에 간간이 세션으로 참여하고 동시에 각자 월드 퓨전 영역에서 활동하면서 서구권 음악 시장에 나름의 성공적인 안착을 이뤄냅니다. 그렇게 상호 연결점이 끊기지 않고 이어지다가 결국 이들은 1997리멤버 샥티라는 이름으로 다시금 프로젝트를 재가동시키게 되죠. 이후 지금까지 팀의 역사는 계속 이어져 왔는데, 올해 새로운 정규 스튜디오 앨범 <This Moment>까지 발표하면서 샥티를 당대를 경유하는 현재진행형 그룹으로 다시금 탈바꿈 시켰다는 건 정말이지 놀랍고 대단한 일입니다.

 

3 재결성된 리멤버 샥티 공연 모습 2013년도.jpg

 

 

에스닉 뮤직, 혹은 월드 퓨전이라는 명칭으로 한때 나름의 파급력을 불러일으켰던 게 이미 30~40년 전의 일이며, 현재 이 영역의 뮤지션들 중 상당수는 세상을 떠났거나 활동반경이 축소된 게 대부분인데, 샥티의 경우 지금까지도 그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건 아무리 존 맥러플린의 커리어와 명성을 염두에 둔다고 해도 놀랍고 이례적이죠. 필자가 보기에 샥티가 지금까지 오랜 세월 명성과 내실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로 어설프게 표피만 가져와 접붙이려는 시도가 아닌, 해당 민속음악의 본질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타 장르의 음악과 연결점을 찾는 과정이 선행되어 왔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팀을 결성하기 이전부터 존 맥러플린이 서구인으로서 인도음악을 배우기 위해 노력했다면 자키르 후세인과 라크쉬 샹카 같은 인도 뮤지션들 역시 록과 재즈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노력을 처음부터 해왔습니다. 이렇게 했을 때 제대로 된 크로스오버가 비로소 가능하다는 걸 존 맥러플린과 자키르 후세인을 비롯한 샥티 멤버들은 우리에게 모범적으로 보여주었으며 그렇게 만들어진 음악들을 서구 관객들과 뮤지션들도 점차 받아들이면서 지속적인 생명력이 부여된 것이 아닐까요?

그 결과 놀랍게도 존 맥러플린이 그간 시도했던 모든 프로젝트들 중에서 가장 적은 상업적 성과를 얻은 팀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오랫동안 생명력을 유지해온 유일한 현재진행형 그룹이 바로 샥티가 되었습니다. 타 문화에 대한 진정한 상호 이해와 존중! 바로 이런 과정이 샥티를 지금까지 현존할 수 있게 만든 근본적인 힘일 겁니다.

 

올해 이들은 결성 50주년을 자축하고 기념하는 전 세계 월드투어를 갖습니다. 이미 현재 투어진행중인데 이들의 무대를 과거 한차례 관람했던 필자로선 앨범보다 라이브 무대에서 이들의 진가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이미 경험한 바 있습니다. 존 맥러플린 역시 이런 점을 직접 이야기한 바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50주년 기념 공연이 이곳 한국에서도 다시금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리더격인 존 맥러플린이 1942년생이니 어느 덧 여든이 넘은 노구의 나이, 거기에 수년 전부터 허리와 손목 등에 노환으로 인한 관절염 증세로 적잖이 고생해오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기에, 이들의 무대가 그리 넉넉한 시간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길어야 내년까지가 실질적인 유예기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더 늦기 전에 이들의 신들린 연주로 인도음악의 고유한 음계와 리듬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우리에게도 주어지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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