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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라 조이(Samara Joy) - ‘그래미 신데렐라’에서 진중한 재즈 아티스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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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산 세 번째 정규앨범이자 메이저 데뷔 두 번째 작품 <Portrait> 발표한 재즈보컬리스트

사마라 조이(Samara Joy)

그래미 신데렐라에서

진중한 재즈 아티스트로

 

20232월에 열렸던 65회 그래미어워즈(이하 그래미)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바로 그래미 4대 본상 중 하나인 ‘Best New Artist’ 을 누가 수상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당시 후보로 오른 뮤지션들은 아니타, 오마르 아폴로, 도미 & JD , 무니 롱, 라토, 모네스킨, 토비 니그웨, 몰리 터틀, 웻 레그 그리고 사마라 조이였다. 음악 인생 중 단 한번 밖에 수상할 수 없는 신인상에 해당하는 ‘Best New Artist’ 부문 최종 수상의 영광은 전혀 예기치 못했던 당시 23세의 약관 사마라 조이에게 돌아갔다. 이때 조이는 ‘Best Jazz Vocal Album’ 부문에서 역대 최연소로 수상하기도 하였지만 이보다 ‘Best New Artist’상을 받았다는 것이 더 큰 화제가 되었다. 조이의 수상이 놀라웠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그녀가 팝 뮤지션이 아닌 재즈 보컬리스트라는 점이었다. 1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음악사에 몇 안 되는 고유한 전통 음악이라 할 수 있는 재즈이지만 사실 음악 비즈니스계의 관점에서 보자면 다른 장르에 비해 비중이 크지 않은, 아니 점점 그 판이 축소되어 가고 있는 현실. 이런 재즈 파트에서 여전히 미국 최대 음악상 중 하나인 그래미에서 신인상 수상자를 배출했다는 사실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재즈 칼럼니스트 강대원  사진/AB + DM ,Verve Records

 

90년대 머라이어 캐리, 토니 브랙스턴, 셰릴 크로우, 로린 힐, 2000년대에는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알리샤 키스, 노라 존스, 에반에센스, 마룬5, 존 레전드, 에이미 와인하우스, 아델, 2010년 들어서는 에스페란자 스팔딩, 본 이베어, 샘 스미스, 두아 리파 그리고 2020년 빌리 아일리시 까지... 이상은 90년대 이후 그래미 ‘Best New Artist’상 수상자 명단이다. 지난 30년간만 살펴봐도 ‘Best New Artist’상의 재즈 쪽 수상자는 에스페란자 스팔딩 정도만 눈에 띌 정도이며(굳이 연결시키자면 노라 존스 정도가 레이블 포함 재즈와 미약하나마 연관이 있는 정도) 그 동안 대체로 이 분야의 수상자들은 당연하게도 팝, 록에서 배출되어왔다. 존스와 스팔딩이 갖고 있던 당시의 음악적 파급력, 대중성 등을 감안한다면 사실 사마라 조이는 아주 전통적인 재즈 보컬을 추구하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Best New Artist’상을 거머쥐었다는 점은 지금 돌이켜 생각해봐도 이변혹은 파란에 가까운 결과가 아니었나 싶다. 더군다나 이 시대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다른 기라성 같은 재즈 보컬들 즉, 디디 브릿지워터, 다이애나 크롤, 카산드라 윌슨, 다이앤 리브스 그리고 더 팝적인 성향이 강한 마이클 부블레 등도 ‘Best New Artist’상은 수상하지 못했다. 뛰어난 재즈 뮤지션이 등장하여 평단의 극찬을 받았고 그 결과 그래미 신인상을 탈 수도 있다. 그런데 앞서도 언급했듯 미국 음악계에서 갖는 재즈의 위치를 감안하면 확률적으로 다른 장르에 밀릴 수밖에 없기에 2023년 사마라 조이의 ‘Bset New Artist’상 수상은 분명 이례적인 일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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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에게 ‘Best New Artist’상 수상을 안긴 앨범 <Linger Awhile>2022년 재즈 명문 버브 레이블에서 발표되었다. 사실 이 앨범은 조이의 두 번째 정규 앨범으로 조이는 이보다 1년 전 영국의 마이너 레이블(Whirlwind Recordings)에서 셀프 타이틀 앨범으로 데뷔하였다. 데뷔 당시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암초를 만났으나 20대의 젊은 조이는 위기를 기회로 활용, 소셜 미디어를 발판삼아 서서히 자신의 음악을 알려나갔다. 틱톡과 유튜브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공연장이나 클럽에서 만날 수 있었던 한정된 재즈의 장을 좀 더 밖으로 꺼내고 온라인에 과감하게 노출시킴으로서 대중적인 접점을 높이는데 노력하였다. 참고로 현재 그녀가 운영하는 틱톡의 팔로워는 666만 명이며 1개월 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새 앨범 <Portrait>의 선 공개 싱글 ‘You Stepped Out Of A Dream(Studio Version)’ 영상은 현재 7만회 정도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이런 조이의 홍보는 또 다른 성과로 이어졌는데 바로 재즈 명문 레이블 버브와의 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이다. 과거 임펄스 레이블을 새롭게 재런칭하며 재즈 파트에 심혈을 기울이던 버브의 레이더망에 조이의 소셜미디어 영상이 잡혔고 그녀의 음악적 가능성을 엿본 버브는 그녀와 정식 계약을 체결, 20229월 버브 레이블 데뷔작이자 두 번째 정규 앨범인 <Linger Awhile>을 내놓았다. 공격적인 재즈 마케팅을 계획했던 버브와 조이의 만남은 조화로운 시너지를 창출했는데 아마도 음반사와 아티스트의 Win-Win 공조에 의한 결과가 바로 그래미 ‘Best New Artist’상의 수상으로 귀결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때문에 조이에게는 ‘Z세대의 첫 번째 재즈 스타라는 닉네임이 붙여지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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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graphy

1999년생인 사마라 조이(본명 Samara Joy McLendon) 뉴욕 브롱크스에서 태어났다. 일찍이 그녀는 음악적 가정환경의 영향에 의해 음악과 가깝게 성장했다. 하지만 그녀의 첫 번째 음악은 재즈가 아닌 가스펠이었다. 조이의 할아버지는 물론 부모 역시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는데 그녀의 할아버지는 필라델피아의 복음성가합창단 세베츠(The Savettes)’의 창립 단원이었으며 베이스 연주자이자 가수였던 아버지를 비롯한 이모, 삼촌은 ‘Godmobile’이라고 부르던 차를 타고 도시 곳곳을 순회하며 거리에서 복음을 전파했다고. 이러한 음악적 가풍에 따라 자연스레 가스펠을 체득한 조이는 16세에 교회의 합창단원으로 선발되면서 노래를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포드햄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조이는 재즈밴드의 보컬리스트로 활동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인생 일대의 전환점이 되었다. ‘재즈 앳 링컨센터가 주최한 고등학교 밴드 경연대회인 에센셜리 엘링튼 페스티벌에 밴드와 함께 출전, 이 대회에서 조이는 최우수 보컬리스트상을 수상하게 된 것. 이후 SUNY 퍼체이스칼리지에 입학한 조이는 보컬을 전공하며 본격적으로 보컬과 재즈에 대해 입문하게 되었다. 뒤늦게 재즈 보컬리스트의 길을 걷게 된 조이였지만 그녀의 음악적 흡수력은 다른 친구들보다 뛰어났고 2019년 사라 본 국제 재즈 보컬 컴피티션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하며 기대감을 높여갔다. 이런 조이에게 든든한 음악적 파트너가 등장하는데 바로 과거 워너 뮤직 재즈 레이블 파트의 프로듀서였던 맷 피어슨(Matt Pierson)이다. 조슈아 레드맨, 브래드 멜다우, 케니 가렛, 마크 터너, 포플레이 등과 함께 작업, 해당 작품 및 뮤지션들을 성공시키며 워너 재즈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피어슨은 조이의 떡잎을 알아봤고 프로듀서 겸 매니저로 그녀의 셀프 타이틀 첫 데뷔작을 제작, 이 앨범으로 조이는 재즈 타임즈의 ‘Best New Artist’에 선정되었다. 이후에도 재즈뮤직어워즈 ‘Best New Jazz Artist’, NAACP이미지어워즈 ‘Outstanding Jazz Album Vocal’ 등을 수상하며 조이는 서서히 재즈계의 새로운 스타로 등극하기 시작했고 2022년에 발표한 두 번째 앨범 <Linger Awhile>으로 그래미상을 2개 부문을 석권하며 단숨에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재즈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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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입장에서 더할 나위 없는 출세작이 되어준 <Linger Awhile> 이후 지난해 피아니스트 설리번 포트너와 했던 크리스마스 특선작 <A Joyful Holiday>를 공개했던 조이가 이번에 새로운 스튜디오 앨범으로 돌아온다. <Portrait> 라고 명명된 새 앨범은 이달 1011일에 전격 공개될 예정으로 그간 크리스마스 앨범 포함 3장의 앨범으로 기본에 충실한 재즈를 선보였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다양성과 변화를 시도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Portrait>는 블루노트 레이블을 포함 과거 50~60년대부터 역사적인 재즈 레코딩을 진행했던 루디 반 겔더 스튜디오에서 20242월경 녹음되었다는데 무엇보다 이번 앨범이 흥미로운 점은 조이가 프로듀서 겸 송라이터, 어레인저, 밴드 리더로서 다양한 음악적 역량을 쏟아 부은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이번에는 맷 피어슨 대신 베테랑 트럼페터이자 밴드 리더/편곡자인 브라이언 린치(Brian Lynch)가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하여 앨범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는 점도 달라진 점이자 본 작의 주요 감상 포인트 중 하나일 것이다. 또한 멤버와 편성의 변화도 감지되는데 피아노(혹은 기타)-베이스-드럼의 기본 편성에서 제이슨 차로스(트럼펫, 플루겔 혼), 도네이번 오스틴(트롬본), 켄드릭 맥칼리스터, 데이빗 메이슨(테너, 알토 색소폰), 코너 로허(피아노), 펠릭스 모스홀름(베이스), 에번 셔먼(드럼)으로 4개의 혼이 추가된 라인업으로 완성했다는 것도 그렇다. 이러한 편성의 변화는 조이에게도 큰 의미가 있는지 앨범 자켓을 보면 자신의 이름과 7명의 밴드 멤버의 이름을 전면에 함께 표기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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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수록곡들을 잠시 살펴보면 잘 알려져 있는 재즈 스탠더드 ‘You Stepped Out Of A Dream’ ‘Day By Day’를 위시해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원곡 ‘Chega De Saudade’ 을 라틴 넘버로 편곡한 ‘No More Blues’ 그리고 흥미롭게도 찰스 밍거스의 ‘Reincarnation Of A Lovebird (Pursuit of a Dream)’, 선 라의 ‘Dreams Come True’ 같이 보컬리스트들이 자주 선택하지 않는 곡들을 포함 총 8곡을 앨범에 담고 있는데 평소 선배격인 보컬리스트 재즈미어 혼(Jazzmeia Horn)의 팬이라고 자청해온 조이는 혼과 같은 접속곡 형태의 곡 ‘Peace Of Mind / Dreams Come True’을 선보이고 있기도 하다. 자세한 앨범 리뷰는 차후 본지에서 다시 다뤄지겠지만 이번 앨범의 전반적인 음악적 분위기는 확실히 전작보다 더 무게감이 있으며, 동시에 곡들 간의 표정과 감성적인 면들이 한층 더 다채로워졌다는 생각이 든다. 선곡과 편곡, 보컬의 어프로치 모두 음악적인 역량을 더 끌어올린 모습이 뚜렷하고 그녀 또한 이전 어느 때보다 심기일전한 모습이 노래에서 여실히 드러난다고 할까? 자신의 오리지널 작곡은 Peace of Mind 한곡에서만 확인할 수 있지만 이 곡과 선 라의 Dreams Come True 를 이어가는 흐름과 모양새가 전혀 어색함이 없이 자연스럽다. 거기에 혼과 브라스를 강조하는 브라이언 린치의 편곡을 중심에 둔 가운데 가스펠과 비밥, 스윙, 발라드를 두루 녹여낸 작품으로 만들어나는 것 또한 인상적인 부분. 이런 도전을 하는 것만으로도 향후 그녀의 음악세계는 더욱 진취적이고 과감해질 수 있을 터. 그 첫 시작점이 이 정도의 내용을 담은 것이라면 충분히 긍정적으로 봐야하지 않을까? 남들은 평생 한 차례도 타기 어려운 그래미 어워즈라는 굵직한 상을 타면서 스스로 도취될 법도 한데 사마라 조이는 그런 내색은 전혀 보이지 않고 더 내실 있게 음악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새 앨범은 앞뒤 좌우전후 모두 만족스러운 작품이라 말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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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사실 예전 80~90년대만큼 언론의 관심과 조명을 받지 않아서 그렇지 지금 시대 또한 뛰어난 여성 재즈 보컬들이 다수 등장해 서로의 역량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무한경쟁시대라 할 수 있다. 조이가 존경한다고 이야기한 재즈미어 혼은 물론 이미 스타덤에 오른 세실 맥로린 설번트와 에스페란자 스팔딩, 지명도는 이들에 못미치지만 가진 실력과 잠재력은 비범한 베로니카 스위프트와 케이티 조지등 실력을 겸비한 젊은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들이 각자만의 방식으로 이 분야의 지평을 새롭게 열고 이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때문에 그래미 신데렐라가 아닌 진정한 재즈 아티스트로 거듭나는 중요한 순간이 사마라 조이에게도 닥쳤고 본작이 바로 그 시작점이 된다고 볼 수 있겠다. 전과 다른 음악적 변화와 방향성을 담은 본작의 귀추가 더욱 더 관심이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끝으로 작년 국내 한 매체와 가졌던 조이의 인터뷰를 소개한다. 재즈미어 혼과 관련된 언급과 재즈에 대한 그녀의 견해가 있어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참고하면 좋을 듯하며, 그녀의 가식없는 솔직함과 스스로에 대한 객관적 인식이 어떤지 짐작할 수 있을 것 이다.

 

대학교 1학년 때 재즈미어 혼이 노래하는 동영상을 찾아보며 감탄했던 기억이 나요. 그녀의 스타일과 대담함은 제게 영감을 주죠. 그녀를 듣는 모든 순간, 끊임없이 움직이는 새 멜로디와 리드미컬한 아이디어에 귀 기울이게 됩니다. 그녀가 즉흥적으로 선보이는 멜로디나 스캣은 항상 신선한데 그걸 저만의 음악과 태도에 적용하는 방법을 천천히 배우고 있어요(중략). 재즈는 제 생각과 감정을 가장 친밀한 방식으로 노래할 수 있게끔 해주는 장르예요. 마치 제 자리를 찾은 것처럼요.”  (2023. 3. 10. 뉴시스와의 인터뷰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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