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앨범 ⚡루이 스끌라비 , 벤자민 무세이 Louis Sclavis/ Benjamin Moussay [Unfolding] ECM/2024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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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uis Sclavis/ Benjamin Moussay <Unfolding> ECM/2024
Louis Sclavis : Clarinet, Bass Clarinet
Benjamin Moussay : Piano
2 Loma del tanto
3 None
5 Siete Lagunas
6 L'heure de loup
8 Somebody Leaves
9 Snow
심플함과 여백 속 깊은 내공의 격조 있는 연주
클라리넷이 메인인 멀티 리드 연주자로 지난 50년 가까이 프랑스 및 유럽 재즈 신에서 가장 진취적인 뮤지션중 한명으로 각광받았던 루이 스끌라비와 우리나라 팬들에게는 나윤선과 호흡을 맞추어 내한까지 하며 알려졌고, 루이 스끌라비와는 20년이 넘는 관계를 맺어온 피아니스트 벤자민 무세이의 듀오 연주이다. 이 앨범은 지금까지 루이 스끌라비의 리더작과 컨셉트 뿐 아니라 음악적으로도 사뭇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뮤지션의 본질이나 연주에서 나타나는 단련된 패턴들, 세팅에서 즉흥의 여정으로 항해하는 고유한 라인들이 변화했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상대적으로 큰 편성에서 듀오라는 형태로 축소되었을 때 합의되고 통제의 틀을 유연화 할 수 있는 자율의 공간이 늘어나며 약속 보다는 즉각적인 반응으로 자유로운 상상력을 확대하기 용이한 정도라 하겠다. 그리고 개인적인 느낌을 덧붙인다면 최소한 이 듀오에게서는 루이 스끌라비의 커팅 에지가 전위성이 아닌, 예리하고 각진 모양을 많이 다듬고 깎은 것이다. 레이블이 추구하는 바에 순응했다고 하기에는 루이 스끌라비의 이전 리더앨범이 웍샵 리옹 시절까지는 아니더라도 기형적인 앙상블과 하모니, 집단적으로 발생하는 혼돈 등은 별 타협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레인보우 스튜디오와 더불어 유럽 재즈뮤지션이 가장 선호하는 르 비손 스튜디오 녹음으로 전 트랙이 이 둘의 오리지널이고 무세이 6곡, 스끌라비 3곡이 실려 있는데, 오프닝이자 타이틀인 Unfold 는 무세이 작곡이다. 테마 멜로디는 마이너의 애수를 간직하면서 급진적 변화나 하모니의 복잡함이 거의 없는 무엇인가를 잔뜩 함축해놓은 듯한 느낌이 든다. 테마에서 즉흥으로의 이행은 멜로디를 온전히 이어받는 기복이 없지만 한껏 집중하고 조심스럽게 들리지만 서로의 음과 진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완전 즉흥으로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데, 여운이 길게 남으면서 깊이와 연주 본연의 가치를 제대로 드러낸 부분이라 하겠다.
2번 트랙 이후로 이어지면서 주선율의 긴장감이 다소 높아지는데 반해, 오프닝과 패턴의 변화는 거의 없는 쪽으로 들린다. 즉흥연주에서 스케일을 단순하게 연주하고 이에 대한 대위나 하모니로 특별한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미니멀한 형태로 발전시킴에도 효율성과 전달성이 충만한 점에서는 그냥 달인이라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단순한 듯 단순하지 않고, 고요한 듯하면서 긴장 속의 아름다움을 끝까지 잃지 않는 양질의 듀오 연주이다. 글/재즈 칼럼니스트 김제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