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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k

존 바티스트(Jon Batiste) - 장르간 경계 허무는 유연한 발상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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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 Batiste

커리어 첫 클래식 레퍼토리 담은 피아노 솔로 발표

장르간 경계 허무는 유연한 발상의 전환

 

존 바티스트의 성공가도는 가만히 살펴보면 꽤 독특한 지점과 함께 대기만성형 측면 또한 있습니다. 앨범 <We Are>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뒤 2022년 그래미 어워즈 올해의 앨범 포함 총 5개의 트로피를 가져갔으며 이전 해인 2021년에는 애니메이션 [Soul] O.S.T에 참여한 것으로 아카데미 영화음악 부문을 공동 수상하기도 했죠. 여기까지 보면 그의 성공은 수년간의 짧은 시간 안에 쉬이 얻어낸 신데렐라의 등장같이 보입니다만, 그가 처음 프로 뮤지션으로 등장한 게 2005년이며 이후 2018년까지 무려 13년 넘게 메이저 레이블과의 계약 없이 자신이 직접 설립에 관여한 Naht Jona를 포함, 마이너 레이블을 전전하며 인디 뮤지션으로 커리어를 이어왔다는 것, 데뷔 이후 평단에서 그를 주목하는 경우도 분명 있었고 뉴올리언즈 출신의 동료 및 선배들의 조력도 받았습니다만 앨범 <Social Music> 이전까지 그의 이름은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았었죠. 무명까진 아니었지만 꽤 오랜 기간 미 동부의 로컬 재즈/흑인음악 신에서 연주 및 협연활동을 하나씩 해오면서 커리어를 만들어온 그는 버브와 계약하게 된 2018년도 발매작 <Hollywood Africans>을 통해서 비로소 음악계 및 주요 저널의 조명을 받게 됩니다. /편집부 사진/Eyerusalem Yaregal Seyoum & Melketsad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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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적 재능을 10대 후반부터 일찌감치 인정받아온 것과 달리 그에 대한 미디어의 제대로 된 눈도장은 시간이 다소 필요했다는 얘기인데 흥미롭게도 바티스트는 자신의 음악을 더 가다듬고 외연을 확장시키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했을 뿐, 명성을 더 알리기 위한 프로모션에는 그다지 큰 공을 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프로모션이 본격화된 것은 2017년 이후 그가 그래미 어워즈 축하공연 및 HBO 드라마 Treme 에 배우 및 O.S.T 로 참여하면서 부터였다고 보면 적절할 겁니다.

자신의 뿌리인 재즈와 소울, 블루스, 가스펠과 R&B를 바탕으로 한 흑인음악 전반을 근간으로 한 작곡과 연주, 거기에 8여년 간 TV 토크쇼의 하우스 밴드를 맡아 진행하면서 일반적인 팝과 록을 포함한 다양한 대중음악의 색깔을 직접 경험하고 또 받아들인 그는 현재 본인의 음악세계가 갖고 있는 복합적인 장르적 성격들을 이 때부터 점차 갖춰나가게 되며 그 결과 지금처럼 대형 스타급 뮤지션으로 성장하게 되는 계기가 마련되게 되죠.

최고 출세작인 <We Are> 발매 당시 다운비트나 뉴욕 타임즈, 롤링 스톤 같은 해외 저널 및 본지에서도 언급했던 그의 음악적 기반에 관한 소개내용을 살펴보면 곡에 따라 다양한 장르적 형태를 보여주지만 어떤 형태의 작업을 하건 결코 사라지지 않는 핵심적인 면 또한 그의 음악 안에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전통적인 흑인음악! 그러니까 여유로운 미드템포를 통해 표현되는 블루스와 가스펠, 그리고 스윙과 같은 재즈의 전통이 녹아든 작곡과 건반연주, 바로 이런 부분이야말로 존 배티스트의 음악세계를 이야기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본질적인 핵심 요소이며 그의 천성과도 같은 부분이다 라고 소개한 내용이 있는데 존 바티스트의 음악성은 다양한 대중음악 장르와 연결이 되어 있지만 확실히 전반적인 흑인음악 기반 위에서 세워진 것입니다. 그런데 거기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 때론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영역의 음악에까지 그는 시선을 두며 일반 범인의 관점에서는 이게 가능할까? 과연 잘 어울릴까? 싶은 시도조차 거리낌 없이 행하는 과감함도 보이곤 하죠. 바로 서양의 클래식 음악에 대한 그의 관심과 도전이 여기에 해당되는데, 그 점에서 이번에 공개한 베토벤 다시 들여다보기 프로젝트 <Beethoven Blues>는 언뜻 보았을 때 과감하다 못해 의아함, 혹은 무모해 보이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적어도 음악을 듣기 전까지는 상당수의 음악팬 및 저널 관계가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요? 베토벤의 작품에 블루스와의 접목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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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 앨범을 만들게 된 계기는 이러합니다. 2023CNN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베토벤의 곡을 하나 데모로 연주하면서 자신의 스타일로 재해석및 즉흥연주를 가미해 소화한 게 당시 청중들에게 큰 반응을 불러일으켰고 이후 이 영상이 소셜 미디어로 옮겨져 소개되면서 더욱 더 넓게 확산되었다고 하죠. 이 반응에 고무된 존 바티스트는 베토벤을 테마로 자신만의 해석을 담은 피아노 솔로 앨범을 만들게 된 겁니다. 하지만 이는 실질적인 계기였어도 그가 이런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던 것은 그보다 더 오래되었다고 합니다. 평소 클래식음악에 대한 관심도 높아서 바흐, 모차르트와 쇼팽 같은 작곡가들의 작품을 자신의 해석으로 색다르게 연주하는 시도를 라이브에 종종 했었다고 하죠. 물론 지금처럼 앨범 전체를 다 이렇게 만든건 커리어 처음이긴 합니다만. 아무튼 베토벤과 블루스의 만남이라...아무리 봐도 두 상이한 장르의 조합이 좀체 어울릴 것 같지 않게 짐작되는 이 이색적인 프로젝트는 전적으로 바티스트 자신의 머리에서 음악적 구상이 이뤄진 것입니다. 여기에서 그가 베토벤을 다시 들여다보게 된 계기에 대해 이야기를 한번 들어볼까요?

 

베토벤이 음악을 만들던 때에는 블루스, 재즈라는 음악이 존재하기 전이었고 아직 형태를 제대로 잡지 않았던 시기였지만 전 베토벤을 들을 때마다 그의 음악에 담긴 블루스의 풍미를 느낍니다. 분명 그의 음악에는 블루스와 가스펠에 담겨진 리듬이 여기에서 비롯되었을 수 있겠다 싶은 유산이 담겨져 있어요. 물론 그가 이걸 블루스라고 구체적인 인식을 하지는 못했을 거라 생각되지만 베토벤은 당시 상당히 폭넓은 음악적 영역을 탐구했고 이를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어내었기에 이런 방식으로 그의 음악을 새롭게 바라보는 것이 결코 어색하거나 무리가 아니라고 봅니다. 바로 이런 작업이야말로 지금 21세기를 살아가는 음악예술가로서 시도할 수 있는 가능성입니다. 우리에겐 지난 수백 년 동안 쌓여온 다양하고 풍부한 전통과 문화적 유산이 있으며 그걸 배우고 이해할 수 있는 우리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그걸 활용할 수 있죠. 그리고 상상력과 기술적인 역량이 있다면 이전에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구체화시켜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이말 인즉 바티스트 본인이 봤을 때 베토벤의 곡들을 들으면서 흑인음악과의 연결고리가 분명 보인다는 것이며 그 지점을 좀 더 과감하게 끄집어내고 또 새로이 살을 덧붙여 낸 작품이 바로 이번에 공개한 그의 베토벤 피아노 솔로 작품집인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실제 그가 연주한 베토벤은 어떤 모습일까요? 대략적으로 한번 살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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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곡들에 관하여

앨범 첫 곡으로 수록된 For Elise (Bagatelle No.25)는 어린 초등학생들도 들으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일 유명한 멜로디의 작품인데, 존 바티스트는 이 곡에 블루스를 가미해 풀어냅니다. 앨범 전체의 인트로와 아웃트로를 담당하는 이 곡은 베토벤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는 이들도 아는 곡이며 심플한 화성과 멜로디에 담긴 아름다움으로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존 바티스트는 다른 해석이 첨가되기 쉽지 않을거 같은 이 곡에다 재즈 피아니스트로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인상적으로 덧대어 냅니다. 중반부 매력적인 전조지점부터 클라이맥스로 넘어가는 지점의 싱코페이션과 즉흥 멜로디의 추가는 앨범 타이틀이 의미하는 바를 바로 이해하게 해줍니다.

이어지는 트랙들에서도 그의 아이디어는 반짝이는 지점들이 여러 군데에서 보이는데 상대적으로 평범한 교향곡 운명의 테마는 거칠고 강력한 파워로 가스펠적인 분위기를 첨가해내며 이어지는 월광 소나타는 가급적 원곡의 틀을 유지한 가운데 약간의 블루지함과 소울필을 담은 코드로 어색함 없는 흐름을 보여줍니다. 다만 곡이 제대로 끝맺지 못하고 습작, 혹은 미완성본처럼 페이드아웃되는 지점은 의아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이어지는 자신의 오리지널 넘버인 Dusklight Movement 와 음악적으로 연계된 구성이어서 그런 식의 흐름을 시도한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지만 그럼에도 솔직히 그다지 매끄럽게 이어지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어지는 교향곡 7번의 느린 악장에 담긴 서정 멜로디를 생각하면 해석의 방향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법한 곡인데 애수 띤 슬픔과 비장함이 깃든 원곡을 별로 훼손하지 않으면서 여기에 가스펠 터치와 포크적인 뉘앙스로 정서적 감흥을 달리 가져가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애호가, 종교적 관점의 신앙인, 어린이, 합창단 멤버, 아마추어 피아니스트등 다양한 청취자분들에게 베토벤의 음악은 오랜 세월 감동을 주었으나 이번에 그가 시도한 베토벤은 클래식 고전으로서의 베토벤과는 아주 큰 차이가 있습니다. 놀랍게도 그의 곡들을 재즈와 블루스, 가스펠 적인 접근을 통해 새로운 지점을 바라보려 한것이죠. 초등학생들도 다 아는 엘리제를 위하여를 블루스 스타일로, 운명 교향곡으로 잘알려진 교향곡 5번은 미드/업템포의 스윙을 가미한 버전으로, 교향곡 7번의 느린 악장 7th 심포니 연가는 스트라이드리듬과 셔플을 섞어 맛깔스런 느낌을 자아내게 합니다. Waldstein Wobble 에는 부기우기와 스트라이드, 빠른 템포의 가스펠로 편곡되었는데 이 어울림이 이번 앨범 수록곡들 중 가장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음향적으로도 고색창연한 과거의 녹음을 재현해 마치 20세기 초 부기 우기 넘버 레코딩같은 그림을 보여주고 있으며 너무나 이 옷에 잘 맞게 입혀져서 위화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에요. 여기에 앨범 마지막을 장식하는 Fur Elise -Reverie 는 앨범 첫 인트로에 실린 버전과 기본 컨셉트는 동일하지만 이어지는 추가 해석과 테마의 반복을 통한 긴 즉흥연주를 포함해 15분이 넘는 피아노 솔로를 가져가고 있습니다. 그가 재즈 뮤지션으로서 가진 역량을 이번 앨범 전체를 통틀어 가장 잘 보여준 곡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서정적인 즉흥 라인에서 진중하고 깊이 있는 가스펠 버전의 테마, 블록 코드와 싱글라인을 유려하게 오가는 가운데 자신의 음악적 상상력을 펼쳐냅니다. 이 곡 하나만으로도 그가 이 작품을 시도한 동기와 이유는 부족함 없이 증명이 된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존 바티스트는 베토벤의 클래식 곡들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오리지널 멜로디를 크게 변형시키지 않고 제대로 부각시켜 연주합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클래식을 소재로 한 다른 재즈 피아니스트들과 달리 스윙을 그다지 강조하지 않고 심플한 뉴 에이지 스타일의 연주를 자주 선보입니다. 그래서 좀 더 감상이 용이한 측면이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스스로 자신의 피아노 연주를 두고 뉴 에이지 성향 담긴 블루스 피아노라고 인터뷰에서 이야기한 바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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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얼마 전 존 바티스트는 뉴욕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왜 클래식 음악에 대해 새삼 관심을 가지며 이걸 새로이 연주하려 하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 적이 있습니다.

재즈, 블루스를 비롯한 다른 음악과 마찬가지로 클래식에도 똑같이 놀라운 경이로움이 담겨져 있는데, 장르에 대한 구분은 우리가 그 음악과 진심으로 대화하는 것을 제한하고 그 안에 있는 창조적 변화의 기회를 가로막습니다. 왜 그 기회로부터 우리가 따로 소외되어야 할까요? 왜 우리는 그토록 아름다운 것과 우리 자신을 분리하는 걸까요? 나는 모두를 위해 무언가를 창조한다는 아이디어를 진심으로 좋아할 따름입니다.

거기에 추가로 베토벤의 음악에 대해서도 이렇게 덧붙여 이야기하죠.

그의 음악은 매우 아프리카적이며 항상 2, 3박의 폴리리듬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블루스가 하나의 용어나 형태, 소리가 되기 이전의 블루스의 느낌은 아마도 그의 음악에 담겨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리고 가장 위대한 예술가들은 우리가 때로는 그것에 대한 이름을 갖기도 전에 그것을 찾아내 표현하곤 합니다. 그게 무엇인가 정의하기 이전에 그것의 실체를 느끼고 깨달을 수 있는 거죠. 아마도 베토벤은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때때로 우리는 음악이 훌륭하기 때문에 존중하지만 단지 유럽 문화의 유산이란 사실 하나만으로 존중을 표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와 반대로 그것이 유래한 공동체와 그것이 연주될 장소 때문에 존중을 받지 못하는 것도 있습니다. 난 전통이나 시스템을 마냥 거부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규칙과 규정에만 얽매이는 것이 아닌, 표현의 능동성과 순수성을 추구할 때 실질적인 가치와 창의적 변혁의 힘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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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대한 고루한 편견이나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으려 노력하는 그의 이런 가치관과 태도는 지극히 합당하고 존중받아야 하며 모든 창조적인 예술가들이 가져야 될 덕목이죠. 동시에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단절시키지 않고 이어가는 토대가 됩니다. 이번 베토벤 프로젝트를 시도한 그의 과감한 도전은 바로 이런 생각에서 빚어진 산물이며 그가 얼마나 사심과 편견 없이 타 장르의 음악을 대하는 지 확인케 해주죠. 때론 이런 과감한 시도가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기존 클래식 팬들은 이 작품에 대해 호불호가 나뉠 수 있을 겁니다. 날선 비판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테죠. 하지만 다른 걸 떠나 그가 바라본 베토벤 음악에 담긴 흑인 음악적 요소가 결코 지나친 확대해석이 아니라는 점을 꼭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바라본 근거와 개연성이 이 솔로 앨범에 잘 담겨져 있으며, 베토벤과 블루스, 가스펠을 함께 묶어 바라본 그의 아이디어는 존중받을만한 가치가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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