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재즈 신이 낳은 최상의 기타 트리오 걸작 [Question & Answer] - 팻 메시니, 데이브 홀랜드, 로이 헤인스(Pat Metheny, Dave Holland, Roy Haynes)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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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 Metheny, Dave Holland, Roy Haynes <Question & Answer>
Geffen Rec./1990 (Recorded 1989)
Bass – Dave Holland
Drums – Roy Haynes
Engineer [Assistant] – Mat "Boom" Lamonica*
Guitar, Producer – Pat Metheny
Mastered By – Bob Ludwig
Other [Project Coordinator] – David Sholemson
Photography – Christopher Kehoe
Producer [Associate] – David Oakes, Gil Goldstein
Recorded By, Mixed By – Rob Eaton
Written-By – Pat Metheny (tracks: 2 to 4, 6, 9)
Power Station Studio, New York City 1989. 12.21
5 Law Years
7 All The Things You Are
9 Three Flights Up
80년대 재즈 신이 낳은
최상의 기타 트리오 걸작
1980년대 후반, 재즈계는 팻 메시니라는 젊고 새로운 ‘재즈 스타’의 등장을 맞이합니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80년대 초 퓨전 스타일로의 컴백과 GRP 레이블을 거쳐 케니 G의 스무드 재즈 폭탄은 상업성의 끄트머리를 안쓰럽게 쥐고 있던 재즈업계에 새로운 희망을 불어 넣었고, 당시 ECM을 떠나 더 큰 상업적 성공을 약속한 미국의 게펜(Geffen) 레이블로 옮겨 새롭게 활동을 시작하던 팻 메시니는 이 희망에 화답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무렵 PMG(Pat Metheny Group)은 일반 콘서트 홀 규모를 넘어서 스타디움 투어를 순회할 만큼 보기 드물게 대중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 재즈 뮤지션들 중 하나였습니다. 새로 옮긴 게펜 레이블에서의 일련의 성공적인 앨범들 <Still Life(Talking)>(1987), <Letter From Home>(1989), 그리고 솔로 프로젝트인 <Secret Story>(1992) 등은 모두 골드 레코드(50만장 이상씩 팔린 앨범, 당시 물가를 고려해 앨범당 대략 10억원 이상의 순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됩니다. 특히 <Still Life>는 100만장이 넘는 가공할 판매고를 기록했죠)를 기록하며 유례없는 공전의 ‘히트 메이커 재즈 아티스트’가 됩니다.
하지만 팻 메시니는 이런 놀라운 대중적 성과 외에 재즈 뮤지션으로서 자신의 음악적 시도와 도전에 대한 갈망을 가슴 한켠에 여전히 크게 갖고 있었습니다. <Letter from Home> 작업을 마무리한 이후 그는 그룹 활동 이외에 완전한 재즈 기타 트리오에 대한 아이디어를 갖고서 두 명의 초거물급 리듬 섹션을 섭외, 함께 녹음을 갖습니다. 지금 소개할 이 앨범 <Question and Answer>는 게펜 레이블로 이적한 이후 처음으로 작업한 기타 트리오 앨범인데, 여기에서 그의 기타 연주는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레벨로 들어섰다는 걸 명확하게 느낄 수 있는 순간들을 여러 부분에서 가지고 있습니다. 이전 ECM 앨범들과 PMG(Pat Metheny Group)앨범들에선 숨겨 두었던 것처럼 느껴질 정도의 자신의 연주력을, 그저 꽤 훌륭한 정도가 아닌, 마치 칼을 살벌하게 갈고 나온 듯한 레벨로 앨범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 전 앨범들에선 다양한 종류들의 기타들을 사용하면서, 사운드 편곡과 작곡에 대한 비중을 좀 더 앞세웠다면, 이 앨범에선 자신의 메인 재즈 기타를 주로 연주하면서 즉흥 솔로를 포함한 연주 자체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전 앨범들에서 느낄 수 있었던 어딘가 조금은 어두운 메인 기타 톤에 비하면, 이 앨범에서 그의 깁슨 175 모델 사운드는 좀 더 명확해지고 피킹의 힘 밸런스가 완벽에 가까워짐을 느낄 수 있죠. 특유의 따듯하지만 힘있는 기타 톤과 좀 더 리니어한 프레이징은 연주에 여유와 정교함을 보태고 있습니다. 물론, 트레디셔널한 스타일을 기준으로 보면 웨스 몽고메리보단 짐 홀에 가까운 톤과 접근으로 새로운 세대의 재즈 기타 히어로가 되기에 충분한, 요즘 표현으로 하자면 일종의 인증 샷 같은 앨범이 되었습니다.
재즈 트리오(보통 드럼과 베이스를 포함한) 앨범들은 이 장르에서 가장 흔하고 또 친밀한 인터플레이를 들을 수 있는 구성이기도 합니다. 짝수인 듀엣이나 쿼텟 구성과는 또 다른 일종의 저글링 같은 균형 감각이 필요한 삼각 구성이기도 하죠. 주지하다시피 피아노 트리오의 경우 빌 에번스나 키스 재럿 트리오같은 이 방면의 대표유닛들이 삼각 구성으로 구현할 수 있는 음악성을 완성시켜 왔는데, 이 앨범 <Question and Answer>에서 현대 재즈 베이스의 독보적인 레전드 데이브 홀랜드, 그리고 이 앨범의 숨은 주인공이자 얼마 전 세상을 떠나신, 재즈 드럼의 전설 로이 헤인스(1925-2024)를 모시고 이 삼각 편대의 균형 감각을 테스트하는 순간들로 가득 채워내고 있습니다. 특히, 스윙감에 있어선 독보적인 경지의 모던함을 지닌 로이 헤인스와의 트리오 연주는 팻 메시니 자신이 추구하던 '새로운' 재즈 기타연주에 더할 나위없는 큰 힘이 되어주었죠.
대중성과 음악성 모두 거머쥔 재즈 스타
팻 메시니의 커리어는 엄청나게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들을 자랑합니다. 누군가 스무드 재즈라고 이야기해도 별 반문이 없을 정도의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앞서 소개한 작품들과 함께, <Zero Tolerance of Silence>나 <Song X> 같은 앨범들은 심지어 PMG 의 열혈 팬들(물론 대중적인 작품들을 선호하는)에게 조차 전혀 어필 하지 못할 만큼 예술성과 실험성이 강한, 즉 "..이게 다 한 아티스트의 작품들?..." 이란 의문이 결코 이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렇듯 당시의 팻 메시니는 각기 전혀 다른 양상의 음악들을 매우 알차고 신빙성 있게 만들어 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실 어느 레벨 이상의 뮤지션들에게는 이런 다양성의 확보라는 점들이 크게 기술적 어려움을 갖는다고 보긴 힘들지만, 보편적인 관점에서 보면 결코 쉽지 않은 상당한 음악적업적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가장 어려운 음악도 가장 쉽게, 혹은 가장 쉬운 음악도 가장 어렵게 들리게 만들수 있는 매우 놀라운 능력보유자 중 한명임을 부인 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의 재즈 기타 트리오 앨범들은 이와 달리 도전적이라기 보단 중도 지향적인 재즈 성향이 뚜렷해집니다. 커리어 첫 데뷔작이자 첫 트리오 앨범이기도 한 <Bright Size Life>(ECM/1976) 부터, <Rejoicing>(ECM/1984), <Question and Answer>,그리고 이후 발매되는 <Trio 99-00>(Warner Bros/2000), <Day Trip>(Nonsuch/2008) 등은 팻 메시니 다운 연주와 사운드, 내용들로 채워져 있지만 그룹을 위시한 다른 편성 작들에 비해 확실히 재즈의 전형적인 면이 강조되어 있죠.
한편 재즈 신에서 팻 메시니처럼 매우 이례적인 상업적 성공을 거둔 아티스트들은 한 손에 꼽힐 정도이기도 합니다. 사실 그의 ‘상업적 성공작’들의 판매량과 인기는 이 바닥의 진짜 재즈들과는 별개의 척도와 관점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 히트곡들의 본질들과 그의 재즈가 속한 전체 음악 산업의 추이를 고려해보면 팻 메시니의 상업적 성공은 케니 G의 지극히 팝적인, 마치 경음악에 가까운 연주들과는 확연히 다른 차이점들이 있기에 별개의 이슈라고 봅니다 (짐작하건데 당시 메시니는 스스로 ‘손가락 더 잘 돌아가는 짐 홀’이 되고 싶었을 겁니다. 재즈에선 상업성을 늘 경시하던 태도 때문에 그의 기타 사운드와 연주력이 조금은 아쉽게 취급당하는 경우도 없진 않았습니다.)
수록 곡에 관하여
이 앨범 <Question and Answer>는 좀 더 트래디셔널한 접근을 기반으로 재즈 뮤지션으로서 그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줍니다. 첫곡 ‘Solar’ 는 마일스 데이비스의 변형된 12마디 마이너 블루스로 적당한 코드의 변화에 블루스 형식으로 손풀기 좋은 선곡입니다. 앨범의 첫 사운드는 로이 헤인스 특유의 거침없이 멜로딕한 8마디 드럼 인트로 솔로로 시작됩니다. 타이트해지려는 드럼과 베이스 사이를 오가지 않고 오히려 더 여유있는 스트레이트에 가까운 스윙감으로 다른 앨범들에서 미처 펼치지 못했던 기타 솔로를 충분한 길이로 전개합니다. 한 코러스씩 주고 받는 트레이드 솔로, 헤드 아웃과 엔딩에서 로이 헤인스의 하이햇 심벌 마무리 까지 실로 자연스러운 재즈 트리오의 완벽함을 담아냅니다. 두 번째 트랙인 ‘Question and Answer’ 는 재즈 왈츠 계열의 메시니 오리지널 곡이자 앨범의 타이틀로 생전 로이 헤인스를 포함해 많은 동료 및 후배 아티스트들이 기꺼이 커버하는 명곡 레퍼토리가 되었습니다. 브릿지 후반부 콜트레인의 코드체인지를 연상시키는 전환 아이디어가 아주 인상적입니다. ‘H&H’ 는 B 메이저 키의 포스트밥 블루스 헤드로 곡의 끝 헤드 아웃으로 가면서 아주 조금씩 템포가 빨라지는 게 오히려 곡의 드라이빙한 에너지를 멋지게 담아내고 있는 매력만점 트랙입니다. 또한 트레이드에서 로이 헤인스의 드럼 솔로들은 지금도 여전히 드럼 키드들에게 유효한 그야말로 명연주라는 표현 외엔 달리 할말이 없죠.
팻 메시니의 첫 트리오 앨범 <Bright Size Life>에서 천재 베이시스트 자코 파스토리우스가 그랬던 것처럼, 드러머 로이 헤인스 역시 이 앨범의 숨은 주인공이자 팻 메시니에게 재즈 기타리스트로서 강력한 동기부여를 해주고 있음을 앨범 전반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발라드 ‘Never Too Far Away’ 는 사실 여느 PMG 레퍼토리로 들릴만큼 테마 멜로디에서부터 전형적인 스타일을 가진 곡입니다. 그런데 재즈 스윙이 아닌, 이런 다른 스타일의 곡에서도 음악적 신선함을 유지하려는 로이 헤인스의 폭넓은 드러밍 스타일이 아주 돋보입니다. 오넷 콜맨의 열혈 마니아답게 ‘Law Years’ 에서 메시니는 좀 더 자유로운 접근을 위해 멜로디의 다양한 전개와 함께 화성적 울타리를 잠시 벗어나 여유롭게 산책합니다. 이어 그래미 최우수 재즈 연주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던 ‘Change of Heart’ 는 그가 잠시 목가적인 아메리카나(Americana) 정체성의 PMG 레퍼토리를 재즈 기타 트리오로 전환 시켜 연주하는 형식으로, 그의 포크적인 멜로딕 센스의 최대치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명 스탠더드 넘버 ‘All The Things You Are’ 에서는 그야말로 팻 메시니의 수많은 기타 시그너쳐 릭(재즈 프레이즈)들로 넘쳐납니다. 동시에 빠른 템포를 활용해 로인 헤인스의 고유한 장기인 Fast Swing 연주들과 트레이딩을 끌어내고 있습니다. 또 웨스 몽고메리 넘버로 유명한 트럼페터 케니 도햄의 버전으로 널리 알려진 명 발라드 ‘Old Folks’ 에서 그의 기타 솔로는 메시니 멜로디 미학의 절정으로 특유의 작곡된 듯하게 완벽한 즉흥 솔로 구성은 이 앨범에 담긴 기타 연주 가운데 백미 중 백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로이 헤인스의 빠른 스윙연주를 피처링 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앨범의 마지막 곡 ‘Three Flights Up’ 은 수퍼 업템포 곡으로 자신의 기타 릭을 모두 태워버릴 기세로 연주하고 있습니다. 또 기타 신디사이저 대신 싱클라비어 신스를 패드 레이어 처럼 오버더빙해 곡의 완성도를 더하고 있기도 하죠,
필자가 미국 유학 시절 로이 헤인스 공연을 본 뒤 보관해온 티켓과 음반.
Epilogue
그의 기타 연주 관점에서 볼 때 그룹에서 선보인 퓨전 앨범들에서의 솔로들이 가진 다소간의 아쉬운 점들을 이 작품 <Question and Answer>를 통해서 어느 정도 해소 할 수 있었습니다. 부족함 없이 충분한 길이로 전개된 그의 기타 솔로들은 재즈 기타의 새로운 접근을 추구하는 많은 후대 기타리스트들에게 좋은 자양분이 되었고, 이후 90년대와 2000년대를 거치면서 재즈 기타의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또 전 세계 수많은 (특히 70년대 이후 태생의)재즈 기타리스트들과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필청 재즈 기타 앨범 중 하나로 자리 잡기도 했죠. 메시니 특유의 멜로디시즘이 강조된 재즈 솔로라인들의 미려함과 탄탄하기 그지없는 프레이징들, 곡들의 컨템포러리한 다양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재즈 드럼의 전설 로이 헤인스가 들려주는 완벽한 재즈 드럼 연주와 상호 인터플레이가 한세대는 가볍게 차이나는 이 젊은 기타리스트와의 콜라보레이션에서 너무나도 돋보이는 순간들을 연출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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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가 미국 유학 시절 로이 헤인스 공연을 본 뒤 보관해온 티켓과 음반..jpeg (File Size: 1.89MB/Download: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