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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앨범 ⚡류이치 사카모토 Ryuichi Sakamoto [Opus] Commons/2024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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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ichi Sakamoto <Opus> Commons/2024
Ryuichi Sakamoto : Piano
1 Lack of Love
2 BB(Bernardo Bertolucci)
3 Andata
4 Solitude
5 for Johann
6 Aubade 2020
7 Ichimei-Small happiness
8 Mizu no Naka no Bagatelle
9 Bibo no Aozora
12 The Wuthering Hights
13 20220302 - sarabande
15 20180219(w/prepared piano)
16 The Last Emperor
17 Trioon
18 Happy End
19 Merry Christmas Mr Lawrence
생의 마지막, 남은 에너지와 정신력 쏟아낸 감동의 열연
작년 연말 국내 극장에서도 개봉되었던 류이치 사카모토의 마지막 연주 기록 영상인 <Opus>가 지난 8월말 음원으로 정식 공개되었죠. 하지만 음반 형태로는 소개되지 않고 있었는데 이달 초 일본을 포함 국내에도 정식으로 발매가 됩니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6개월 전인 2022년 9월 마치 스스로를 다시 회고하듯 자신이 그동안 프로 뮤지션으로 활동해오면서 만들어냈던 곡들을 20가지 골라 NHK 509 스튜디오에서 연주한 기록들이 바로 이 작품에 담겨져 있습니다. 이미 이 연주 영상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당시 사카모토의 몸 상태가 그리 좋지 못하다는 게 연주를 하는 사이 그가 표현해내는 여러 종류의 반응들로 어렵지 않게 유추가 됩니다. 실제 중간 힘들다. 다시 하자는 말을 건네기도 하는데 연주하는 내내 그의 표정과 숨소리를 들어보면 고통이 지속적으로 느껴지는 가운데 이를 감내하며 피아노를 아주 신중하게 다루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녹음은 9월 8일부터 15일까지 1주일간 매일 몇 곡씩 나눠서 녹음되었다고 합니다)
사실 커리어 후반기 그의 음악은 템포가 상당히 느려지거나 크게 이완되어 젊은 시절 그가 들려주었던 생동감과 역동성이 좀처럼 드러나지 않습니다. 거기에 소리의 잔향과 여운, 여백에 더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은 연출을 빈번하게 시도하는데, 특히 그가 암투병을 시작하고 난 뒤 기존의 음악적 개념보다 소리에 더 집중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이런 경향은 더욱 강해져서 실제 선율이나 코드, 리듬등 음가가 몇 개 되지 않지만 그 음가의 파동및 잔향이 중첩되거나 또는 다른 소리들이 덧입혀 이어지는 과정으로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훨씬 많아졌죠. 그래서 2015년 이후 그가 만들어낸 영화 음악및 솔로 앨범들은 확실히 그 이전의 작품들과 구분되는 지점이 명확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생의 마지막 즈음 그는 다시 한 번 자신을 돌이켜보고 그가 지금껏 써왔던 간결하면서도 주옥같은 선율과 화성들을 마주해 그 당시 자신이 마주한 감정및 음악적 가치관을 담아 연주해내고 있습니다.
재즈 칼럼니스트의 입장에서 이 작품은 사카모토가 남긴 어떤 연주 앨범보다 흥미로운 지점이 엿보입니다. 특히 해석의 측면에서 시선을 끄는 부분이 이 앨범에서 발견되는데 영화 [The Wethering Heights] 의 메인 테마에서 사카모토의 연주는 재즈에서 볼 수 있는 리하모나이즈라고 말하기엔 다소 애매한 면이 있지만 분명히 자신이 새롭게 추가한 화성과 선율들이 상당부분 담겨져 이전 자신의 버전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느끼게 해줍니다. 이런 면은 Aqua , Tong Poo, The Sheltering Sky, 그리고 마지막 황제 메인 테마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특히 Tong Poo 같은 경우는 필자 개인적으로 이 마지막 연주에 담긴 그의 버전이 다른 어떤 이전 녹음들과 비교해 음악적으로 더욱 깊은 인상과 여운을 남겨줍니다.
그런가 하면 이 마지막 공연 영상을 위해 사카모토의 아들인 감독 네오 소라는 스튜디오 내에 20개 가까운 수의 마이크를 설치해 피아노 연주 외에 다양한 현장에서의 소리들까지 담아 음악과 함께 연출해내고 있는데, 사카모토가 피아노 페달 밟는 소리, 그의 호흡과 신음, 악보를 넘기는 소리까지 가감 없이 채집해 담아내고 있습니다. 다른 악기나 음향의 도움 일절 없이 피아노 앞에 홀로 앉아 연주하는 것은 이전 2020년도의 녹음반과 동일한데 사운드의 잔향감, 풍성함과 몰입도가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단지 그가 남긴 주옥같은 명곡들을 마지막 시점에 다시 듣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분명히 원작자 스스로 새로운 해석을 덧대었고 거기에 연주 당시 현장에서 그가 보여준 여러 가지 소리의 뉘앙스가 다양한 채널로 기록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여느 흔한 유작 이상의 가치를 지닙니다. 게다가 그의 피아노 타건은 이완되어 있지만 결코 유약해지지 않았으며 다이내믹은 깜짝 놀랄만큼 선명하고 입체적입니다. 그의 당시 몸 상태와 함께 음악이 연결되어 들리는 탓일까요?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음악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은 그가 지금껏 발표한 어떤 피아노 솔로앨범보다 뛰어나지 않나 생각될 정도였어요.
류이치 사카모토가 남긴 기품 있으면서 쉽게 각인되는 멋진 멜로디들, 클래식의 유산이 잘 반영된 그의 곡과 연주는 이제 더 이상 실연으로 접할 수 없고 그 또한 더 이상 실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록물들은 너무나 생생하게 그의 표정과 감성을 담아내고 있어 그의 부재가 남기는 허전함을 생각이상으로 크게 상쇄시켜 줍니다. 이 공연 영상 전체를 소장했다가 그가 생각나고 그리울 때 다시 꺼내 봐도 좋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영상보다 음반을 훨씬 더 자주 꺼내 듣게 될 것 같습니다. 피아노 한음 한음 무척이나 신중하게 다루고 연주하는 그의 손길이 음악으로만 들었을 때 더 선명하게 와 닿기 때문이죠. 생의 마지막 즈음 기력이 쇠해가는 순간에도 이렇게 높은 집중력과 힘을 보여준 그의 정신력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글/MMJAZZ 편집장 김희준 사진/ Zakkubalan, KAB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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