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kob Bro <Taking Turns> ECM/2024  (Recorded 2014)

 

Jakob Bro Guitar

Lee Konitz Alto Saxophone, Soprano Saxophone

Bill Frisell Guitar

Jason Moran Piano

Thomas Morgan Double Bass

Andrew Cyrille Drums

 

01 Black Is All Colors At Once

02 Haiti

03 Milford Sound

04 Aarhus

05 Pearl River

06 Peninsula

07 Mar Del Plata

 

 

시적인 아름다움 머금은 전위 재즈의 감동

아방가르드/프리재즈 음악을 좋아한다면 망설임 없이 필자는 ECM 레이블의 음악을 들어보라고 권할 것이다. 그만큼 이 분야에선 방대한 음반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재즈 역사적으로도 가치 있는 음반들이 꽤나 있다. 특히나 뮤지션의 실험적인 장으로 드러머 폴 모션의 앨범 <Conception Vessel> 의 전위적인 접근을 잘 담아낸 것도 ECM이기 때문일 것이다. 폴 모션의 실험은 이후 다양한 뮤지션들과의 협업을 거쳐 끊임없이 발전, 재현되어 왔는데 가장 중점적인 그룹은 빌 프리셀, 조 로바노와의 폴 모션 트리오일 것이다. 무엇보다 멜로디에 중점을 두고서 나머지는 아티스트의 상상력에 최대한 공간감을 두는 방식의 앙상블을 끊임없이 다양한 멤버들과 시도하였다. 그 중 2006년 기타리스트 야콥 브로는 폴 모션의 밴드 <Garden of Eden> 에 참여하게 되는데 이 지점이 그의 커리어에 꽤나 의미가 있는 순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덴마크 출신의 기타리스트 야콥 브로는 원래 트럼펫을 전공했으나 이후 기타로 전향, 왕립 아카데미, 버클리 음대, 뉴욕의 뉴 스쿨을 나온 연주자이며 ECM에 2006년 이름을 올린 이후 꾸준히 토마스 모건, 욘 크리슨텐슨과의 앨범을 발매하고 있다. 2022년 ECM에서 발매된 <Once More Around the Room> 은 폴 모션의 음악적 유산을 기리는 앨범으로 래리 그래나디어, 토마스 모건, 앤더스 크리스텐슨, 조 로바노, 조이 배런, 조르제 로시가 참여해 수준 높으며 매혹적인 집단 즉흥연주를 선사한 바 있다. 폴 모션의 음악적 컨셉트는 야콥 브로의 음악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듯 보인다. 지금 소개하는 이 앨범 <Taking turns> 는 2014년에 녹음된 작품으로 피아니스트 제이슨 모란, 고인이 된 색소포니스트 리 코니츠, 기타리스트 빌 프리셀, 베이시스트 토마스 모건, 드러머 앤드류 시릴이 함께하여 섬세한 집단연주의 미학이란 이런 것이라는 걸 잘 보여주고 있다. 필자가 듣기에 야콥 브로의 어느 음반을 듣더라도 폴 모션의 숨결이 느껴지는 것 같다. 이토록 강력한 음악적 유산은 후대에도 전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단순한 멜로디를 기반으로 아티스트의 상상력이 풍부하게 더해져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그 마법 같은 과정을 이 앨범 <Taking turns> 를 통해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글/재즈 피아니스트 우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