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얼   <My Conversation>  Self Produce/2024

  

Piano :이한얼 

 

 

1 Until When?

2 Mauritius 

3 Afternoon

4 Walk with You

5 Yul's Blues 

6 Impro

7 Schawrzer Film 

8 Glass Slice 

 

 

내실있게 발전해가는 재즈 뮤지션으로서의 역량 

피아니스트 이한얼은 듀오, 트리오, 솔로와 같은 소편성에서 자신의 음악적 표현을 강하게 드러내어 왔다. 10년 전쯤 처음 한국에 돌아온 이후 그가 지금껏 발표하고 협연해온 작품들은 거진 이 편성 안에서 이뤄졌었다. 그리고 그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즉흥연주의 가치를 늘 중요하게 생각해왔다. 필자에게 그의 이런 성향, 혹은 시도는 지속적인 관심을 갖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인데, 단지 즉흥연주를 하기 때문이 아니라 의미 있고 순도 높은 즉흥연주를 어떤 상황에서도 능동적으로 풀어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그의 연주를 들으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재즈 뮤지션이라면 반드시 이해하고 어느 정도는 소화해낼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 그게 단지 프리, 아방가르드적인 표현에만 국한된 게 아님을 먼저 이야기하고 싶다. 예전 이한얼씨 본인과 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어떤 장르적, 이론적 접근방식 자체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으며 무엇을 하든 얼마나 내면에서 잘 수렴된 가운데 자신의 템포와 선율, 사운드로 엮어낼 수 있느냐가 결국엔 핵심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알만한 대다수의 대가급 연주자들은 다 이 경지에 도달해 있다) 그리고 자신의 음악적 소양과 이해의 폭이 허락한다면 재즈사에 등장한 여러 사조들을 받아들여 자신의 자양분으로 삼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한얼은 데뷔 이후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자신의 관심사를 다채롭게 넓혀왔다. 현대음악적 기반의 전위적 표현에서부터 스윙, 비밥, 발라드, 라틴, 소울에 이르는 여러 영역이 그 사이 서서히 자신의 자양분이 되어갔으며 이를 어떤 식으로 자연스럽게 곡과 연주에 풀어낼 지를 꾸준하게 고민하고 이를 작품으로 만들어왔다. 그래서 그의 연주에는 늘 일정한 설득력이 있으며 개연성과 이해를 담보하고 있다. 때론 뛰어난 결과를 낼 때도 있고 때론 그렇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그걸 넘어서 자신의 언어로 말을 한다는 인식을 하게 만든다. 이번 독주 앨범 역시 마찬가지. 전체적으로 발라드 소품집이라고 할 수 있으며 고즈넉하고 안온한 분위기를 담고 있어 일반적인 감상자들에게도 어필할 여지가 큰 작품이라고 보는데,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고유한 해석을 통해 곡의 다른 면들을 끄집어낸다. 마치 스탠더드 넘버들을 다른 식으로 재해석하듯 그는 자신의 오리지널 곡들을 일정한 감성의 표현 범위 안에서, 템포도 비슷한 가운데 일관되게 즉흥 연주를 풀어낸다. (마치 정감어린 수필집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Walk with You 같은 곡에서 그가 음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보시길. 작곡과 즉흥의 어우러짐이 얼마나 유려하게, 하나의 방향으로 귀결되어 가는가? Yul's Blues 의 재기발랄함은 또 어떤가? 이 두 곡만 보더라도 이한얼은 이제 머리에서 즉흥연주를 기계적으로 풀어내는 수준을 확실히 넘어선 것 같다. 내추럴 임프로바이저이자 뛰어난 곡 해석자로서 그의 괄목할 성장과 훌륭한 멜로디 메이커로서의 역량이 담겨진 작품. 재즈 뮤지션으로서 그의 음악성은 확실히 성장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글/MMJAZZ 김희준 편집장